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언급하며 재조명 받고 있는 '페이고(Pay-Go)' 제도에 대한 찬반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페이고 제도는 의무지출을 증가시키는 법률안 추진 시, 지출이 증가된 만큼 다른 지출을 감소시키거나 세입을 증가시키는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국가 재정건정성 유지 장치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입법을 통한 무분별한 정부 지출 증가를 막기 위해 재정 지출이 필요한 법안은 재원 조달 방법도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돈 버는 사람 따로 있고, 돈 쓰는 사람 따로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회의 무분별한 재정수반 법안 발의를 겨냥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회에 발의돼있는 페이고 법안을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실행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당은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입법권 침해'라며 반발했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페이고 제도는 미국 예산시스템에 적합한 재정준칙이라고 지적하고 "대통령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제도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왜곡해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천호선 대표는 '65세 이상 기초연금 20만원',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부담' 등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놨다가 재정문제로 후퇴된 법안들을 열거하며 "대통령이 페이고 원칙에 대해 말하려면 적어도 자기반성이 우선"이라고 비판했다.
'입법권 침해'라는 반응에 더해 제도 자체의 실현 가능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운영 중인 페이고 제도는 미국 의회의 예산편성권을 전제하는데 우리나라의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있어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아울러 비판받고 있는 '재정수반 의원입법 남발' 역시 재정수반 법안의 비용추계서 첨부를 의무화하는 등 보완 노력이 있어왔다. 한 국회 관계자는 "재정수반 법안의 심사과정에서 소관부처(정부)의 의견을 듣는 등 통제장치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고,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입법 권한을 막을 수 있겠느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한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미국에서 재정수반 법안 간 트레이드(맞교환)가 가능한 이유는 복지가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무지출 예산 안에서 조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복지지출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의 지출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은데, 다르게 보면 복지 정책 자체가 성장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라며 페이고 제도 시행으로 복지 지출 확대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을 우려했다.
현재 국회에는 페이고 제도 도입을 골자로하는 새누리당 이만우, 이노근 의원의 국회법 개정안의 발의돼있으며, 지난해 4월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 소위원회에서 다뤄진 후 심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박근헤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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