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돈 첫날인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라는 훈풍을 맞았다. 남북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국정 지지율도 반등 추세를 보이면서 4대 개혁을 내세운 국정 운영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야권이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에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어서 개혁안 처리를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이날 남북 고위급 당국자 회담에 대해 "정부가 북한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전했다.
남북은 이번 합의에서 이산가족 상봉, 민간 교류 활성화 등을 이루기로 입을 모았다. '통일 대박론'을 앞세우고도 남북관계 실타래를 풀지 못했던 박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시작하며 낭보를 전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남북이 합의한 구체적 사업들이 후속 회담 등으로 원활히 추진돼서 남북 긴장이 해소되고 한반도 평화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뢰 도발로 불거진 한반도 위기는 박 대통령에게 기회가 됐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단호한 대응' 원칙을 강조하며 지지율이 상승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24일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지난주보다 1.1%p 오른 41.0%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메르스 사태로 지난 6월 둘째주 30%대로 떨어진 지 3개월 만에 40%를 회복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군사적 긴장과 함께 올라갔다. 리얼미터는 "주가 폭락 소식이 전해지며 박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으나, 서부전선 상호 포격으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보수·중도층 결집으로 다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으면서 공공·금융·노동·교육 등 '4대 개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 도약을 위해 4대 개혁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4대 개혁이 남은 임기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여당도 4대 개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뿐 아니라 우리나라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개혁 과제와 함께 민생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남은 기간 당·정·청이 하나가 돼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야권은 남북 회담 타결에 일제히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박근혜 정부의 전반기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를 쏟아냈다. 특히 경제는 '낙제'에 가깝다고 비판을 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구직 포기자가 50만 명을 넘어서고, 장기 실업자는 2005년 이후 최대치인 12만 명을 돌파하며 고용시장이 끝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 2년 6개월간 고용대책 성적표는 정말 초라하다"고 말했다.
4대 개혁 가운데 정부가 가장 서두르는 노동개혁이 순탄하게 처리될지도 미지수다. 이 원내대표는 "일자리를 늘리고 싶으면 노동개혁이 아니라 재벌 중심 경제정책을 개혁해야 한다"며 "정부가 아무리 퍼줘도 재벌 대기업의 지갑은 열리지 않았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던 기업들마저 고용 확대에는 인색했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남북 합의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준 '인내와 타협'이 향후 국정 수행과 노동개혁을 포함한 갈등을 풀어가는 데서도 발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구소 강정민 연구위원은 "박 대통령이 약속한 경제 민주화 정책은 사실상 폐기 수순에 돌입했고, 최근 재벌 사태도 대책을 몰라서가 아니라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라며 "임기 반환점을 맞은 지금이야말로 경제 민주화의 의미와 필요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43회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임기 반환점을 돈 박 대통령은 최근 국정 지지율 40%대를 회복했다. 4대 개혁을 내세운 국정 운영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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