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소통의 부재, 타인에 대한 사랑의 부재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프란치스코 교황·스칼파리 외 지음|바다출판사 펴냄
2014-11-26 08:10:07 2014-11-26 08:10:07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다녀간 지도 어느덧 세 달이 지났다.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던 계절은 찬 바람에 옷깃을 여미는 계절로 변했지만 그가 우리 사회에 남겼던 '소통'이라는 울림은 여전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 스스로를 낮추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줬다는 점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던 것이다.
 
교황과 무신론자의 대화도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장면이다. 권위를 내려놓은 교황은 상대를 이해하려는 태도로 소통에 임했고, 신앙의 유무와 상관없이 '인간'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법을 말했다. 상대를 절대 개종시키려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깔았고, 종국에는 서로가 지향하는 바가 같음을 이끌어냈다.
 
교황은 또 교회는 정치적인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세속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에서 적극 참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리스도인 뿐 아니라 선의(善意)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성숙한 양심과 필요한 역량을 발판으로 실천에 옮겨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교황은 말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무절제한 사랑을 가르키는 '나르시시즘'이 과도해 진 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를 병들게 했다고. 교회를 비롯한 이 시대의 상당수 지도자들이 나르시스트가 돼 타인에 대한 사랑은 잊고 있다고 부연했다.
 
교황은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각기 자신의 힘과 역량을 발휘해 타인에 대한 사랑이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대등해지거나 그보다 더 커질 수 있도록 행동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재차 언급했다. 지난 여름 한국에서의 가르침도 이와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전문성: '신앙'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논의의 출발이었던 만큼 종교 이론적인 설명이 수 차례 등장한다. 역사학자, 신학자, 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바라보는 종교에 대한 시선 역시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대중성: 추상적이고 난해한 주제를 최대한 가볍게 풀어내려는 부분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특징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러나 책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비중이 많지 않다.
 
▶참신성: 신자든 비신자든 누구나 해봄직한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론적으로 따져보는 부분에서는 다소 고루할 수도 있다.
 
■요약
 
<무신론자에게 보내는 교황의 편지>는 오랫동안 교회 권력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져온 한 언론인에게 보낸 교황의 편지와 그로 인해 벌어진 논쟁들을 담은 책이다.
 
이탈리아 유력지 <라 레푸블리카>의 창립자 에우제니오 스칼파리는 무신론자로서 '하나의 진리만 존재하는가', '무신론자도 용서를 받을 수 있는가'와 같은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교황에게 던졌다. 교황이 임기 초기에 보여준 모습들에 자극을 받아 가슴에 품었던 본질적 의문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
 
뜻밖에도 교황은 스칼파리의 질문에 답변을 담은 편지를 보내왔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교황의 거처인 산타 마르타 관의 작은방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스칼파리는 역사상 유례없는 이 일에 대해 "교황이 신앙심을 갖지 않은 사람들 뿐 아니라 무신론자들의 양심의가치에 대해서도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를 보여준 것"이라며 "교회 본연의 임무를 되새기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교황과 언론인의 만남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급기야 신학자, 역사학자, 소설가, 의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성인들의 토론까지 이끌어냈다.
 
이들은 교황의 행보를 2000년 전 예수와 비교하고, 보통 사람과 대화하겠다는 교황은 굳건함과 열린 자세의 표본이라며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절대주의와 정반대되는 성격을 보인다고 극찬한다.
 
■책 속 밑줄 긋기
 
"신앙이란 비타협적인 게 아니며, 오히려 타자를 존중하는 공존의 상황 속에서 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확고한 신앙은 그를 경직시키는 대신, 그로 하여금 언제든 훌훌 털고 일어나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합니다"
 
"누군가가 진지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호소를 하면 신의 자비는 한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양심을 따른다는 것입니다.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죄라는 것은 자신의 양심에 역행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교황의 편지는 모든 사람과 대화를 나눔으로써 평화와 사랑과 증거를 찾아 장애물을 넘어서고자 하는 그의 능력과 의지를 다시금 입증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현재라는 시간에 짓눌려 버렸습니다. 과거에 대한 기억도 없고 미래로 나아가려는 욕구도 없이, 계획을 세우고 앞날을 꿈꾸고 가족을 꾸리려고 노력할 의지도 없는 상태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점들이 교회가 가장 시급해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교회는 사람들의 영혼과 육체에 책임감을 느껴야 합니다"
 
"서로를 알고, 서로의 말에 귀 기울이고, 생각의 반경을 넓히는 것, 우리에게는 바로 그런 태도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목적은 선교하는 게 아니라, 욕구와 소망과 잃어버린 환상과 절망과 희망에 대해 귀 기울여 듣는 것입니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복음의 기쁨>|프란치스코 교황 지음|한국천주교주교회의(CBCK) 펴냄
<교황 프란치스코, 가슴 속에서 우러나온 말들|프란치스코 교황 지음|소담출판사 펴냄
 
김진양 IT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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