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한다며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한 이후 악성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위험 대출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6일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초과하거나 총부채상환비율(DTI)이 50%를 넘는 '위험 대출액'은 52조5000억원에 달했다. 1년 전 30조7000억원에서 무려 21조8000억원이나 늘어난 액수다. LTV와 DTI가 동시 적용되는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총액인 100조2000억원의 절반이 넘는 규모(52.4%)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를 가리킨다. LTV가 60%이면 1억원짜리 아파트로 은행권에서 6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LTV가 높은 대출이 많으면 그만큼 부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올 상반기에 수도권 지역에서 LTV가 60%를 넘는 대출 잔액은 총 42조5000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조9000억원에서 2배 이상 늘어난 액수다.
DTI가 50%를 초과하는 대출도 19조7000억원에 달했다. DTI는 대출자 소득에서 원금과 이자로 갚는 돈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DTI가 50%를 넘으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빚을 상환하는 데 쓴다. 집이 있어도 빚을 갚느라 가난하게 지낼 가능성이 높고, 금리가 오르면 서민경제가 무너질 위험이 크다.
LTV가 60%를 넘는 동시에 DTI가 50%를 초과해 부실 위험이 큰 대출액도 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9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많아졌다. 홍 의원은 "위험한 대출이 늘어난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취임하면서 LTV·DTI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정책을 주도한 최 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공직자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주택대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하며 금융권에서 50~70%를 적용하던 LTV를 70%로 완화했다. DTI는 서울 50%, 인천·경기 60%로 적용하던 것을 60%까지 확대했다.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있게 해서 부동산 거래를 늘리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부채로 한국 경제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3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전국 약 150만 가구가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들이 보유한 부채 규모는 400조원에 이른다"며 "LTV 60% 초과~70% 이하 구간에서 은행권 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며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전월세 폭등을 방치하고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위기를 초래한 박근혜 정부는 미국 금리 인상 등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대비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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