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엘린, 금미, 웨이, 초아, 소율. (사진제공=크롬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헬멧을 쓴 채 "점핑, 점핑!"을 외치던 다섯 소녀들, 기억하시나요? 네, 5인조 걸그룹 크레용팝입니다.
지난 2013년에 ‘빠빠빠’란 노래로 열풍을 일으켰죠. 정말 혜성처럼 등장한 팀이었는데요.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아이돌도 아니었고요, '빠빠빠'로 '빵' 뜨기 전엔 아무도 이 팀을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요.
지난 2012년 가요계에 데뷔한 크레용팝은 고된 무명 시절을 겪었습니다. 지금은 자신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거리 공연을 하기도 했고요. 자금 상태가 넉넉지 않아 소속사 대표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빠빠빠'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이 뮤직비디오의 제작비가 38만원에 불과한데요. 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형 기획사 아이돌의 뮤직비디오와는 비교가 안 되죠.
크레용팝은 이런 고된 시절을 극복하고 인기 아이돌로서 우뚝 선 팀인데요. 자, 크레용팝에 대해 한번 알아볼까요? 팝, 팝, 크레용팝!
◇걸그룹 크레용팝. (사진제공=크롬엔터테인먼트)
◇선병맛 후중독·교리닝·팝저씨, 무슨 뜻일까
요즘 청소년들, 줄임말을 참 많이 씁니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은어를 사용하기도 하죠. 청소년들의 대화가 외계어처럼 느껴질 때도 있는데요. "엄크 떴어. 베라나 가자"와 같은 식입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엄크'는 '엄마'와 '위급한'을 뜻하는 영어 단어 '크리티컬'(Critical)을 합친 말인데요. 게임을 하고 있는데 엄마가 방에 들어와서 게임을 갑자기 그만할 수 밖에 없었단 겁니다. 그리고 '베라'는 아이스크림 브랜드인 '베스킨라빈스'를 줄인 말이고요.
크레용팝에 대해 제대로 살펴보려면 이와 같은 몇 가지 용어들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요.
우선 ‘선병맛 후중독’입니다. ‘병맛’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맥락이 없고 형편없음'을 뜻하는 신조어인데요.
크레용팝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대중들이 "이게 뭐지?"란 반응을 보였습니다. 전형적인 걸그룹의 노래나 의상과는 전혀 다른 크레용팝만의 독특한 색깔 때문이었는데요. "병맛이 따로 없다"는 식의 반응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크레용팝의 콘셉트와 노래엔 보면 볼수록 끌리는 중독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크레용팝에겐 항상 ‘선병맛 후중독’이란 말이 따라붙는 건데요.
그럼 '교리닝'이란 단어의 뜻은 뭘까요? 여러분들은 학창 시절, 어떤 복장으로 학교를 다니셨나요? 교복이요? 네, 그럼 체육 시간에는요? 체육복, 다른 말로 ‘츄리닝’을 입으셨을텐데요. 교리닝은 교복과 '츄리닝'을 합친 말입니다. 크레용팝은 교복에 '츄리닝' 바지를 매치한 독특한 무대 의상을 선보이면서 대중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크레용팝에 대해 얘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신조어가 또 있습니다. '팝저씨'인데요. 팝, 팝, 크레용팝의 ‘팝’과 '아저씨'를 합친 말입니다. 크레용팝의 팬들 중엔 유독 30대 이상의 남성팬들이 많은데요. 이 아저씨 팬들은 각종 공연 현장에서 크레용팝을 상징하는 트레이닝복을 입은 채 열광적인 응원을 보냅니다. 실제로 음악 방송 현장을 가보면 '팝저씨'들은 10대들 못지 않은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줘 주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곤 하죠.
크레용팝을 좋아하는 '팝저씨'들이 왜 그리 많냐고요? 크레용팝은 대형 기획사의 든든한 지원을 받지 못했습니다. 대신 자신들만의 힘으로 밑바닥부터 일어났죠. 그런 크레용팝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팝저씨'들이 힘을 얻는다고 하네요.
◇2인조 그룹 '딸기 우유'를 결성한 크레용팝의 초아-웨이 자매. (사진제공=크롬엔터테인먼트)
◇개성 만점 다섯 멤버들
크레용팝은 초아(25), 웨이(25), 엘린(25), 소율(24), 금미(27), 이렇게 5명의 멤버들로 구성돼 있는데요. 혹시 눈썰미가 있으신 분이라면 이렇게 생각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어, 똑같이 생긴 멤버가 두 명이 있는 것 같은데?” 네, 맞습니다. 초아와 웨이가 쌍둥이거든요. 초아가 언니입니다. 귀여운 외모의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2인조 그룹 ‘딸기 우유’를 결성해 활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크레용팝의 멤버들을 쭉 살펴보시면 뭔가 느껴지시는 게 없나요? 맏언니인 금미가 스물 일곱이고, 막내인 소율이 스물 넷입니다. 아이돌치고는 적지 않은 나이죠? 요즘 많은 아이돌들이 10대 시절부터 소속사의 철저한 트레이닝을 받고, 성인이 되기도 전에 가요계에 데뷔를 하곤 하는데요. 데뷔가 늦은 만큼 크레용팝의 멤버들은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엘린은 초아-웨이 쌍둥이 자매와 동갑내기인 멤버인데요. 데뷔 전엔 인터넷 쇼핑몰의 피팅 모델로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팀의 막내인 소율은 깜찍한 외모로 많은 남성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데뷔 전 '인터넷 얼짱'으로 얼굴을 알렸던 케이스입니다.
팀의 리더이자 맏언니인 금미의 이력이 가장 독특한데요. 금미는 대학 졸업 후 피부과 병원에서 모낭분리사로 일을 하다 오디션을 통해 크레용팝의 멤버로 발탁됐습니다. 모발 이식 중 채취한 모낭 조직을 세밀하게 분리하는 일을 했다고 하네요.
◇독특한 콘셉트로 인기..‘제2의 싸이’로 주목 받기도
크레용팝이라고 하면 역시 '빠빠빠'를 빼놓을 수 없죠. 지난 2013년 6월에 발매됐던 노래고요. 신나는 리듬에 누구나 따라부를 수 있는 "다같이 원! 빠빠빠빠 빠빠빠빠 날따라 투! 빠빠빠빠 빠빠빠빠 소리쳐 호! 뛰어봐 쿵! 날따라 해! 엄마도 파파도 같이 Go! 빠빠빠빠 빠빠빠빠"와 같은 가사가 포함돼 있는 곡이죠. 한때 학교 장기자랑에 단골처럼 등장하기도 했던 곡인데요.
크레용팝은 이 노래에 맞춰 '직렬 5기통 춤'을 선보였습니다. 헬멧과 트레이닝복을 착용한 다섯 멤버가 일렬로 서서 번갈아 점프를 하는, 그 동작입니다.
크레용팝은 독특한 의상과 노래, 안무로 다른 걸그룹들과 확실히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줬는데요. 지난 2013년, 전세계를 휩쓸었던 히트곡이 있었습니다. 바로 '국제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인데요. 싸이는 외국인들도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와 코믹한 요소가 가미된 안무 등으로 전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죠. '빠빠빠' 역시 비슷한 요소를 가진 노래였고요, 덕분에 크레용팝은 당시 해외 매체로부터 '싸이 열풍'을 뒤이을 차세대 K팝 스타로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크레용팝은 '빠빠빠' 이후에도 독특한 콘셉트의 노래들을 내놨는데요. 2013년 11월 발표한 노래 '꾸리스마스'를 통해선 크리스마스 트리를 형상화한 의상을 선보였고요, 지난해 4월 '어이'를 발매했을 땐 모시옷에 고무신을 착용한 채 무대에 섰죠. 최근 걸그룹들의 콘셉트가 섹시와 청순으로 이분화된 가운데 크레용팝은 꾸준히 자신들만의 길을 가고 있는데요. 대중들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또 다른 독특한 콘셉트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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