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망자 유가족 및 격리자들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병원을 상대로 첫 소송을 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9일 오후 메르스 피해자들을 대리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 3건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한다고 밝혔다.
원고는 건양대병원에서 사망한 45번 환자의 유가족 6명, 강동성심병원을 거친 뒤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173번 환자의 유가족 6명,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단순 격리된 가족 3명 등이다.
이들은 국가와 각 기초자치단체인 대전광역시, 서울 강동구청, 경기 시흥시 그리고 각 병원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청구금액은 각 3억3000만원, 1억6000만원, 700만원으로 사망자와 유가족은 일실소득과 위자료를 계산해 청구했으며, 격리자는 일실수입을 배상하라고 청구했다.
강동성심병원 사망자 유가족들의 소장은 오는 10일 접수할 예정이다.
이들은 국가 와 병원이 메르스가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막지 않았고 오히려 정보를 통제해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헌법 제34조와 보건의료기본법,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위반 문제를 제기했다. 지자체에는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병원에는 의료법 위반 등에 대해 책임을 묻기로 했다.
기자회견에 나온 173번 환자의 아들 김모씨는 "방역당국에서 초기에 병원명을 공개했다면 슈퍼전파자도 없었을 것이고 저희 모친도 감염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이 밝혀야 할 부분을 밝히고 본분을 다해야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173번 환자는 지난달 5∼9일 강동성심병원에서 76번 환자와 접촉한 후 다른 병원들을 거쳐 같은달 17∼22일 다시 강동성심병원을 경유했다. 22일 확진판정을 받은 뒤 이틀 만에 숨졌다.
소송대리인 신현호 변호사는 "병원은 감염을 일으키고 조기에 치료하지 못한 책임이 있고 국가는 실태 역학조사를 하면서 강제 격리 등 적극 조치를 취해 감염 확산을 막았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은 "이번 메르스 사태는 전염병 관리 등 국가 시스템과 민간병원 체계가 붕괴됐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단순히 피해자 권리를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국가의 보건의료정책 및 감염관리 체계에 대한 책임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소송 취지를 설명했다.
경실련은 또 다른 메르스 피해 사례를 검토해 2,3차 소송을 이어갈 예정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실련 대강당에서 열린 메르스 피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고인이 된 메르스 173번 환자의 아들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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