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가 지난 21일 취재팀을 만나 LG유플러스와의 특허분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1일 LG유플러스와 13년째 특허분쟁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55)를 송파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토론회’를 다녀올 만큼 대기업과의 싸움은 그의 인생이 됐다.
LG유플러스와 서오텔레콤 간 공방은 대기업 기술 탈취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대법원만 5차례 가는 치열한 법정 공방이었다. 서오텔레콤은 지난 1999년 휴대폰에 긴급구조 요청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 2001년 특허를 출원하고 2003년 등록을 마쳤다. 이듬해인 2004년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텔레콤이 서오텔레콤의 기술과 동일한 ‘알라딘’이라는 제품을 출시하고, TV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변리사와 함께 LG전자와 LG정보통신을 방문, 기술설명과 자료를 건넸던 김 대표로서는 자사의 핵심기술이 도용당했음을 직감했다. 2004년 4월 특허권 침해 혐의로 LG텔레콤을 검찰에 고소하자, LG 법무팀이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서 협상이 진행됐다. 하지만 LG 측이 제기한 특허등록 무효소송 1차 심결에서 특허청구항 12개 중 6개만 특허로 인정받고, 6건은 불인정 심결이 나오자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대법원은 LG가 제기한 특허등록 무효소송에서 서오텔레콤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후 서오 측이 제기한 4차례 소송에서는 반대로 LG의 손을 들어주는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지난 13년 동안 LG유플러스를 상대로 기나긴 특허분쟁을 끌어왔던 김 대표는 “대기업과의 분쟁에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면서도 “비양심적인 대기업과 불공정한 사법부 환경에 경종을 울리고, 마치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가 아무렇지 않은 양 행해지는 현실을 꼬집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특허법원에서 권리범위확인심판 항소가 진행 중이다.
1998년 설립된 서오기전은 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로 ‘한국형 원자력발전설비의 국산화’에 참여,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 가파르게 성장했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는 7년 연속 최우수 300개 협력사에 꼽힐 정도로 기술력에 대한 대내외 평가가 높았다. 제조업을 통해 5년 만에 사옥을 샀을 정도다.
2000년 서오기전은 서오텔레콤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IT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디자인연구소를 포함해 35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탄탄한 회사로 자리했다. 하지만 2004년 초 LG유플러스와의 특허분쟁이 본격화되면서 서오텔레콤은 여느 중소기업과 마찬가지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김 대표는 “결국 사옥과 집을 팔았고,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은 모두 떠나 현재는 7명만 남았다”면서 “피땀 흘려 함께 일군 사옥에 다시 임대해 들어와 근무하는 직원들을 보면 죄책감마저 든다”고 말했다.
스스로를 ‘엔지니어’로 칭한 김 대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회사를 키웠고, 제2의 도약 역시 아이디어에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0년 서오텔레콤은 휴대폰에 비상시 6미터까지 빛을 쏠 수 있는 ‘라이트’ 기능을 개발해 중국 보천그룹과 대규모 계약을 성사하기에 이른다.
김 대표는 “당시 카메라 플래시를 개발하면서 노키아에 대당 700원, 삼성전자에 150원의 기술특허 사용료를 제시할 만큼 잘 나갔다”면서 “비록 삼성은 일본 니찌아에 의뢰했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 확보가 중소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철학을 확고히 다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기술력을 사업 성공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김 대표는 LG유플러스와의 특허 분쟁이 이처럼 기나긴 싸움으로 전개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담당 변호사 역시 빨리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명확한 사실이 있음에도 대기업이 힘의 논리로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고 짓밟는 것을 두 눈으로 봤다”면서 “7개국에서 180여개의 특허를 받고, 책상에 수북이 쌓인 특허증을 보면서 자부심이 있었지만, 이제 와서는 무슨 소용이 있나 싶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차원 높은 아이디어를 발굴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 이겨보자는 건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아이디어와 대기업의 자본이 동등한 위치에서 결합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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