(재테크)금리양극화에 낀 중신용자라면 P2P대출 살펴보자
P2P대출서비스, 스타트업 중심 가파른 성장세
2015-10-11 15:21:28 2015-10-11 15:21:28
지난달 중소기업에 취직한 30대 늦깎이 직장인 김모(35세)씨는 월세 보증금을 대출받기 위해 저축은행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은행을 방문했지만, 직장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출금리가 너무했다 싶을 정도로 차이가 컸다. 대부업체 금리는 30%대였고 저축은행도 25%대였다. 더 억울한 것은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렸다고 신용등급이 하락해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씨는 "초저금리라고 얘기하지만, 은행에 가지 못하는 우리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라며 "돈이 필요해도 갈수록 더 높은 이자비용을 물어야하니 걱정이 태산이다"고 하소연했다.
 
사상 초저금리 시대에는 은행에 돈을 예금하는 사람이 손해고 대출하는 사람이 이득이라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저금리의 혜택도 신용과 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일 뿐이다. 소득·신용이 부실한 이들은 초저금리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저축은행 가계신용대출 금리는 평균 25.5%로 나타났다. 1년 전(23.05%)보다 2%포인트 이상 오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4차례 내려가면서 4.4%로 하향된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김씨가 1000만원을 빌렸다면 1년 이자를 44만원 내면 되지만 저축은행에서 빌리면 255만원 내야 한다는 얘기다. 
 
안타까운 것은 중신용자들도 이에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축은행에서 빌렸다고 하면 저신용자나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사례에서 보듯 김씨는 몇 달 전 취직한 직장인이다. 지금껏 신용불량자가 될 만한 연체 경험도 없었는데 왜 20%대 대출을 받아야 했을까. 백종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은행에서는 직장 경력이 짧은 데다 소득을 증빙할 서류가 없다는 이유로, 저축은행은 10%대 금리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외면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김씨가 신용등급 관리를 못해서가 아니라 금융사들의 신용등급 체계가 정확하지 않거나 중금리 상품개발이 미흡한데 원인이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중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도 20%대 고금리에 내몰린 5~6등급 중신용계층이 무려 1216만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나이스신용평가정보가 집계한 4343만명가운데 28% 비중을 차지한다. 업계 안팎에서 중금리 대출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금리대출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온라인 P2P대출서비스다. 올해 들어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중금리 P2P 대출서비스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P2P 대출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투자자는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보장받고, 대출자들은 연 7~15% 수준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 접근이 쉬운 30대를 중심으로 이용이 늘면서 성장도 가파르다.
 
현재 P2P 대출업계에서는 8%와 렌딧이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8퍼센트는 1년간 총 65억원이 넘는 대출을 진행했다. 업계 2위인 렌딧은 지난 3월 말 설립된 이후 지난 10일까지 27억원가량 대출이 진행됐다. 매월 200% 가까운 성장률이다. 렌딧은 투자자와 대출신청자를 직접 연결하지 않고, 기존에 집행했던 대출금을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펀다는 6개월간 5억원의 대출을 진행했다. 김성준 렌딧 대표는 "P2P 대출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은 2007년이지만 활성화되기에는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초저금리와 중금리 대출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지금이 P2P대출서비스가 확대될 수 있는 적기"라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의 만족도도 큰 편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이모(30세)씨는 최근 온라인 P2P 대출서비스를 통해 1000만원을 연 10% 금리로 대출받았다.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가 두 번이나 거절당했던 경험이 있어 걱정되었지만 안정적인 직업과 연체 경력이 없다는 점을 어필했다. 이씨는 홈페이지에 대부업 등록이란 문구를 보고 혹시 신용등급에 문제가 생길까 문의했으나 연체되지 않는 이상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안심했다. 이씨는 "엄청난 빚을 진 것도 아닌데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면 이자비용이 바로 네 배 이상 차이가 난다"며 "신용등급이 중간인 사람들은 돈을 빌릴 곳이 없었는데 P2P가 새로운 대안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는 P2P온라인 대출이 사채와 대부업과 다르지 않다며 경계하는 시각도 나온다. 대출자가 온라인 상에 올리는 상환계획, 이자율, 개인사연 등의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져 이들의 채무불이행에 대한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10년째에 접어든 영국과 미국 등 해외에서는 순기능이 역기능을 압도한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P2P 대출이 금융산업을 변화시키는데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미국 재무장관 출신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돼 온 로렌스 서머스는 P2P대출이 중소기업 대출의 7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미 지난해 P2P 업체 1위인 렌딩클럽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구글은 이 기업에 1억1860만달러 거액을 투자한 바 있다. 로렌스 서머스는 P2P컨퍼런스 '렌드잇' 기조연설에서 “P2P 대출은 중소기업을 비롯해 서민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경제를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낙관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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