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취임식에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임기 중 민영화 달성을 위해 경쟁력을 높이도록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스1
다섯 번째 시도되는 우리은행 민영화가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고민이 깊어졌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오는 21일 전체회의를 열고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공자위는 지난 13일 간담회를 열고 투자자 수요조사 결과를 검토했지만 매각 수요가 충분치 않은 상황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몇몇 사모펀드(PEF)들만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번에도 민영화가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론스타나 엘리엇 등의 사태를 겪으며 외국자본에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우리은행으로서는 당장 오는 25일에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이광구 행장이 민영화 의지를 다시 피력할 예정인데 의미가 무색해지게 됐다. 지난해 말 취임한 이 행장은 "임기중 반드시 민영화하겠다"며 강한 영업력을 주문해왔다.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오는 9월까지 연간 영업목표 100%를 달성하도록 임직원들을 몰아부쳤다. 민영화 성공이라는 명분이 있었기에 전 직원들이 묵묵히 따랐지만 민영화가 미뤄질 경우 앞으로 영업 동력을 찾기 힘들게 된다.
민영화에 대한 우리은행 직원들의 열망은 누구보다 뜨겁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관이다보니 예금보험 공사의 점검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금융감독원 검사, 국책은행들이 받는 감사원 감사를 매분기마다 받고 있다.
피감이 일상화되다보니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 어렵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가운데 사실상 국책은행이다보니 정부의 압박으로 부실기업 지원에 나선 것도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근엔 우리은행 노조가 나서서 부실기업 지원을 반대하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사실상 국책은행'으로 남게 될 경우 우리은행의 경쟁력 하락이 우려된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를 민영화 하면서 증권사, 자산운용사, 생명보험사 등을 팔았기 때문에 은행·증권·보험이 함께 영업을 펼치는 복합점포 등의 경쟁에서 다른 금융지주 소속 은행들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올해 초 "강한 은행을 만들겠다"는 이광구 행장의 장담과 달리 기업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날 우리은행 주가는 8930원을 기록했다.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1만3500원은 돼야 한다.
내년으로 민영화를 연기한다 해도 이번 정권내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내년 총선 정국이 기다리고 있고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면 정부가 금융공기관 민영화에 의지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임 이순우 행장도 상당수의 자회사를 매각하는 성과를 이뤘지만 은행 매각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며 "대내외 환경 때문이라지만 이광구 행장으로서도 민영화 연기 또는 사실상 무산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