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삼성전자, 우울한 창립기념일
권오현 대표 "우리는 세계톱 수준 IT기업" 애써 격려
입력 : 2014-10-31 15:13:41 수정 : 2014-10-31 15:13:41
◇31일 창립 45주년을 맞아 기념식이 열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전경(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국가대표 삼성전자가 창사 45주년을 맞았지만 기념식 하나 떠들썩하게 진행하지 못했다. 세계 최고를 자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해진 실적 탓이다.
 
31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의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모바일 연구소에서 열린 삼성전자 창립 45주년 기념행사는 그야말로 조촐하게 시작해서 조용하게 마무리됐다. 본래 창립일은 하루 뒤인 11월1일이지만 이날이 토요일인 관계로 행사가 하루 앞당겨졌다.
 
이건희 회장의 장기 부재로 사실상 그룹을 총괄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불참했고, 장소도 본사가 있는 서울 서초사옥이 아닌 수원사업장으로 옮겨져 치러졌다. 흐린 날씨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서 을씨년스런 분위기도 연출됐다.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소비자가전(CE) 부문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IM(IT·모바일) 부문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사업부장과 임직원 600여명만 참석한 가운에 행사는 짧게 마무리됐다. 언론에도 일체 공개되지 않게 내부행사로 치러졌다.
 
특히 이번 행사가 서울이 아닌 수원에서 진행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전자는 본사를 서초사옥으로 옮긴 뒤부터는 창립행사를 서초사옥에서만 진행했다. 수원사업장에서 창립기념일 행사를 치른 것은 4년만이다. 서초사옥이 회장이 소재하는 컨트롤타워이자 사무동이라면 수원사업장은 생산기지다. 잇단 어닝쇼크로 휘청이는 삼성전자가 다시 현장 중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의 우울함은 전날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 비롯됐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액 47조4500억원, 영업이익 4조600억원을 기록했다고 확정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0%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60% 급감했다. 불과 1년 전 분기 기준 사상 최초로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열어젖힌 것을 감안하면 추락에 가깝다.
 
반도체 부문이 비상하며 과거의 영예를 되찾았지만, 갤럭시로 대표되는 주력인 스마트폰 사업은 시장에 충격을 안길 정도의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특히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신흥국 수요를 바탕으로 한 중저가의 보급형 시장에서는 중국의 화웨이와 샤오미 등 후발주자들에게 밀리며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창립기념일 행사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일단 인사말에 나선 권오현 부회장은 창립 45주년이라는 뜻 깊은 행사인 만큼 실적 부진에 대한 질책보다는 격려에 무게를 뒀다. 권 부회장은 "45년 전 전자산업의 불모지에서 후발(주자)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세계 톱 수준의 IT기업이 됐다"면서 "이러한 결실은 우리의 선배들과 임직원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노력, 열정 덕분"이라고 말했다.
 
주문도 잊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또 다른 변신이 요구되는 최근 경영환경 하에서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를 거쳐 에코시스템 중심으로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지속성장을 위해 퍼스트무버(First-mover), 게임 체인저(Game changer), 밸류 크리에이터(Value creator)가 되자"고 말했다. 현재의 위기 돌파를 위해서는 빠르고 창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과감한 도전 정신과 끊임 없는 혁신 의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포용하는 소통과 신뢰의 조직문화, 그리고 이웃사회와 하나되는 나눔 경영을 신천하자"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는 다음날인 창립기념일을 대체하는 휴일도 없애기로 했다. 지난해 행사까지는 행사일을 대체하는 휴일을 통해 축제를 즐기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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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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