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지분구조 /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또 다시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전 근대적인 지배구조와 황제경영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고, 이에 정치권의 압박 수위가 높아짐과 동시에 여론 또한 반롯데 정서로 들끓는 데 따른 투항이다.
신 회장은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국적 논란을 불식시키는 한편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강화'를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사들의 지분 축소 ▲기업공개 추진 ▲거미줄처럼 얽힌 순환출자의 80% 이상 해소 등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황제경영을 견제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번 회견의 핵심으로 꼽히는 순환출자 해소에 대해선 그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다만 한일 롯데를 분리하지 않는 이상 본질적 지배구조 개선은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순환출자 구조 해소는 신 회장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며 "삼성이나 현대차와 달리, 롯데는 순환출자의 개수만 많을 뿐 큰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유의미한 순환출자가 없어 큰 무리가 없다는 설명이다. 박수근 CEO스코어 대표 역시 "순환출자 해소는 복잡한 듯 보이지만, 뜯어보면 어렵지 않다"며 "주요 10여개 회사의 고리만 해소하면 80% 이상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일본롯데홀딩스가 가진 한국 지분에 대한 부분을 염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일본롯데홀딩스가 이사회를 열어 출자고리를 끊겠다고 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히려 "6개월도 안 되는 시간 내에 80%에 달하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하는데, 왜 여태껏 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며 "롯데가 여론의 압박 때문에 서두르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호텔롯데의 기업공개와 관련해선 총수 일가의 황제경영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 마련과 일본롯데가 가진 지분을 어떻게 낮출 지가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외이사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게끔 개선돼야 하고, 일본롯데홀딩스 등의 호텔롯데 지분을 얼마만큼 낮출 수 있는 지가 지배구조 개선과 지주회사 전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를 상장할 경우 투명성은 확보되겠지만 핵심인 지배구조는 여전히 일본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들에 얽매여 있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순환출자 해소보다 호텔롯데의 기업공개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 지가 롯데그룹의 본질적 문제인 황제경영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텔롯데의 지분 99%를 일본 기업들이 갖고 있는 만큼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업공개를 통해 신주를 발행한다고 해도 자금을 확충하는 방식만 될 뿐"이라며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들이 사외이사를 선임할 수 있게 보장하는 등 총수 일가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우 기자 theexo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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