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거대자금 양날개 단 중국 반도체…한국 '치킨게임' 직면하나
2015-09-23 15:44:53 2015-09-23 15:44:53
중국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사격을 하면서 굳건했던 국내 반도체 점유율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를 최종 목표로 삼고 과거 30년간 투자 계획과는 확연히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렇다보니 반도체 업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지근한 정부의 투자의지와 전문 인력 양성에 소홀한 학계 분위기 때문에 그나마 현재 발표된 정부의 지원정책도 '겉핥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알 장전한 중국, 반도체 ‘자급자족’ 목표
 
중국의 결연한 의지는 지난해 반도체 산업 육성책에서 엿볼 수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해 반도체 수요를 자국 내에서 충당할 수 있는 규모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내비친 것이다. 투자계획이 이행된다면 중국의 반도체칩 자급률은 현재 20% 수준에서 2025년 7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술적인 투자금액만 봐도 큰 변화가 있다.
 
1996년부터 2003년까지 투자금은 30억달러였지만 2014년부터 2019년까지는 중앙정부(220억달러)와 지방정부(960억달러)가 1180억달러(약 139조4000억원)를 쏟아 붓는다. 세금 감면과 환급을 늘리고 투자금액의 70% 이상을 연구비로 쓴다는 방침이다.
 
인수합병(M&A)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내부 기업 간 통합은 물론이고 미국 DRAM 설계기업 인수, LCD(액정표시장치) 업체 BOE의 반도체 시장 진출 선언 등이 잇따르고 있다.
 
초기에는 정부 자금을 바탕으로 한 '물량공세'에 불과하다는 분위기였지만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이미 지난 8개월간 전체 1180억달러 펀드 계획 중 20%인 220억달러(약 26조원) 조성을 구체화했다. 1%인 18억달러(약 2조1200억원) 투자를 이미 집행했다.
 
확대되고 있는 중국정부의 반도체 지원 펀드 규모. 자료/중국반도체협회, KTB투자증권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 과정이 과거 디스플레이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육성할 때와 비슷한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국내의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비메모리 업체들이 부족한 기술력을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자본 투자로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R&D 예산·반도체 연구인력 여전히 ‘찬밥’신세
 
이같은 중국의 '계단식' 투자에 비해 우리나라 현실은 초라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15조6000억원, 46조원를 투자할 뿐 정부의 정책적 지원의지는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내년도 예산안을 보면, 연구·개발(R&D) 부문 투자는 올해 대비 0.2% 늘어난 데 그쳤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국립대학 인건비등이 4조5000억원에서 4조90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기초·나노, 에너지·환경, 우주항공·생명, 기계·제조·공정, 전자·정보 등 모두 줄었다. 지난해 150개 국내 팹리스 회사 중 60%가 정부 지원정책 미흡이 아쉽다고 지적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설문조사도 이를 뒷받침 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술적 성장은 경제성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데, 반도체 등 기술분야에 대한 육성정책이 그저그런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첨단 기술력 확보는 전폭적 투자와 빼어난 인재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렇다보니 반도체 연구인력도 현장을 뜨고 있다.
 
서울대에 따르면 반도체 분야 석·박사 배출 실적이 2005년 106명에서 지난해 42명으로 ‘반토막’ 났다. 대학원 진학자도 줄어 2005년 68명이던 석사학위 취득자가 지난해에는 15명에 불과했다.
 
반면 중국의 과학기술 인력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비슷한 4200만명 정도며 전문 연구·개발 인력만 따져도 190만명에 달한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당장 아날로그·디지털 반도체 설계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요구하지만 정작 대학 교육 상황을 살펴보면 칩 제작과 테스트, 시스템 구현 분야가 대부분 전공선택 과목으로 돼 있어 미스매치가 계속 발생한다"며 "산학협력을 통해 학계의 우수인력이 업계에서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민성 기자 kms07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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