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경쟁률이 수백대 일을 넘는 것은 이제 예삿일이다. 심각한 청년실업은 인적자본을 훼손시키고 국가의 장기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정부는 경제 재도약을 위한 첫 번째 과제로 노동개혁과 청년실업 해결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일하는 모든 세대의 상생을 위해 반드시 우리가 이뤄내야 할 필수과제다. 이같은 움직임에 기업들도 화답하면서 하반기 및 내년 신규 채용규모를 대폭 늘려 잡고 있다. 대기업들의 신규투자 및 청년고용확대가 어떻게 짜여져 있는지 살펴본다. (편집자)
청년실업자 수가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선호하는 직장의 문턱은 여전히 높기만 하다.
마지 못해 선택한 직장에서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려 결혼, 출산은 꿈도 못 꾸고 있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이같은 우려속에 국내 주요 대기업 그룹들이 최근 잇달아 청년 고용 대책을 발표하고 있어 그나마 희망을 준다. 청년 고용 절벽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달 대기업 총수 17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많이 제공해 달라”고 거듭 부탁한 바 있다.
대기업들은 직접 고용 인원을 늘리는 것을 꺼려왔다. 기업이 정규직 1명을 고용하려면 수십 년간의 인건비 지출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이제 9.4%로 10명 중 1명이 실업자인 심각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이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고용빙하 녹일 파격고용 예고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은 ‘청년 일자리 종합대책’을 통해 앞으로 2년 간 총 3만명의 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먼저 고용디딤돌로 3000명, 사회맞춤형학과 1600명, 직업체험인턴 및 금융영업 4000여 명 등 총 8600여 명을 채용하겠다고 한다.
여기다 신규투자를 통해 2017년까지 1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총 1만1400명에게 청년창업 활성화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삼성의 이 같은 인력채용 계획만 100% 달성되더라도 지금의 청년취업절벽이 크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이끄는 SK그룹도 대대적인 청년인력 채용 계획을 발표했다. SK는 ‘고용디딤돌과 청년비상(飛上)프로그램’을 통해 2년 간 4000명의 인재를 육성하고, 2만명의 창업교육을 지원해 미국의 실리콘밸리까지 진출시키겠다는 포부다.
LG도 사회맞춤형학과 운영을 확대하고 창업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해 전국의 지방인재 고용을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한화그룹 역시 올해 하반기 고용을 상반기의 2배로 확대하는 등 2017년까지 총 1만7569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모두 기존의 채용규모를 월등히 뛰어넘는 파격적인 발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압박에 밀린 울며겨자먹기식 대책"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내외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노력만으로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일자리 창출이 정부 압박에 의해 이뤄지는 성격이 강한 만큼 그 지속성도 담보하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최근 통계에서도 여지없이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30대 그룹의 고용이 작년에 비해 1%도 늘지 않았다는 통계가 나왔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30대 그룹 계열사 중 전년과 비교 가능한 253곳의 고용 현황을 조사했더니 2분기 말 기준 직원 수는 총 100만5603명으로 1년 전보다 0.8%, 8261명 증가했다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앞다퉈 내놓은 청년 일자리 창출 약속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적, 사회적 요인으로 고용 문제를 결정하면 장기적으로 기업에 부담이 되고 경제 전체에도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의식한 일회성 약속이 되지 않을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대기업들이 쌓아둔 600조~700조원의 사내 유보금을 쓰며 고용을 늘리겠다는 게 아니라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에 밀려 급조해 발표한 방안들이라, 장기적으로 청년 취업에 큰 도움이 안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민관합동 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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