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돈 놓고 복지부-기재부 '힘겨루기'
기재부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주장에 복지부 반발
2015-09-16 07:00:00 2015-09-16 07:00:00
사진/뉴시스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이 산으로 가는 이유는 또 있다. 기금을 놓고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서다. 복지부와 기재부는 기금운용 방향은 물론 기금운용본부 공사화에 대해서도 팽팽히 맞서있다. 이를 두고 국민연금 관계자는 "두 주인을 모시며 이 말 듣고 저 말 듣다 보니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고 토로한다.
 
국민연금은 정부 직제상 복지부 산하기관이다. 국민연금 운영과 기금운용 전반을 다루는 국민연금법에는 '국민연금 사업은 복지부 장관이 맡아 주관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연금 이사장 역시 복지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면하고, 상임이사와 이사는 물론 감사까지 국민연금 이사장의 제청으로 복지부 장관이 임면한다.
 
500조원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복지부 장관이 승인해야 임명된다.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복지부 장관이며, 위원회에서 다룰 안건을 실무적으로 논의하는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도 복지부가 주재한다.
 
문제는 국민연금공단이 준정부 기관이라는 이유로 기재부가 공공기관운영법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재부를 따르도록 한 공공기관운영법 2조는 '공공기관에 대해 다른 법률에 이 법과 다른 규정이 있을 경우 이 법에서 그 법률을 따르도록 한 때를 제외하고는 이 법을 우선해 적용한다'고 규정돼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 경영평가와 조직운영, 예산, 급여 등은 모두 기재부가 담당한다"며 "복지부도 부처와 국민연금공단 예산 확보 때문에 상당 부분 기재부 입장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복지부와 기재부 모두 국민연금공단에 개입할 법적 근거가 있는 상황에서, 기금이 500조원대로 불어나자 양 부처가 기금에 대한 권한을 서로 주장하고 나섰다.
 
복지부로서는 국민연금의 목적 자체가 연금 급여를 통한 국민의 노후생활 보장인 만큼 안정성의 관점에서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재부는 국민연금도 국가 재정의 한 축이므로, 재정적 측면에서 기금을 운용해야 한다는 태도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기금을 해외자산과 주식, 대체투자에 어떻게 투자할 지를 놓고 기재부가 일일이 간섭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2000년대 말까지 기재부가 국내 증시를 부양할 목적에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공사화하자는 주장도, 본질은 복지부와 기재부 간 밥그릇을 둘러싼 힘겨루기라는 지적이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는 기금운용의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해 투자 정책에 관한 전문성을 강화하고, 연금 관련 행정업무만 담당하는 국민연금공단과 투자·자산운용을 맡는 기금운용본부는 성격이 달라 분리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7월 기금운용본부를 공사화한 뒤 기금운용위원회까지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자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사화된 기금운용본부의 기금운용위원회는 기재부가 주관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불편한 기색이다. 기금운용에 대한 복지부의 영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출신 관계자는 "연금징수-기금운용-급여제공이 유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기금운용본부 공사화가 반드시 투자수익률 제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오는 2017년부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실적을 5개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 평가하기로 한 것도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전직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나라마다 처한 경제상황이 다르고 국민연금제도와 인구구조가 다른데 이를 고려치 않는다"며 "복지부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을 제대로 못 하니, 본부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노림수"이라고 꼬집었다.
 
또 기금운용본부 공사화를 통해 국책과제 수행 등 정부 입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정책수단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선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정부가 국민연금에서 40조원의 공공자금을 가져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극복에 썼고, 이명박정부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도 국민연금 돈이 들어갔다"며 "국민연금을 정부가 원하는 목적대로 전용하는 게 쉽진 않겠지만, 시나리오상 아예 불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반면 정책적 측면에서는 기금운용본부 공사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기금운용위원회에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참여연대 측 위원도 참여하는 만큼 정부가 일방적으로 기금을 전용하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어 이를 극복할 정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호·김동훈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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