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새정치민주연합, 남북경협으로 ‘통하였느냐’
양측 ‘대북 구상’ 거의 비슷…정책간담회 열고 협력관계 구축
새정치 ‘신경제지도 구상’과 전경련 '5대원칙' 비교해보니
2015-09-13 10:11:22 2015-09-13 10:11:22
재벌 대기업들이 주도하는 경제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법인세 인상 등을 주장해 재계와 불편한 관계를 맺어온 새정치민주연합이 남북 경제협력을 매개로 협조 관계를 구축했다. 전경련이 7월 발표한 남북경협 ‘신(新) 5대원칙’과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8월 발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 거의 비슷한 비전과 계획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지난 8일 민주당 계열 정당의 대표로는 처음으로 전경련을 방문해 허창수 전경련 회장(GS 회장) 등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공감대를 확인했다.
 
문 대표는 간담회에서 전경련의 변화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전경련이 제시한 남북 경제교류 신 5대원칙과 이를 위한 7대과제에 대해 깊은 공감과 지지를 표한다. 특히 북한을 더 이상 압박의 대상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을 위해 상호 협력해야 할 파트너로 인정하는 변화된 인식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경협이 아니라, 경협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이끌어갈 수 있다는 적극적인 사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전경련의 인식은 제가 발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전경련의 ‘5대원칙’은 7월 15일 발표한 것으로 ① 남북 당국간 대화 진전과 교류의 조화 ② 남북 모두에 도움이 되는 경제교류 ③ 북한 경제개발은 북한이 주도 ④ 남북한 산업의 장점이 결합된 산업구조 구축 ⑤ 동북아경제권 형성을 위해 주변국의 참여와 지지 확보 등이다. 전경련은 이를 실현할 ‘7대과제’로 ▲ 경제단체 상주 연락사무소 설치 ▲ 한반도 서부축 경협루트 확보 ▲ 접경지 경협 재개 ▲ 신규 산업단지 개발 ▲ ‘북한기업 살리기’ 프로젝트 ▲ 북한 산업기술 인력 양성 ▲ 동북아 다자 경협 추진 등을 제시했다. 당시 박찬호 전경련 전무는 “중국이 G2로 부상했고 북·중·러 접경지역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며 북한에도 시장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의 ‘지원과 압박’이라는 패러다임을 넘어 남북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 중심의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경련의 인식은 이날 간담회에서 허창수 회장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허 회장은 “8·25합의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며 “이제는 남북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경제 중심의 관계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경제 관계가 깊어지면 정치·군사적 긴장이 있더라도 파국에 이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또 한국 기업이 북한의 값싼 노동력과 함께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등의 방법으로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남북경협을 추진한 논리, 그리고 새정치연합이 현재 강조하고 있는 경협의 이유와 사실상 같다.
 
문 대표는 비공개 간담회에서 “5대원칙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남북 경제교류는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다음날 언론인터뷰에서도 “(양측의 구상이) 거의 같을 정도”라며 “전경련도 수락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정책 협의와 연구자료 교환 등에서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북정책을 고리로 한 협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문 대표가 지난달 16일 발표한 ‘신경제지도’ 구상은 남북 경제공동체를 건설해 인구 8000만명의 통합시장을 형성하고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환동해권’과 ‘환서해권’을 양대 축으로 거대한 동북아 경제권을 형성함으로써 3%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5%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
 
문 대표가 전경련을 방문한 날 오후 새정치연합 내 남북관계 관련 3대 위원회가 공동주최한 토론회는 대북정책에서만큼은 계파간 이견이 없음을 보여줬다. 남북관계 발전 및 통일위원회의 이인영 위원장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대해 “경제통일이야말로 우리 경제를 살릴 유일한 비전임을 제시한 것이며 우리당의 집권 전략으로 선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반도 평화·안전보장 특위의 박지원 위원장은 경협을 강조하며 “박근혜 정부에서 강조하는 창조경제도 북한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천 정책위 의장도 “한계에 이른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열어줄 수 있는 남북경협을 본격화해야 한다”며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경제정책이 바로 남북경협,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라고 거들었다.
 
문 대표는 토론회 인사말에서 새정치연합이 추구하는 ‘민생 중심의 남북협력’이 무엇인지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동해안에 중국 어선들이 2000척 넘게 쌍끌이로 조업을 하면서 울릉도의 경우 2003년 7000톤을 잡던 오징어를 2000톤도 못 잡고 있다. 북한이 중국에 어업권을 내주면서 그 피해가 우리 어민들에게 돌아왔다. 우리가 북한과 어로협약을 맺었다면 어자원도 보호하면서 우리 어민과 북한 어민 모두에게 이익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비판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선 정범진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은 “듣기 좋은 소리만 나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경협을 무엇으로 활성화시킬 것인지, 중단되면 어떻게 할 것인지, 투자의 안전판은 무엇으로 확보할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홍익표 의원,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 허 회장, 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홍영표 의원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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