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저성장 시대를 맞아 가늘고 긴 방향으로 고용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가 공동 주최한 '2015 은퇴전략포럼'에서 "노동시간을 줄이고 정년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배 위원은 이날 '은퇴 없는 사회를 위한 고용시스템으로의 개혁'이라는 주제로 한 강연에서 "한국 사회에 처음 고령화 문제를 던진 베이비붐 세대는 노후 준비를 하지 않아서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가 복지로 고령화 문제를 전부 풀 수는 없다. 고용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중고령자(55~64세)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웃돈다. 스웨덴과 스위스,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OECD 주요국보다 이른 나이에 주된 일자리에서 벗어나고, 노후 준비가 부족해서 노동시장에 다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OECD가 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국 남성의 실제 은퇴 연령은 71.1세다. OECD 평균인 64.1세보다 7년가량 늦다.
배 위원은 "중고령자 비정규직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50대 중반 주된 일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20년 가까이 질 낮은 일자리에서 일한다는 얘기"라며 "주된 일자리에 남아 오래 일하는 방향으로 고용시스템을 개혁하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배 위원이 제시하는 해법은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세대 간 일자리 나누기다. 그는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2071시간으로 OECD 평균보다 300시간 정도 더 길다. 특히 27~55세 왕성한 세대가 일을 독점하고 있다"며 "연장근로가 거의 관례가 돼 있을 만큼 장시간 일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저성장 시대에 중고령자, 청년은 일자리를 갖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정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넘게 일하는 사람이 119만명이다. 이를 줄이려는 정부 노력도 미흡하다"며 "노사정뿐 아니라 광범위한 주체가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위원은 굵고 짧게 일하는 구조를 가늘고 길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도성장 시기에는 빠르게 승진하고 연공주의 임금을 받았지만, 고령화와 저성장이 불어닥친 지금은 직장에 오래 남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승진을 포함한 인사관리를 혁신하고, 직무도 세분화해서 장기적으로 정년을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18일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 공동 주최로 열린 '2015 은퇴전략포럼'에서 '은퇴 없는 사회를 위한 고용시스템으로의 개혁'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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