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승패보다 '명분·원칙'이 더 중요하다"
"국민연금, 불공평한 결정·외부위원회 회부 배제는 패착"
'삼성-엘리엇' 공방 전문가 관전평
2015-07-15 06:00:00 2015-07-15 06:00:00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삼성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의 결전이 이틀 후면 승패가 갈린다.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의 마침표라는 점에서 삼성은 이번 대결에 명운을 걸었다. 엘리엇 역시 빅 이벤트의 주연으로서 손색이 없는 반격을 펼치고 있다.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명분이다. 삼성은 '합병을 통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내세우지만, 엘리엇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 : 0.3500885)을 문제 삼으며 "주주의  이익이 무시됐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양측이 감추고 있는 목표다. 삼성은 이번 합병을 통해 그간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한 단계 높이려 하고 있다. 반면 엘리엇은 허점을 정확히 짚으며 수익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양측 모두 내세운 명분과 다른 목적이 있기에 어느 쪽도 100%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처지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21%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이번 싸움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 결국 국민연금이 논란 끝에 삼성 편에 서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합병 성사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우선 명분 싸움에서 삼성이 크게 밀렸다는 평가를 내놨다. 엘리엇이 헤지펀드(Hedge fund: 단기간에 투자기회를 포착해 수익을 회수하는 곳)이지만, 애초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합병을 추진한 삼성이 원인 제공자라는 얘기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삼성은 주주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총수 일가의 지배권 강화만 생각했다"며 "엘리엇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은 과소평가됐고, 제일모직은 과대평가를 받고 있어 장기적으로 승계에 따른 거품이 빠지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도 "그간 삼성은 이건희 회장 지배체제가 확고했고, 사업구조 개편도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이번에도 낙관했다"며 "삼성물산 경영진들이 주주의 이익을 위해 합병을 결정한 게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의 의견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각과도 일치한다. 경제개혁연구소가 14일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57.5%였고, 이중 63.2%는 두 회사의 합병 목적이 '이건희 회장 일가의 경영권 승계'라고 답했다. 삼성이 내세운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추진되는 것'이라고 답한 사람은 26.5%에 불과했다.
 
국민연금의 행보에 대해서도 전문가은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1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을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회부하지 않은 채 자체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의사결정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며,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으로 '투자자-국가소송(ISD)' 제기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승희 경제개혁연대 사무국장은 "과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에 안건을 회부한 다른 사례들과 비교할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은 투자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정하기 곤란한 사안"이라며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한 것은 그간 확립된 안건회부의 원칙을 무시한 것으로, 지난 6월 SK 합병 건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전혀 맞지 않는 부적절한 의사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인 교수는 "엘리엇이 이번 국민연금의 결정이 투자자를 위한 게 아니라 삼성 편들기였다고 판단한다면 ISD를 제기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ISD에 드는 소송비와 손해배상금은 전부 혈세에서 나가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진방 교수도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며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상우·최병호 기자 theexo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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