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엇박자 '빈집 없는 빈집 프로젝트'
당초 공고와 달리 방 3개 이상·건물 전체 지원 조건만 적용
입력 : 2015-07-05 09:37:38 수정 : 2015-07-05 09:37:46
#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을 가지고 있는 S씨는 서울시가 공실로 남아있는 주택을 리모델링 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는 말을 듣고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퇴짜를 맞았다. 방 개수가 적고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지 않는 이상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S씨는 서민 주거복지에 도움을 주겠다고 만든 제도가 사업성을 운운한다는 게 도통 이해가 가지 않는데다, 처음부터 제대로 공지를 해줬으면 헛수고를 하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 못내 아쉽기만 하다.
 
서울시가 6개월 이상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해 맞춤형 민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고자 도입한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를 두고 사업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빈집 소유자 모집 조건이 까다로운데다, 사전에 안내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2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빈집 발굴, 주택 리모델링, 입주자 관리를 담당할 사업시행기관과 빈집 소유자를 모집했다. 사업은 시가 지정한 사업시행자가 빈집을 리모델링하도록 하고 그 비용을 최대 2000만원(전체 비용의 50%)까지 지원해주는 구조다.
 
사업 대상 빈집은 정비사업해제구역 187개소와 정비사업구역 80개소를 포함한 서울시내 전역에 있는 단독주택(방 3개 이상)·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이며,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곳에 입지해야 하고, 지나치게 낡아 붕괴 위험이 없어야 한다. 시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총 16동의 빈집 소유자 모집을 완료한 이후 계약 및 리모델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취재 결과 빈집 소유자 모집 시 단독주택에만 해당되는 '방 3개 이상'이라는 조건이 다세대주택에도 적용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 또 모집공고와는 달리 건물 전체 소유주가 아니라면 사업에 참여하기 어렵다.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던 한 다세대주택 소유자는 "분명 단독주택만 방이 3개 이상이면 된다고 해서 신청할 때 방 2개인 다세대주택이라고 밝혔고, 담당 직원도 괜찮다고 했었는데 이제 와 무조건 빈방이 3개 이상이어야 하고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지 않으면 사업 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해서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빈집 프로젝트는 사업성과 공공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최소 방 3개 이상을 리모델링해야 집이 필요한 1인 가구 5~6세대에게 공급할 수 있고, 방이 2개라면 단일 건으로는 사업 진행이 곤란하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수도권에서 방 3개짜리 빌라는 아파트의 대체 수요나 다름없어 공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1인 가구 구조에 맞춰져 있는 현행 다가구·다세대주택의 바닥면적을 660㎡ 이하에서 1320㎡ 이하로 완화해 2~3인 가구를 흡수하도록 하는 내용의 제도 개선 방안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바 있다.
 
이밖에 정비사업(해제)구역의 주택을 포함하면서도 정작 리모델링이 필요한 노후주택은 제외하고 있어 사업 대상이 되는 빈집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내 80개 정비구역 중 빈집은 총 3017가구에 달하지만, 이 가운데 사용 가능한 물량은 고작 77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빈집 실태조사와 입주자 모집의 역할을 수행할 각 자치구에서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빈집을 발굴하기 힘들다"며 "주거 복지 차원인지, 빈집 정비 차원인지, 공공사업과 민간사업인지의 경계도 명확하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공공사업이라면서 사업성을 따진다고 했으니 결국 대지 면적이 큰 주택의 소유자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빈집을 살리자는 취지와 다소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방치된 빈집을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서울시
 
방서후 기자 zooc60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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