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땅콩 리턴'과 관련해 구속 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여모(57·구속기소) 상무를 통해 '증거인멸' 등에 대해 수시로 보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뉴스토마토가 확보한 조 전 부사장과 여 상무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은 사건 직후부터 '허위 진술 강요'와 '증거 인멸' 등에 대해 수차례 보고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박창진(42) 사무장을 하기 시키고 10분 뒤인 지난달 5일 오후 3시15분경(뉴욕시간 오전 1시 15분) 여 상무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콩 서비스 하나 제대로 못해서 승무원 하기시키고 비행기 delay 시켜야 하는지, 담당자 모두 각자 임무에 대한 문책 할 것이니 월요일 팀장 회의 전까지 이메일로 보고하십시오"라는 내용이었다.
여 상무는 이메일을 받기 12분 전인, 오후 3시 3분경 대한항공 중앙통제소로부터 해당 항공기가 박 사무장을 하기 시킨 후 이륙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은 상태였다.
그는 이후 박 사무장과 마카다미아 서비스를 제공했던 김모 승무원에게 소속 팀장을 통해 당시 상황에 대한 사실관계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지시했다. 여 상무는 두 사람의 보고서를 통해 조 전 부사장의 욕설과 폭행 사실을 확인했다.
◇조현아, 귀국 직후 "박 사무장 등 승무원 문책" 지시
조 전 부사장은 다음날인 6일 인천국제공항에 귀국한 직후인 오전 6시경 공항 내 대한항공 사무실에 임원 몇 명을 모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박 사무장 등에 대해 '서비스 매뉴얼 위반'을 이유로 문책을 지시했다. 이 말에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던 여 상무는 사건을 왜곡·은폐하기로 마음먹었다.
이틀 뒤인 8일 복수의 일간지를 통해 '땅콩 회항'이 보도되고, 국토부는 같은 날 오전 10시경 전격적으로 이에 대한 조사 방침을 공표했다.
여 상무를 중심으로 박 사무장과 승무원들에 대한 거짓 진술 강요와 회유·압박이 계속 되는 상황에서, 당일 오후 3시53분쯤 조 전 부사장은 여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론에서 항공법 위반 여부에 대해 거론하고 있으므로 부사장의 하기 지시에도 불구하고 최종 결정은 기장이 내린 것'이라고 국토부 조사에 임하도록 하는 주문 전화였다. 이는 여 상무가 박 사무장에게 거짓진술을 강요·회유하는 과정이 녹음된 녹취록에서도 확인됐다.
당일 박 사무장에 대한 국토부 조사에는 여 상무와 함께 대한항공 서모 전무가 동석해 회유 등을 통해 박 사무장의 허위 진술을 이끌어냈다.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부지방검찰청에서 나와 구치소로 이송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News1
박 사무장에 대한 국토부 조사가 마무리 돼 가는 도중이던 오후 7시 52분경 조 전 부사장은 여 상무와 11분38초간 통화했다. 당시 통화에서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에 대한 국토부 조사 상황을 구두로 보고 받은 뒤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하기 시킨 게 뭐가 문제냐. 오히려 사무장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말했다.
여 상무는 이후 대한항공 출신 국토부 조사관 김모(54·구속기소)씨를 통해 알아낸 조사 내용과 국토부 향후 계획 등을 정리해 9일 오전 0시16분쯤 조 부사장에게 이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당일 항공기 승무원들에 대한 국토부 추가조사 시작 전이던 오후 3시8분쯤 여 상무는 조 전 부사장에게 문제 메시지를 보냈다.
"부사장님. 얼마나 힘드십니까. 조금만 더 힘내십시오. 언론, 국회, 국토부, 시민단체 등을 상대로 사장님과 서 사장님, 관련부서 임원 모두 총력을 기울여 대응하고 있습니다. 오늘 국토부에서 승무원 추가 조사 요청이 와 관련 승무원들하고 조금 후에 사조위(사고조사위원회) 방문 예정입니다. 법 저촉 사항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 상무, 사태확산 책임 사의 표명..조현아, 즉시 반려
조 전 부사장은 6분 뒤인 오후 3시14분쯤 여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25분가량 통화했다. 여기서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 동호회를 통해 박 사무장 등의 서비스 잘못을 여론화 시키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여 상무는 '사태 조기 미수습'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으나, 곧바로 조 전 부사장은 이를 반려했다.
여 상무는 당일 추가 조사 후인 오후 9시50분쯤 국토부 조사관 김씨로부터 알아낸 조사내용과 국토부 의견 등을 조 전 부사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보냈다. 그는 "해당편 승무원들이 국토부에서 조사받은 결과를 아래와 같이 보고 드립니다"라며 국토부의 조사 상황을 이메일로 보고했다.
이틀 뒤인 11일 오전 10시 승무원 김씨에 대한 국토부 조사에 동행한 여 상무는 당일 오전 10시23분쯤 조 전 부사장에게 문제메시지를 발송했다. "승무원들이 일관되게 진술하니 다시 한 번 조사 하여 다른 진술을 얻으려는 것 같다. 열시 반 국토부 중간발표 이후 최종 보고서는 여론을 보아가며 작성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내용이었다.
회항 항공기에서 조 전 부사장 이외에 유일했던 일등석 승객이었던 박모(33)씨에 대한 회유 시도 역시 조 전 부사장은 여 상무를 통해 보고 받았다. 모 임원이 박씨와 통화한 직후인 지난달 10일 오전 11시13분경 박씨가 한 언론의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고 있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그러나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조 부사장의 욕설 등을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국토부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당시 대한항공 임원들은 승무원들과 동행해 '거짓 진술'을 할 것을 회유·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News1
공소장에는 아울러 조 전 부사장이 현재 부인하고 있는 욕설·폭행 사실도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다.
조 전 부사장은 5일 오전 0시43분쯤(뉴욕시간)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으로 향하는 KE086 항공기에서 자신에게 견과류를 서비스 한 승무원 김씨에게 '서비스 매뉴얼'을 갖고 올 것을 큰 소리로 요구했다. 당시 출발예정 시간은 당일 오전 0시50분이었다.
김씨로부터 이 같은 상황을 보고 받은 박 사무장은 곧바로 서비스 매뉴얼이 저장된 태블릿PC를 조 전 부사장에게 보여줬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내가 언제 태블릿PC를 가져오랬어, 갤리인포(기내 갤리 서비스 매뉴얼 책자)를 가져오란 말이야"라고 고함을 쳤다.
박 사무장이 곧바로 뛰어가 태블릿PC와 갤리인포 파일철을 함께 가져오자, 조 전 부사장은 "누가 (매뉴얼이) 태블릿에 있다고 했어?"라고 화를 내며, 파일철로 박 사무장의 손 등을 3~4회 내리쳤다. 그러면서 "아까 서비스했던 그X(승무원 김씨) 나오라고 해. 당장 불러와"라고 소리쳤다.
◇조현아 "매뉴얼도 몰라 안 데려 갈 거다..저X 내리라고 해"
이에 달려온 김씨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무릎 꿇고 매뉴얼을 찾으라고 지시하며 "서비스 매뉴얼도 제대로 모르는데 안 데리고 갈 거야. 저X 내리라고 해"라고 말했다. 그러고 나서 박 사무장을 향해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 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소리를 질렀다.
박 사무장에 이에 대해 비행기가 활주로에 들어섰기 때문에 세울 수 없다고 만류하자, 조 전 부사장은 "상관없어. 니가 나한테 대들어? 어따 대고 말대꾸야"라고 소리쳤다. 이후 "내가 세우라잖아"라고 3~4회 지시했다.
결국 박 사무장은 0시 53~54분경 인터폰으로 비행기 기장에게 "현재 비정상 상황이 발생해 비행기를 돌려야 할 것 같다"고 간략히 보고했다. 당시 해당 항공기는 약 22초간 20미터를 이동한 상황이었다.
기장은 항공기를 멈추고 박 사무장에게 연락해 "조 전 부사장이 서비스와 관련해 욕을 하며 화를 내고 있고 승무원의 하기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 기장은 결국 JFK공항 주기장통제소와 교신 후 00시 57분경 항공기를 되돌려 게이트까지 이동시켰다.
박 사무장은 기장에게 보고를 끝낸 뒤 다시 조 전 부사장의 좌석으로 돌아왔다. 당시 무릎을 끊고 있던 승무원 김씨 옆에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에게 "말로만 하지 말고 너도 무릎 꿇고 똑바로 사과해"라고 지시했다.
조 전 부사장은 김씨가 매뉴얼을 찾는 도중에 갤리인포 파일철을 김씨에게 집어 던졌다. 파일철은 김씨의 가슴 부위에 부딪쳤다. 또 좌석에서 일어난 김씨의 어깨를 밀쳐 3~4미터 가량 출입문 쪽으로 끌고 간 후, 들고 있던 파일철을 돌돌 말아 벽을 수십 회 내리치며 "너 내려"라고 반복적으로 고함을 질렀다.
◇"내려! 내리라고!" 박 사무장에게 수차례 고함
박 사무장이 해당 서비스는 변경된 서비스 매뉴얼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자, 조 전 부사장은 또 다른 여승무원에게 매뉴얼을 찾아올 것을 지시했다. 이후 부사무장을 통해 해당 부분의 매뉴얼을 확인한 뒤에는 박 사무장을 타깃으로 변경했다.
조 전 부사장은 큰 소리로 "사무장 그 XX 오라 그래"라고 고함쳤다. 박 사무장에 달려오자 "이거 매뉴얼 맞잖아. 니가 나한테 처음부터 제대로 대답 못해서 저 여승무원만 혼냈잖아. 다 당신 잘못이야. 그러니 책임은 당신이네. 너가 내려"라고 소리쳤다. 이후 박 사장을 출입문으로 몰아붙인 후 "내려. 내리라고"라고 반복해 소리 질렀다.
박 사무장은 결국 부사무장에게 업무를 인계하고 기장에게 보고한 뒤, 1시5분쯤 항공기에서 내렸다. 내리기 직전, 조 전 부사장은 박 사무장에게 "내리자마자 본부에 보고해"라고 소리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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