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보다 북한주민들 마음부터 얻어야”
전문가 “통일외교 효과 너무 기대해서는 안돼”
2015-09-13 10:11:08 2015-09-13 10:11:08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한 후 보수언론들이 통일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통일외교가 가져올 실질적인 효과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북한문제 전문가인 장형수 한양대 교수는 지난 7일 한국개발연구원이 발간한 <KDI 북한경제리뷰> 9월호에 게재한 논문 ‘최근 통일 논의에 대한 재고찰’에서 “통일이 되면 통일한국에서는 비용보다 편익이 더 크겠지만 한반도 주변국가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며 “주변 4국은 통일을 철저히 국익 추구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중국의 경우는 미국에 필적할 만한 경제력이나 군사력에 아직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한 우방인 북한의 존재가 국익에 필수적이라는 것이 장 교수의 판단이다. 일본에 대해서도 그는 “현재의 대치 상황이 패전국에서 ‘정상국가화’를 추구하는 데 더 유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적어도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통일외교’가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또 장 교수는 ‘북한에 급변사태가 일어나면 곧바로 통일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모든 평화적 통일의 필수조건은 통일 당사자들의 합의”라며 ▲대다수의 북한 주민이 남한과의 통일을 원해야 하고 ▲이러한 북한 주민의 의사를 북한 정권이 충실히 대변해야 하며 ▲한반도 주변국 등 국제사회가 남북한 통일에 협조해야 한다는 등 세 가지가 통일의 필요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이 통일에 앞서 약 1년 동안 수많은 협의와 협상을 통해 동·서독 주민과 정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쳤듯, 남·북한도 유사한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통일정책의 방향은 통일의 필수조건들을 충족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그 필요성이 인정되고 최종 수요자에 전달된다는 모니터링이 보장된다면 정치 상황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공여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통일기반 조성에 중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민간 교류는 대폭 활성화돼야 하며, 북한 주민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사업은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통일 여건의 조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변화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은 북한이 변화하면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준다는 원칙이지만 외부로부터의 제재·압박만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은 한반도 주변의 역학관계상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면 그때 지원하겠다는 정책이 아니라 북한이 변화하도록 도와주는 방향이 더 효율적”이라고 역설했다. 북한의 선제 행동을 조건으로 내거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특히 장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해 통일 과정에서 상당한 재정 투입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며 “국회가 정부 재정적자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미국식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최대한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교수는 세계은행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북한경제를 연구한 후 한양대에 재직 중이다. 2005년부터 2년간 학교를 휴직하고 국정원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서울안보대화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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