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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2부에서 1부로' 대전시티즌, 살림 좀 나아지나
2014-11-07 16:25:51 2014-11-07 16:25:51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목표는 무조건 승격이다."
 
올해 초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개막을 앞두고 대전시티즌의 조진호 감독(당시 감독대행)은 칼을 갈았다.
 
지난 시즌 8경기를 남겨두고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아 5승2무1패로 선전했으나 끝내 클래식(1부리그)에 남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3년 평균 관중, 홈 승률, 주중 최다 관중 모두 1위를 싹쓸이하며 '축구특별시'로 불렸던 대전은 그렇게 어색한 챌린지 무대로 내려앉았다.
 
◇대전시티즌의 조진호 감독. (사진=대전시티즌)
 
그랬던 대전이 조진호 감독의 지도력과 '레전드' 김은중의 복귀 등에 탄력을 받으며 일찌감치 목표를 이뤘다.
 
시즌 내내 강세를 보인 대전은 지난 5일 열린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안산경찰청과 FC안양의 경기가 1-1로 비기면서 올 시즌 남은 두 경기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1위를 확정했다.
 
대전 관계자들은 내년 시즌 클래식 진출에 데뷔한 구상과 승격에 따른 여론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가운데 대전이 1부 진출의 효과를 등에 업고 재정적인 효과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당장 챌린지 우승으로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상금 1억원을 받을 예정이다. 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은 지난 2일 권선택 대전시장에게 프로축구 대전시티즌 승격 기원 후원금 2억원을 전달했다.
 
최근 FC안양과 인천유나이티드의 '임금 체납' 논란으로 시도민 프로축구단들의 재정 상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대부분의 시도민 구단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대구FC를 제외한 인천유나이티드, 강원FC, 경남FC, 광주FC 등이 자산총계에서 부채총계를 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대전시티즌도 마찬가지다.
 
대전 관계자는 "시민구단이라 후원이 중요하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에서 더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이라며 "가장 첫 번째로는 관중 수익 상승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전은 올 시즌 챌린지 무대 관중 1위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클래식에 올라가면 더 많은 관중이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승격시) 구단 브랜드가 올라가고 미디어 노출이 많이 된다. 자체적인 수익 개발과 비즈니스 활동에 유리해진다"면서 "아무래도 강팀과 경기가 많아지다 보니 관중 수익도 올라갈 것"이라고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K리그에서 관중 수가 중요한 이유는 중계권료 때문이다. 22개 구단은 프로축구연맹이 거둬들인 중계권료 수익을 관중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받는다. 경기장을 찾는 팬들에 대한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것들은 팀 성적과도 무관하지 않다.
 
◇환호하는 대전시티즌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사진=대전시티즌)
 
◇승격 위해 어떤 노력 했나?
 
대전은 이런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올 시즌 내내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자신들의 상징과도 같던 김은중을 데려와 무게 중심을 잡았다. 김은중은 대전 창단 선수로서 2001년 FA컵 우승을 차지한 뒤 2003년 팀을 떠났다. 이후 베갈타 센다이(일본), FC서울, 창사 진더(중국), 제주유나이티드, 강원FC, 포항 스틸러스를 거친 그는 미국프로축구(MLS) 진출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대전은 김은중에게 손을 내밀었고 결국 플레잉코치로 그를 영입했다.
 
지난 5월8일에는 당시 감독대행 신분이던 조진호 감독을 정식 감독에 선임했다. 대전은 "지난 시즌 막판 김인환 전 감독의 자진사퇴 이후 챌린지로의 강등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팀을 이끌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당시 7라운드까지 5승1무1패로 승승장구하던 대전은 사령탑이 안정화되자 더욱 안정된 전력으로 기세를 이어갔다.
 
지난 7월8일에는 구단 내 '선수선발 위원회'가 탄생했다. 김세환 대표이사는 이 위원회를 통해 선수선발과 관련한 외부의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과거 선수선발에 각종 잡음이 일었던 병폐를 없애겠다는 계산이었다.
 
선수선발 위원회는 외부전문가 1명, 전·현직 선수지원팀장 3명, 스카우트 1명, 감독 1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6명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선수선발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세웠다.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대표이사는 여기에서 빠졌다.
 
대전 관계자는 "이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인천유나이티드로부터 임대 영입한 선수가 수비수 김대중"이라며 "앞으로도 이런 방침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시티즌이 '선수선발 위원회'를 통해 처음 선발한 수비수 김대중. (사진=대전시티즌)
 
◇선수단 운영과 완공된 클럽하우스도 한몫
 
성공적인 선수단 영입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 전 영입한 외국인 공격수 아드리아노(브라질)는 올 시즌 31경기에 출전해 27골을 터뜨렸다. 압도적으로 득점 1위를 달리는 아드리아노를 두고 다른 구단이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이 이따금 나왔다. 아드리아노와 '1+1 계약'을 한 대전이 우선 협상권을 갖고 그와 재계약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임창우 영입 사례는 임대 이적의 모범 사례로 남을 만하다.
 
2010년 울산현대에 입단한 임창우는 4시즌 동안 6경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임창우의 가치를 알아본 대전은 그를 1년 임대로 데려와 잠재력을 끌어냈다. 임창우는 대전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서다 결국 지난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대표팀에서 챌린지 소속 선수는 임창우뿐이었다.
 
이제 임창우가 다음 시즌 원소속팀인 울산과 대전 중 어느 팀 유니폼을 입을지에 시선이 향하고 있다. 대전 관계자는 "아직 시즌이 남아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라고 말을 아꼈다.
 
한국 축구의 미래로 불리던 서명원도 대전에서 부활했다. 충남 서산 출신인 서명원은 차범근 축구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유망주였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 재학시절 십자인대 수술을 받고 주춤했다. 이에 대전은 그를 자유계약으로 데려왔다. 서명원 또한 여러 클래식 구단들의 제의를 뿌리치고 고향 팀이자 당장 뛸 수 있는 팀인 대전을 택했다.
 
대전과 서명원의 호흡은 잘 맞았다. 데뷔 2경기 만에 골맛을 본 서명원은 김은중이 갖고 있던 만 18세 358일이라는 대전 내 최연소 득점 기록을 만 18세 346일로 갈아치웠다.
 
빠른 발과 정확한 슈팅력을 앞세운 그는 올 시즌 25경기에서 5골 8도움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프로 무대에 안착했다.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19세 이하(U-19) 대표팀에 승선한 뒤 지난 21일 대한축구협회가 발표한 '2014 아시아축구연맹 U-19 챔피언십에 출전할 소집 명단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말 신탄진 인근에 완공된 클럽하우스도 선수들의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허름한 숙소 생활에서 벗어나 더욱 안정적인 생활 여건이 갖춰지면서 "투자는 성적에 이바지한다"는 축구계 말을 입증했다.
 
◇대전시티즌에서 스타로 발돋움한 임창우. (사진=대전시티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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