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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돌에 생각하는 동아시아의 인권공동체
2015-08-18 06:00:00 2015-08-18 06:00:00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광복 70년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에서 벗어나 자주독립국가가 된지 70년이 지났다. 마땅히 기뻐하고 즐거워야 한다. 그런데 광복 70주년을 맞는 마음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원래 서생은 걱정이 많은 법이라 서생의 기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처지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질문은 이렇다. 첫째, 광복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진정한 독립국가가 되었는가. 둘째, 동아시아는 식민시대를 청산하고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가 되었는가.
먼저 첫 번째 질문부터 생각해보자. 그동안 우리는 경제적 발전과 민주화를 성취했다. 매우 가난한 후진국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경제를 발전시켰다. 군부독재를 겪었지만 선거로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틀을 완성했다. 이 정도 성과는 세계에서도 드문 일이다.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주독립국가를 완성하지 못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으며 통일도 이루지 못했다.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중첩되는 한반도에서 우리가 자주적 외교노선으로 균형자 역할을 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자주독립국가가 아니다. 그리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오고 통일을 이루지 못하면 자주독립국가가 될 수 없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도 이와 비슷하다. 동아시아의 질서는 1894년 결정되었다. 청일전쟁이 그것이다. 청일전쟁을 계기로 일본은 조선을 식민지로 삼을 수 있었고 중국을 침공할 수 있었다. 중국은 일본과 기나긴 전쟁에 돌입했고 내전까지 겪었다. 조선은 패망했고 일본을 상대로 힘겨운 독립운동에 들어갔다. 청일전쟁 구도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끝났다. 전쟁은 끝났지만 동아시아는 청일전쟁 당시 만들어진 경쟁과 갈등의 구조가 그대로 남아 있다.
한·중·일은 경제, 문화적으로 세계 어떤 지역보다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을 하고 있다. 물자와 사람, 자본의 이동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에 대응할 만한 규모이다. 그러나 단일 국가인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연합 수준의 평화와 안전, 협력과 번영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경쟁과 갈등이 주된 구조이다.
한·중·일 관계가 경쟁과 갈등구조인 것은 과거사와 영토분쟁 때문이다. 동아시아는 청일전쟁 이후 전쟁과 식민, 내전과 국가폭력을 겪었다. 이로 인하여 발생한 침략전쟁범죄, 인권침해 문제는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도쿄 전범재판은 불충분했고 일본의 과거사 정리 역시 끝나지 않았다. 과거사 문제는 식민지배, 침략전쟁을 정리하고 반성하는 문제를 넘어섰다. 인류 생존을 위한 인류의 보편적 문제, 인권의 문제가 되었다. 과거사 정리는 더 필요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요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동아시아에는 영토분쟁이 있다. 한·일간 독도분쟁은 그 중의 하나다. 영토는 국가의 정체성이고 애국심의 원천이다. 자기가 태어난 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영토분쟁에서 국가가 양보할 수 없는 이유이다. 동아시아의 영토분쟁은 과거사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과거사와 함께 정리되어야 하지만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이다.
청일전쟁으로 시작된 경쟁과 갈등의 구조는 평화와 번영의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공동체는 새로운 가치에 기반해야 한다. 한·중·일 모두가 공감하고 세계도 받아들이는 보편타당한 가치를 제시하고 만들어야 한다.
동아시아 공동체의 가장 기초적인 가치는 인권이어야 한다. 인권은 동아시아를 오가는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한다. 평화도 인권의 일부이기 때문에 인권은 평화를 강하게 요구한다. 인권은 개인을 소중하게 보기 때문에 동아시아에 만연한 국가주의를 완화할 수 있다. 심리적인 국경을 낮출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인권은 시민사회를 중시하므로 동아시아의 시민사회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인권은 다양하기 때문에 과거사와 영토문제를 더 보편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한다. 국익보다 훨씬 크고 보편적이며 근본적인 가치이다.
유럽연합이라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여러 노력이 있었다. 이 중 인권의 역할이 컸다. 유럽인권협약은 1953년 발표되었고 유럽인권재판소는 1959년 설립되었다. 유럽인권협약과 유럽인권재판소는 인권이라는 가치로 유럽공동체 설립에 기여했다.
동아시아도 같다. 인권가치를 기반으로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를 만들 때 청일전쟁의 잔재를 극복하고 진정한 동아시아 평화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다. 이때가 걱정 많은 서생도 진정 광복을 축하할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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