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권오준호가 닻을 올리고 철강의 바다로 출항한 지 1년이 흘렀다. 제8대 회장에 공식 취임한 날은 지난해 3월14일, 포스코 최고경영자추천위원회로부터 단독 회장 후보로 내정된 날은 그보다 2개월 앞선 1월16일이었다. 방만경영과 경쟁력 추락, 재무구조 악화 등에 시달리던 포스코가 그와 함께 1년을 보냈다.
사실 지난해 1월 그가 단독 회장 후보로 내정됐을 때만 해도 그를 향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기술 전문가로서 경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데다, 정치권이나 중우회 등과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 불안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샌님 같은 그의 성정도 회자됐다. 하지만 그는 약점을 기회요인으로 삼았다. 빚진 게 없어서였을까. 그는 강도 높은 쇄신의 칼을 빼들었다. 위대한 포스코로서의 재건이었다.
지난해 포스코는 3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최근 3년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지난해 중국산을 위시한 저가 수입산의 물량 공세 속에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마저 극도로 침체된 것을 감안하면 선방이다. 외형을 급격히 키운 현대제철은 잠재적 경쟁자에서 실질적 경쟁자로 부상했다. 어지러운 시장상황 속에서도 권오준호에 대한 평가는 일단 '안착'으로 모아진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News1
◇솔루션 마케팅 효과..매출 감소에도 수익성 개선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5조984억원, 영업이익 3조21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5.2%, 영업이익은 7.3% 개선됐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대우인터내셔녈의 도움이 컸다. 전성기 구가했던 분기별 1조원대의 영업이익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다만 3년 연속 영업이익 하락세를 끊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포스코 단독기준으로는 매출액 29조2189억원, 영업이익 2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4.3%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6.1% 증가했다. 거대한 캡티브 마켓을 보유한 현대제철의 약진과 저가 수입재의 공세로 매출액은 줄었지만, 마진율이 높은 고부가 제품 판매량이 늘면서 수익성은 개선됐다.
특히 자동차, 에너지 등 고부가 수요군을 타깃으로 한 솔루션 마케팅에 힘입어 솔루션 마케팅 연계 판매량은 2013년 45만6000톤에서 지난해 130만2000톤으로 186% 급증했다. 포스코의 대표적인 고부가 제품군인 월드 프리미엄(WP) 제품 판매량도 2013년 905만3000톤에서 지난해 1020만7000톤으로 13% 증가했다.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9%에서 33.3%로 늘었다.
숙원이었던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제철소가 본격 가동에 돌입하면서 해외 철강법인 판매량은 전년(464만2000톤) 대비 54% 늘어난 716만4000톤을 달성했다. 지역사회와의 마찰에 고비마다 제동이 걸렸지만 인도네시아 중앙정부와 우리정부의 지원이 포스코의 숙원을 풀어줬다. 포스코로서는 신흥시장에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
올해 매출액 목표는 연결기준 67조4000억원, 단독기준 29조3000억원으로 설정했다. 포스코의 조강생산과 제품판매 목표는 각각 3840만톤, 3590만톤이다.
◇철강 경쟁력 강화에 집중..조직개편으로 체질 개선
권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 직후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임 정준양 회장의 색깔은 단호히 지워졌다.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 선언이었다.
기존 기획재무, 기술, 성장투자, 탄소강사업, 스테인리스사업, 경영지원 등 6개 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등 4개 본부제로 개편하고 기획, 구매 등 지원업무를 맡는 경영 임원을 31명에서 14명으로 절반 이상 감축했다.
또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가치경영실'을 신설해 그룹 차원의 투자 사업과 경영정책 등을 조율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도록 했다. 권오준의 색깔이 가치경영실을 통해 그룹 전반으로 퍼져 나갔다. 원가 절감을 비롯해 갑질 관행 탈피, 안전 우선 등의 경영방침이 내려졌다.
이어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는 포항제철소장에 김학동 SNNC 대표를 신규 선임하고, 광양제철소장에는 안동일 전무를 임명하는 등 현장 수장들을 교체해 조직의 긴장감을 높였다. 지난해 주요 계열사 사장단을 포함해 대규모의 교체 인사를 단행했던 터라, 올해는 내실을 다지기 위해 조직 안정에 무게를 두는 한편 성과와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그룹사 간 인사 이동을 확대했다.
◇비핵심사업은 매각, 미래 먹거리 확보 위한 M&A는 'OK'
이와 함께 주력인 철강을 비롯해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원천소재와 청정에너지 외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비핵심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4일 세아그룹에 포스코특수강을 1조1000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달 말 슬래그파우더 생산업체인 자회사 포스화인 지분 69.2%를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특히 포스코특수강 매각의 경우 사업 구조조정 목적 외에도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입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 성격이 강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후 세아그룹은 포스코의 암묵적 지원 속에 현대제철과 동부특수강 인수를 놓고 경쟁했지만 끝내 현대제철에 무릎을 꿇었다.
이 사건으로 세아그룹과의 연대를 통해 현대제철을 견제하려던 포스코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세아그룹에 특수강 원천소재를 공급하는 포스코로서는 현대제철의 독주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에 진출해 모그룹인 현대·기아차 물량을 싹쓸이할 경우 포스코의 내수 판매도 그만큼 줄게 된다.
포스코는 미국 강관생산 합작사 USP 지분(35%)을 러시아 철강업체 에브라즈에 매각했다. USP는 2007년 포스코와 US스틸이 각각 35%, 세아제강이 30%의 지분으로 합작해 설립한 대구경 스파이럴 강관 생산업체다. 총 1억3000만달러가 투자됐다.
아울러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협상을 진행 중이며, 포스코에너지의 상장도 추진할 계획이다. 전남 광양제철소 내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과 남미에서 조림사업을 하는 포스코-우루과이 등 자회사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LNG 터미널은 도이치뱅크, 포스코-우루과이는 안진회계법인을 각각 매각 자문사로 선정한 바 있다.
한편 권 회장은 미래 먹거리 확대를 위한 사업에는 과감하게 투자를 단행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 8월 청정에너지 사업 확대를 위해 동양파워(현 포스파워) 지분 100%를 4311억원에 인수했다. 동양파워는 2012년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0만kW 규모의 삼척석탄화력발전소 사업권을 취득했다. 오는 2020년과 2021년에 순차적으로 1000㎿급 발전기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로써 포스코에너지는 인천LNG복합발전소와 포항 및 광양에 부생가스복합발전소 외에 석탄화력발전분야로 사업범위를 넓히고 민간발전업계 1위자리를 고수할 수 있게 됐다. 또 발전소 건설에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포스코ICT 등 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해 그룹 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지난해 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당진발전 패키지 인수는 전략적으로 포기했다. 산업은행의 인수 권유에 등이 떠밀리면서 현장 실사 등을 진행했지만 미래 수익성 대비 재무부담이 커 인수를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정부 입김에 휘둘렸던 모습과는 달라졌다.
◇포스코특수강 공장 전경(사진=포스코특수강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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