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해외 자원개발업체를 인수해 국고에 5500억원대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영원(64)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조윤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30일 강 전 사장에 대해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구속의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의 해외 자원외교 비리 수사와 관련해 공기업 고위 관계자를 구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는 지난 26일 강 전 사장이 충분한 검증 없이 캐나다 자원개발업체 하베스트(Harvest Trust Energy)와 자회사 노스아틀랜틱리파이닝(날·NARL)을 인수해 석유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조사 결과 석유공사는 하베스트를 통해 거둔 수익이 없는 데다 채무상환 등 악화된 경영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1조원 상당의 비용을 투입했다.
석유공사 재무팀 관계자는 전날 검찰에 출석해 이같이 진술하면서 '하베스트가 생산한 석유는 경제성이 없어 국내 도입이 불가능했고, 선적운반 비용이 더 드는 상황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공사는 2009년 NARL을 인수하면서 평가시세보다 3133억원 이상 비싼 1조3700억원을 지급했으나 매년 적자가 누적되자 지난해 8월 매각하면서 회수한 금액은 329억원에 불과했다.
검찰은 당시 이명박 정부의 평가 지표였던 '자주개발률'를 높이고 정부기관장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부실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강 전 사장은 공기업 기관장 평가에서 2008년 C등급을 받았지만 하베스트 인수 성과를 인정받아 이듬해 A등급으로 뛰었다.
검찰은 지난 1일과 22일 두 차례 소환해 조사하고, 최 경제부총리 등을 상대로 서면·소환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강 전 사장에게 최종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또 석유공사의 자문을 맡았던 메릴린치에 대해서도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으로 예정된 구속 전 심문에 10분 정도 일찍 나온 강 전 사장은 "부실인수가 아닌 경영상 판단이었다는 입장은 여전한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 그렇습니다"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어 최경환(60) 경제부총리에게 보고는 했지만 인수 최종 결정은 강 전 사장이 직접 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네"라고 말했다. 또 "배임 혐의를 모두 부인하느냐", "어떤 부분 집중 소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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