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준비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이 7일 판문점에서 열린다. 8·25 고위급 합의 6개 항목 가운데 합의 당일 이행된 남측의 확성기 중단과 북측의 준전시상태 해제를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이산 상봉이 앞으로도 순탄하게 진행될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8·25합의 이행 전반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실무접촉을 포함한 향후 행사 진행 과정이 주목된다.
이번 실무접촉은 지난달 28일 대한적십자사(한적)가 먼저 제안하고 바로 다음 날 북측의 조선적십자회가 수정 없이 동의해옴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남측은 31일 이덕행 한적 실행위원(통일부 통일정책협력관)이 실무접촉 수석대표라고 북에 통보했고, 북측은 2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자신들의 수석대표는 박용일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중앙위원이라고 전했다. 이 실행위원과 박 중앙위원은 지난해 2월 적십자 실무접촉 때도 양측의 수석대표를 맡았다. 적십자 실무접촉의 양측 대표단은 수석대표를 포함해 각각 3명이다.
이번 접촉의 제1의제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시기와 장소, 규모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실무 준비기간을 감안할 때 상봉 시기는 10월 초·중순, 장소는 금강산 면회소, 상봉 규모는 남·북 각각 100명씩 총 200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장소와 관련해서는 북측이 금강산 면회소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측이 서울-평양 교차 방문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작년 2월 상봉을 비롯해 ‘금강산 상봉’이 정착돼 있고, 다른 장소를 잡는 데 따른 비용과 시간, 견해차 등을 감안할 때 금강산으로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상봉 규모도 기존보다 2배 많게 하자고 제안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실무 준비기간이 더 늘어나는 등 무리한 점이 많아 기존대로 200명이 만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실무접촉을 통해 일정이 확정되면 한적은 인선위원회를 구성해 대상자 선정을 시작한다. 인선위는 ‘고령자와 직계가족 우선 원칙’을 바탕으로 한 컴퓨터 추첨을 통해 상봉 인원의 5배수인 500명을 뽑는다. 이후 상봉 의사와 건강상태 등을 확인해 250명으로 좁힌 뒤 북측과 생사확인의뢰서를 교환한다. 이어 건강검진, 생사확인 회보서 교환(남·북 각200~250명) 등의 세부절차를 거쳐 남·북 각100명의 최종명단을 교환하게 된다. 최종 선정된 이들은 통일부 주관의 방북교육 등을 받은 뒤 2박3일씩 두 차례로 나눠 상봉 행사에 참여한다.
한적의 자료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은 김대중 정부 시절이던 2000년 8월부터 노무현 정부 임기 말까지 7년여 동안 16차례 열렸고, 노무현 정부 때에는 별도로 7차례의 화상상봉이 진행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이후 현재까지 7년 반 동안에는 일반 대면상봉만 3번 열렸다. 그러다 보니 이산가족의 고령화로 기대여명이 점점 짧아지고 있어 상봉 행사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일 ‘이산가족 고령화 추이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현재 등록된 이산가족 생존자 6만6292명을 분석한 결과 “현재의 이산가족은 평균 기대여명(50~60대 24.9년, 70~80대 9.9년)으로 보아 25년 내에 거의 사망하고, 70대 이상의 고령층은 10년 내에 대부분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모든 생존자들이 향후 생애 한번이라도 상봉하기 위해서는 상봉 인원을 매년 60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하며, 7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에는 향후 10년간 매년 5500명 이상 상봉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홍 연구위원은 말했다. 현재 80세 이상 이산가족 생존자는 3만5997명으로 전체의 54.3%이며, 70대 이상의 비율을 계산하면 81.6%가 된다.
홍 연구위원은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는 건강과 상봉 시한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면상봉의 경우 상봉의 정례화와 대규모 특별상봉 등으로 기회를 확대해야 하고 ▲대면상봉 외에도 생사 확인과 명단교환, 서신교환, 화상상봉 등 다양한 상봉 방식이 필요하며 ▲이산가족 상봉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고 ▲금강산 면회소를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번 실무접촉에서 상봉 정례화와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제안한 ‘이산가족 명단 교환’ 문제에 대한 협의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무접촉에서는 무리한 목표를 밀어붙이기보다 당장 다가온 상봉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접촉에서는 북측의 의중을 타진해 본 후 별도의 당국 회담을 통해 정례화와 명단 교환 등의 이슈를 다루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무접촉이 큰 견해차 없이 끝나고 상봉 준비가 순조롭게 되더라도 행사 당일까지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요소들은 적잖게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상봉 예상 시기와 겹쳐 있는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10월 10일)을 즈음해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 북한이 3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 중 발언을 비난하자 4일 정부가 북측에 유감을 표명하는 등 남·북이 주고받은 설전이 더 악화되고 거기에 대북 전단 문제 등이 추가될 경우 이산가족 상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이 7일 판문점에서 열린다. 사진은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지난 1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이산가족 상봉 신청 상담을 받는 어르신들을 격려하는 장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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