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의 위헌 여부 결정에 앞서 헌법재판소가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9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종교적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모씨 등 3명의 청구로 이뤄진 이날 헌법소원 공개변론에서는 "존엄한 인간이 자신의 신념에 따른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행위"라는 청구인 측 주장과 "양심의 자유는 병역 의무와 충돌할 때 제한이 가능하다"는 반대 의견이 오고갔다.
현재 병역법 88조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다. 실제 법원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부분 재입영처분을 받지 않는 최소한의 양형인 징역 1년6월을 일률적으로 선고하고, 법정구속은 하지 않고 있다.
청구인 측은 대체복무의 기회도 주지 않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형사 처벌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고, 대체복무를 병역의무 이행보다 더 불이익하게 규정해 병역회피 악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오두진 변호사는 "한국의 403개 교도소에 706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감 중"이라며 "진지하고 절박한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는 한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소극적인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 사회에서는 이를 '자의적 구금'이라고 칭하고 있으며 한국의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난민 지위를 인정한 사례(캐나다 2건, 프랑스 1건, 호주 4건)도 있다"고 밝혔다.
천주교 신자인 홍모씨 측 박주민 변호사는 "지난 2011년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리며 우려한 병역자원 손실 문제 등은 국제 전문기관의 연구에 따르면 추상적이고 지나친 우려"라고 주장했다. 김수정 변호사도 "양심의 자유는 상황에 따라 보호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보호돼야하며, 남북 대치상황이라는 이유로 부인될 수 없는 인권"이라고 말했다.
김이수 재판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형사처벌이)부끄러운 인권 현실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를 국가가 앞장서서 대체복무제를 적극 도입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면서 "전해철 의원이 발의한 병역법 개정안을 보면 현역 군복무 기간의 1.5배 정도의 대체복무를 하도록 하는 등 합리적인 제도도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김 재판관과 강일원 재판관은 현재 육군 현역 입영대상자를 감축하고 있는 현실과 국방부의 주장이 모순된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2013년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 76%가 대체복무에 대해 찬성하고 있다"는 재판관의 지적에 대해 국방부 측은 "평시 상황을 전제로 한 조사로 전시에는 달라질 수 있다"고 답했다.
반면 국방부 측은 "국방의 의무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으로 양심의 자유와 충돌할 때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른 제한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남북이 대치하는 특수한 안보상황과 대체복무 도입시 발생할 병력자원 손실 등을 고려할 때 형사처벌이 기본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어 "병역 기피를 위해 불법 행위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인간 내면의 신념을 객관적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병역에 대한 예외를 허용한다면 병역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입법적 영역으로 허용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지난 2004년 서울남부지법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파장이 일었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유죄 판결을 내렸다. 최근 광주지법은 지난 5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병역거부자에 대해 다시 무죄를 선고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헌재도 그동안 관련법 조항에 대해 2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병역법 개정안은 17대, 18대 국회에서 제출됐다가 회기 만료로 폐기되고 19대 국회에도 관련 법률안이 제출돼있는 상황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훈련병들이 지난해 6월 육군 논산훈련소 종합각개전투 훈련장에서 연막탄을 뚫고 전방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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