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메르스의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불안도 더욱 커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자 수가 늘어나면서 사망자 수도 늘고, 6월 8일 현재 전체 격리자 수도 2,500명이 넘었다. 지역적으로도 평택 및 경기도 일부와 서울에서만 확진자가 발견되던 것에서 대전, 순천, 김제, 원주, 부산 등 확진자가 나오는 곳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병원내 감염을 넘어서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되는 시기이다.
메르스를 일으키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2012년 처음 분리된 바이러스인데, 자연숙주는 박쥐, 매개동물은 낙타로 추정하고 있다. 사스나 에볼라 등 다른 신종감염병과 마찬가지로 이 바이러스도 동물에서 사람에게 옮겨온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국내에서 분리된 바이러스에서 큰 변이가 발견되지는 않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중동에서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와 같다는 의미이다. 만약 메르스 감염과 관련되어 한국인의 유전적 특성이 감수성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바이러스의 전파능력 등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메르스의 유행은 병원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첫 환자로부터 많은 감염자가 생겨났는데, 이를 잘 막지 못하면서 삼성서울병원, 대청병원, 건양대병원 등으로 2차 감염자가 확산되었다. 6월 8일 현재 이들 병원에서 3차 감염자가 증가하고 있고, 이들 병원을 다녀온 사람들로부터 다른 병원에서 4차 감염도 가능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재 초미의 관심은 메르스가 지역사회감염으로 확산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지역사회감염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병원중심의 감염이 이루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응을 필요로 하며, 경제나 국민에 미치는 영향도 어마어마하게 커진다.
현재까지 메르스가 주로 유행한 곳은 중동지역, 그것도 사우디아라비아이다. 특히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지역에서 대규모 유행이 일어났을 때, 이것이 전세계로 확산되는 판데믹의 전초가 아닐까하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그런데 이때 감염자 255명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이중 의료인이 약 30%였으며, 특히 증상이 있는 환자의 97%는 병원내 감염자로 추정되었다. 즉, 대규모 유행이 있었지만 메르스는 기본적으로 병원감염질환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유행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은 한 사람의 감염자가 단기간내 여러 사람을 감염시키는 슈퍼스프레딩(super-spreading) 현상이다. 적어도 3명의 슈퍼감염자가 평택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그리고 건양대병원 등에서 여러 감염자를 배출했다. 그런데 현재까지 이들 환자들에서 전파된 사람들은 모두 병원내에서 직간접으로 접촉한 사람들이다. 유행의 시발점이 된 첫 번째 환자의 경우도 여러 병원을 전전하면서 사회적 접촉을 일으켰지만, 감염된 사람은 모두 병원내 접촉자 였다. 즉, 적어도 기존의 사우디아라비아의 유행이나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전파양상을 보면 지역사회 감염자가 산발적으로 발생할 수는 있지만 지역사회에서 전파가 활발히 일어나는 유행까지 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현재까지의 자료가 말해주는 것이고, 다른 증거들이 나타나면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분명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가능성이 낮다는 것과 대비해야 하는 것은 별개이다. 현 시점이 지역사회유행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해야할 시기이다. 방역단계에서 놓친 환자들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것에 대비하여 급성호흡기질환이나 폐렴환자에 대한 지역사회 메르스 감시체계의 강화, 지역사회유행시 취할 조치들의 매뉴얼의 점검이 이루어져야 한다. 병원이 감염자의 증폭역할을 하지 않도록 병원내 감염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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