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목표는 딱 '2가지'입니다. 퇴임하기 전까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 받게 하는 것과 한국의 영세한 기상산업을 해외로 수출시켜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아우르는 것입니다."
서울 종로구에는 오래된 옛 기상청 건물을 빌려쓰고 있는 '공공기관'이 있다. 번듯한 단독건물도 아니고, 조직 규모도 작아 아는 이가 드물다. 하지만 그곳엔 한국의 기상산업을 연구하는 없어서는 안될 조직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한 기상산업 진흥 전문기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이다.
◇이희상 한국기상산업진흥원장(사진=뉴스토마토)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상산업진흥원에서 만난 이희상 원장(사진)은 "올해 4월 새로 부임해 지난 6개월 동안 정말 숨 돌릴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서 "앞으로 가야할 길도 많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이희상 원장은 1956년 경북 김천 출생으로 경북대사대부속고와 경북대 과학교육과를 나와 서울대학원에서 기상학 수치예보 석사를, 플로리다 주립대학원에서 기상학 수치예보 박사 학위를 받은 기상학 '정통맨'이다.
1985년 기상청 기상연구사를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 오랜 기간 기상청에서 근무하면서 기상산업의 전문성과 경험도 쌓았다.
이 원장은 올해 4월에 한국기상산업진원장에 부임, 기상산업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힘쓰는 한편, 기상청과 기상산업계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이 원장은 "기상산업의 발전 방향은 민·관 협력을 기반으로 기상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진흥원은 현장 중심적인 지원으로 탄탄한 기상기업을 육성시키고 내수와 수출을 동시에 아울러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민관의 균형 있는 관계를 통해 장기적인 산업 발전을 이루는 것이 진흥원이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희상 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역할은.
▲ 기상정보를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거나 국산 기상 관측 장비를 개발 또는 제작하는 기상 기업을 지원해 기상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곳이다. 지난 2009년 기상산업진흥법에 따라 설립됐고, 2013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
진흥원은 크게 산업진흥 업무, 기상산업 연구개발(R&D) 지원업무, 기상관측장비 구매·유지·보수업무, 기상콜센터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진흥원의 가장 큰 역할은 기상청과 기상산업계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조직이 낯설다. 대중적 인지도도 낮다. 이유는.
▲우선 홍보가 많이 부족했다. 또 그 동안 기상청이 진흥원의 기능을 북돋아 주질 못한 점도 (낮은 인지도에)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진흥원 역사가 일천하다 보니 구성원들의 준비도 부족해 인지도 상승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았다. 이유와 쇄신 방안은.
▲우선 지난해 1월 진흥원이 공공기관으로 분류됐는데 전 원장이 지난해 6월 퇴임했다. 그 이후 9개월 동안 공석인 상태로 지내왔고, 그러는 와중에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받게 됐다.
공공기관으로 분류되고 나서 곧바로 경영평가를 받게 되니 원장 자리도 공석이고, 경영평가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겠는가. 경영지표 항목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질 못한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올해 4월에 부임하고 제일 먼저 마주친 현실이 공공기관 'E등급' 꼴찌 성적이더라. 하하. 다행히 부임 6개월 이하 기관장은 해임 건의에서 면책 사유가 돼 아직까지 이 자리에 있다.
부임하자마자 공공기관 경영평가지표를 체계적으로 전담하는 TF팀을 꾸렸다.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내년 2월 평가에서는 'B등급'을 받는 것이 목표이고, 궁극적으로는 오는 2017년 3월 퇴임하기 전까지 진흥원이 'A등급'을 받는 것이 목표다.
-국내 기상산업은 거의 답보 상태인데, 국내 기상산업 현황은.
▲기상산업은 크게 예보·컨설팅·감정·장비업 등 4가지로 나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4가지 중 기상감정업은 전무하고, 기상컨설팅은 등록한 업체가 15곳 정도 밖에 안된다. 예보도 14곳 정도 밖에 등록되어 있질 않고, 나머진 장비업으로 이뤄져 있다. 등록된 업체들도 매출 올렸다는 얘기는 듣질 못했다. 그만큼 영세하고 열악한 게 한국 기상산업의 현실이다.
-국내 기상산업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 수출 확대'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답이다.
국내 기상사업자가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로는 국제금융기구들이 개도국에 지원하는 기상기후 사업 시장이 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기구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잠재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방안은.
▲국제기구 발주 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고 사업 진행이 다소 느리다는 단점이 있으나 높은 수익성과 채무 불이행 위험성이 낮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기상청은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을 통해서 국제금융기구의 돈을 빌려 자국의 기상재해 예방을 위해 조기경보시스템 구축 사업과 같은 기상기후분야에 투자하려는 외국 기상청 사업의 입찰에 어떻게 하면 국내 기업이 참여해 사업을 수주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또 진흥원은 국제금융기구가 내놓은 사업 입찰 정보를 파악해 국내 기업에 알려주고, 국제금융기구에 근무한 경력이 있는 한국인 출신을 초청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노하우 등을 전파하는 등 국내 기상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점식 레이저 적설계 (출처=한국기상산업진흥원)
-세계 최초로 '다점식 레이저 적설계' 장비를 개발했다고 들었다.
▲진흥원이 '기상산업 지원 및 활용기술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예산을 지원한 '다점식 레이저 적설계(Multi-point Laser Snow-depth Meter)'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이는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의 R&D 사업 중 '기상장비 핵심기술개발'의 자금을 지원받아 국내업체가 개발한 장비다.
그 동안에는 자동으로 적설을 관측하는 방법으로 먼저 실용화된 적설계인 '초음파식 적설계'가 있었다. 하지만 정확성에 문제가 있어 지금까지는 주로 관측자가 직접 자를 이용해 적설량을 측정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다점식 레이저 적설계는 이차원 스캐닝 방식을 채택해 지금까지의 적설 자동관측 장비 중 가장 간편하고 정확하다.
이 장비가 상용화 되면 찬바람이 불고 추운 기상 조건에서 사람이 직접 자로 측정해야 했던 적설량을 다점식 레이저 적설계가 24시간 자동으로 관측해 주기 때문에 인력 낭비를 막고 정확한 기상 예측과 폭설 대비가 가능해진다. 이 장비를 개발한 '웨더피아'는 이미 국제 특허도 출원했으며 상용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부임하신 후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들었다.
▲지난 4월 1일 부임 후 한달 만에 '한국기상산업진흥원 경영혁신 계획'을 마련해 기존 2개 본부로 분산됐던 '산업 진흥' 기능을 1개 본부로 통합했다.
이에 따라 산업진흥 핵심 기능을 일원화 하고 감사 부서 신설로 내부 감사 기능을 강화시켰으며, 지역 기상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관리 체계를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 증액 규모는.
▲부임하자마자 심혈을 기울인 게 정부로부터 받는 예산을 늘리는 것이었다. 그 동안 진흥원은 출범하면서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고유 목적성 사업 예산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따라서 본래의 기관 설립 목적에 맞는 사업을 수행하지 못했다.
또한 인건비 전액을 출연금으로 확보하지 못해 기상청이 내려주는 기상 관측 장비 구매와 유지 보수에 대한 역무 대행 수수료에 의존하는 인건비 규모가 더 컸다.
그래서 이번엔 기획재정부 예산실을 찾아가서 007작전까지 펼치며 예산 증액에 힘을 쏟았다. 노력한 결과, 내년도 예산에 진흥원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고유 목적 사업비를 33억원으로 늘렸다. 다른 기관에 비해서는 적은 예산이지만 예산 증가율로 보면 큰 폭의 예산 증가다.
이제 진흥원은 역무 대행 사업 중심에서 벗어나 고유 목적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또 인건비의 대부분을 출연금으로 확보해 안정적으로 기관을 운영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내년에는 진흥원의 핵심 사업인 날씨경영 확산을 위한 고유 목적 사업에 올해보다 많은 예산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이희상 한국기상산업진흥원장(사진=뉴스토마토)
-마지막으로 목표와 바람은.
▲우선 공공기관 경영평가로 보면 A등급 받는게 목표다. 임기 마치고 나갈 때 퇴임사에서는 A등급 받았다는 말 하고 싶다. 하하.
무엇보다 영세한 기상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 그 동안 외국에 살았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상산업을 해외로 수출시키는 게 궁극적인 바람이다. 그렇게 되면 내수와 수출이 선순환 작업이 이뤄질 것이고 그게 창조경제 아니겠는가. 그게 내 꿈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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