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영화계에 가장 대두되는 이슈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상영 독과점’ 문제이다. 일부 대기업이 한국 영화의 제작, 투자를 넘어 배급과 유통을 전적으로 독점하는 기형적인 구조 속에서 소규모의 다양성 영화들이 빛 볼 틈이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과점 구조에 작은 빛이 되기 위해 약 2년 전 설립된 협동조합이 있다.
그 곳은 바로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 협동조합’이다. 이미 약 5개월 전 ‘바람’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자신들이 꿈꾸는 바를 드러낸 바 있는 그들은 짧은 기간이 지난 지금 어떠한 모습으로 변화를 거쳤을까? 그들이 지향하는 ‘공정 영화계’를 알아보기 위해 프로모션팀 김선미 씨와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자료=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 협동조합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 협동조합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짧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 협동조합(이하 모극장 협동조합)은 영화창작자 혹은 문화인들의 영화 향유권이라는 권리를 모두에게 위해 보장하기 위해 설립이 된 단체입니다. 설립한 지 아직 2년 정도 되었지만 그 사업 범위를 점차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 인터뷰때의 모극장 협동조합과 지금의 모극장 협동조합, 그 사이에 변화한 점이 있나요?
지난 인터뷰 때, 제가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드리면서 생협과의 지역 연계를 언급했었어요. 당시 지역 연계를 언급했던 이유는 생협이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있고 지역 조합원들 조직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그들과의 연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지역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보고자 하는 공동체를 조직하고 그들이 좀 더 수평적인 조직구조 내에서 자신이 볼 영화를 주도적으로 선정할 수 있게 만드는 ‘시민 프로그래머’를 맡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것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문화 향유권의 확장이나 영화 생산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죠.
그런데 당시에는 막연하게 ‘생협과의 연계’라고 언급했던 부분이 현재는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마다 영상 미디어 센터라는 곳이 있는 데 저희는 그곳과 연계를 해서 시민들과 시민 프로그래머 육성 워크숍을 하게 되었고 그 분들은 직접 영화제를 기획하고 홍보를 하는 영화제를 개최하게 되었죠. 작년에는 이를 수원에서만 진행했었는데 올해에는 5,6개 지역으로 확대 진행할 계획이에요. 이런 활동들이 저희가 추구하고자 하는 ‘시민 영화’라는 부분에서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 것 같습니다.
작년 11월 인터뷰에서 “대자본이 이끄는 대형 영화관의 독점 구조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아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라는 말을 하셨습니다. 그 이유를 여쭤볼 수 있을까요?
우리 협동조합 설립의 맥락은 현재 영화계의 독점 구조를 바꾸겠다는 거창한 의미가 아닙니다. 자본주의라는 사회에서 자본을 거스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죠. 때문에 저희는 이것 자체를 바꿔보겠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저희는 단지 유의미한 활동들을 함으로서 영화계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작고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며 우리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대기업 독점의 영화계에서 모극장이 꼭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은 앞서 독점 구조 개혁에 관한 질문과 연관이 되는 듯 싶습니다. 우리는 모극장을 대기업 상영관의 라이벌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에요. 우리는 그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모극장을 선택한 것도 아니죠. 단지 우리가 당연히 누렸어야 할 문화 향유권을 독과점으로 인해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시작하게 되었던 것뿐입니다.
최근 영화계에는 영화 상영 심의 검열 문제가 굉장히 큰 이슈가 되고 있죠. 이런 것들이 사실 창작자들에게는 하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못하게 하고 관객에게는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못보게 하는 방해요소가 되고 있어요. 이런 것들이 문화 향유권 자체를 규제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주최하는 시민 프로그래머의 영화제나 상영회를 통해 이러한 기회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민 프로그래머들이 자발적으로 영화제를 기획해 영화를 상영하고 정부 규제에 막혀 지원받지 못하는 영화들을 조금씩 투자를 하거나 펀딩을 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제작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것이 모극장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김선미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 협동조합' 프로듀서(사진=바람아시아)
그렇다면 모극장 협동조합에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민 프로그래머들이 직접 영화 선정에서부터 영화제 개최까지 직접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팝업 시네마테크’가 있습니다. 올해는 서울 영상 미디어 센터에서 이를 개최했고 무료 상영회로 진행되었죠. ‘90년대 비디오가게 회고전’이라는 컨셉으로 시민 프로그래머 6명이 영화제 기간에 각각 자신이 선정하고 싶은 영화를 선정해 영화를 상영했어요.
그 주제는 첫째 날에는 ‘추억’, 둘째 날에는 ‘재발견’이었어요. 그래서 첫째 날에는 영화 속에 내포되어 있는 음악, 사물, 공간 등을 통해 사람들이 추억할 수 있는 영화를 상영했습니다. 이 주제에 맞춰 시민 프로그래머가 직접 선정한 영화인 ‘미술관 옆 동물원’이나 ‘청춘 스케치’라는 영화가 상영되었죠. 그리고 둘째 날에는 90년대 왕성히 활동했던 감독이었지만 요즘은 활동하지 않거나 잊혀진 감독들의 영화들을 재발견해보자는 의미로 상영을 했고 이 주제에 따라 장선우 감독의 ‘경마장 가는 길’을 상영했습니다.
또한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시민 프로그래머들이 자신이 직접 선정한 영화들에 얽힌 추억이나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호스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이 호스트 프로그램은 어느 영화제도 볼 수 없는 틀이 없는 자유로운 구성입니다. 우리는 영화를 상영한다는 것에도 중점을 두지만 시민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것에 더 무게를 둡니다. 그래서 우리 영화제는 시민들의 이야기가 영화제에 녹여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죠.
◇자료=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영화 협동조합
과거에는 조그마한 노트북 화면으로 영화를 보는 ‘랩톱 영화제’도 진행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네, 맞아요. 2013년도에는 조그마한 노트북 화면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화를 제작한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직접 보는 랩톱 영화제를 진행했었어요. 영화는 단순히 화면, 사운드에서만 재미 요소를 느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외적인 면에서 영화의 재미요소를 찾고자 하는 생각으로 시작된 영화제였죠. 하지만 게스트 섭외비나 장소 대여비 등 경제적으로 지출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워 호응이 가장 좋았음에도 현재는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모극장은 매달 시(SEE)사회와 늘씨네를 통해 정기상영회를 개최하는데, 이 프로그램들이 궁금합니다.
앞서 말했던 팝업 시네마테크나 수원 사람들 영화제 같은 경우는 시민 프로그래머들이 기획부터 홍보까지 모든 것을 직접 만드는 시민 영화제입니다. 하지만 시(SEE)사회와 늘씨네는 저희의 기획으로 만드는 영화제죠.
시(SEE)사회같은 경우는 시청에 있는 ‘스페이스 노아’라는 코워킹 공간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시(SEE)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의미가 담긴 영화를 상영하고 이에 대한 메시지를 공유하고 환기하는 자리로 만듭니다. 이름 자체도 일반 시사회가 영화 쇼케이스의 의미가 있는 반면 우리의 시사회는 ‘시(示)’에 ‘SEE’를 붙여서 영화를 통해 사회를 바라본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어요.
그리고 늘씨네와 같은 경우는 ‘늘 Cine’ 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항상 존재하는 Cinema라는 뜻이죠. 따라서 문화 다양성을 추구하시는 분들이나 영화 관계자 분들을 초청해서 이야기를 주도적으로 끌어가듯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영화 ‘해무’의 심성보 감독이나 인디 밴드, 평론가 분들이 주로 상영회를 진행하죠.
매달 상영회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는 상영회를 진행할 때 공간에 모이는 사람들의 특성에 맞게 영화 선정을 진행합니다. 영화를 선정할 때 ‘사회 혁신 컨텐츠’라고 하는 여성, 환경, 노동과 같은 사회 이슈들이 담긴 영화들을 주로 상영하죠.
시(SEE)사회에서는 협동조합을 주제로 시리즈로 상영을 기획하기도 했었습니다. 첫 달에는 협동조합의 배경과 필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 켄 로치 감독의 ‘자유로운 세계’라는 영화를 상영했었고 이 영화를 통해 자본주의 구조 내에서 어떤 경쟁과 착취가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리고 둘째 달에는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가 협동조합을 필요로 하는 이유를 이야기하고 마지막 달에는 따라서 결국 협동조합이 이 경제 구조에서 진정한 대안이 맞는지에 진단하기 위한 이야기들을 했죠. 예전에 민영화가 한참 화제가 되었을 때에는 영국의 철도 민영화를 다룬 켄 로치 감독의 ‘네비게이터’를 상영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창 시리아 내전 문제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되었을 때는 타달 델키 감독의 ‘홈스는 불타고 있다’라는 영화를 상영하고 직접 시리아에서 유학하는 현지인 분과 이야기를 진행하기도 했어요.
혹시 모극장을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한계점을 느낀 적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조직화’인 것 같아요. 저희는 수원에서 ‘수원 사람들 영화제’를 기획하기도 했고 ‘모극장 청년기획단’을 운영하기도 했어요. 이를 통해 단지 영화제를 기획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준조합원 제도를 통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고 이를 앞으로 모극장의 방향성을 어떻게 연관을 시킬 것인지에 대한 교육을 5~6개월간 시행할 예정이었죠. 그런데 이에 관심을 보이거나 지원해주시는 분들이 대부분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과 같은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생활과 밀접시켜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적었어요. 그래서 나중에는 결국, 6~7명 정도의 소수 정예 멤버만이 남아 활동을 지속해주게 된 것 같아요. 조합원들끼리의 조직화가 체계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죠.
이러한 어려움과 많은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결국 모극장이 궁극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창작자들에게는 만들고자 하는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주고 관객에게는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저희는 그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사업 단위들이 ‘시민 프로그래머’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시민 프로그래머를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워크숍도 진행하고 있고 이를 규모화시키기 위해 생협과의 연계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직접 만드는 영화제’가 활성화 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시민들이 능동적으로 영화제를 직접 만들어갈 수 있도록 교육도 하고 멘토링도 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모극장 협동조합의 일원으로서 한국영화계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주세요.
우리는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영화를 능동적으로 볼 수 없는 독과점 형태에서 영화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창작자들은 투자나 지원에 의해서만 영화를 제작할 수 있죠. 저는 관객이 자신이 직접 관람하고자 하는 영화를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창작자들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원활하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한국영화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모극장 협동조합은 부족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후원을 통해 매 분기 혹은 매 달 상영회를 지속하고 있다. 관객과 창작자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그들이 존재하는 한 한국 영화계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작은 빛에 불과한 그들이 점차 한국 영화계의 다양성을 밝게 비춰주는 더 큰 빛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