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례 감독과 박해일 (사진제공=메가박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세친구>,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 임순례 감독이 이번에는 내부 고발자를 주제로 한 진지한 영화를 들고 나왔다. 고발자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 고발을 믿어주고 세상에 잘못을 알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첨을 뒀다.
이번 영화 <제보자>는 2005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사건을 다뤘다.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마지막에 터뜨렸던 지난 영화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처음부터 내달리고 빠르게 핵심을 찾아간다. 마치 기자들이 사건에 파고드는 것처럼 그렇다. 사람과 생명을 중시하는 임순례 감독의 시선도 스며들어있다.
쓱 봐도 너무도 민감해 보이는 이 사건. 아무리 강직하다고 하더라도 임 감독 입장에서 쉬운 선택이 아니었음은 분명하다. 그래도 임 감독은 <제보자>를 만들어냈다. 임순례 감독이 각고의 고민 끝에 현장을 나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질문을 들고 그를 찾았다.
◇유연석, 임순례 감독, 박해일 (사진제공=메가박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영화를 보면 현재와 10년 전의 언론의 주소가 차이가 크다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이런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체적인 언론 환경이 참여정부 때가 가장 좋았던 것 같아요. 어쨌든 배경이 됐던 <PD수첩> 같은 경우는 성역 없이 대형교회, 삼성, 국정원처럼 건드릴 수 없어 보이는 것들을 파헤치고 다녔거든요. 막강했죠.
불과 10년 밖에 안 됐는데, 2~3년 사이에 언론 환경이 많이 바뀌었죠. 공중파 내에 굵직한 요직에 낙하산 인사가 심해지면서 프로그램을 책임지는 일선까지도 그 영향을 끼쳤죠. 아무리 좋은 내용을 가져와도 다 킬 돼니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이 입게 되는 거죠. 볼 만한 방송도 없게 돼고.
언론이 어떻게 변해온 걸 봤던 사람들은 언론이 잘 나갈 때가 있었다는 걸 알죠. 민주주의가 되려면 성역없이 알 것은 알려져야 된다고 봐요. 일방적으로 어떤 것이 왜곡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봐요. 윤민철(박해일 분)은 판타지가 아니에요. 방금 지나갔던 과거고, 빨리 돌아가야 되는 현실이에요.
-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고 1인 시위 등 여러가지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아는데요. 그래도 이 사건을 영화화 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는데 그래도 했단 말이죠. 무엇이 임 감독을 이끌었나요?
▲개인적으로 할까 말까 고민이 많이 있었죠. 그러다가 문득 그 두 제보자에 대해 생각이 많아졌어요. 심민호(유연석 분)와 윤민철이요. 두 사람 모두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겠어요. 심민호의 실존 인물은 박사님의 큰 사랑을 받았던 분이고, 윤민철의 실존 인물인 한학수 PD는 MBC 폐지운동까지 겪으신 분이에요. 왜 두 사람이 그렇게 책임을 져야 했던 건가요.
개인적으로는 그 두 사람에 대한 오마주가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받았던 불면함에 비하면 내가 겪는 것은 새 발의 피였어요. 논란의 중심에 있기 싫어서 좋은 이야기를 던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출을 피한다면 비겁한 것이 아닐까 싶어서 하게 됐어요.
◇배우들과 대화 중인 임순례 감독 (사진제공=메가박스)
-유기견 보호에도 앞장을 서시는데, 특히 생명에 대해서는 유독 더 신경을 쓰시는 것 같아요. 이번 영화도 사실은 생명을 소재로 장사를 하려 했던 사람에 대한 비판이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사실 줄기세포가 있긴 있었어요. 하나. 그게 어떻게 만들어졌냐면 불법적인 방법으로 난자를 얻어내서 하나 툭 나온거예요. 이 때문에 동물들이 영문을 모른채 죽기도 했어요. 사람 중에서도 줄기세포 임상실험을 하다 죽은 케이스도 있어요.
생명 산업을 만든 테두리 안에서 많은 생명이 쓰러져 나갔죠. 그게 저한테는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판단됐어요. 어떤 열광하는 이면에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됐죠.
어떤 대단한 결과물이 나왔으면 그 과정까지도 잘 점검해야 되는데, 우리나라는 보면 열매만 보고 다 달려들어요. 과정은 지켜보지도 않고. 결국 난장판이 되는데 아무도 책임지려고 하지 않죠. 꼭 한 사람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돼요. 이건.
-이경영이 연기한 이장환 박사 같은 경우 영화를 위해 더 나쁘게 그려도 될 법했는데, 여지를 줬어요.
▲그렇게 나쁜 사람으로 그려지길 바라지는 않았어요. 이건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라고 생각됐죠. 잘못이 전혀 없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도 더 나쁘게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았지만 차용하지는 않았어요. 나쁘게 그리고자 하는게 주제가 아니었거든요.
- 젊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지금 젊은 친구들에게 안타까운게 뭐냐면 나만 잘 살면 되고 사회가 망가지는 거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현명한 전략 같지만 사실은 아주 어리석은 거죠. 시스템에서 발생되는 구조에서 사는 건데 시스템이 부조리하다면 그게 나와 상관없는 일이 아닐텐데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저 '나만 잘 살면 돼'라고 생각하면 너무 얌체 같아요.
이 사회를 건강하게 바꾸는 거에 일조를 할 수 있고, 다 같이 누릴 수 잇는 거니까. 나에게도 내 친구에게도 도움이 되는 건데 분리해서 '나만을 위해' 생각하고 살아가는게 이해가 안돼요. 모든 젊은이들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예전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 영화를 두고 상품이냐 예술이냐는 논쟁도 많죠. 예술영화를 잘 만드는 분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르 보니 상업적인 감각도 엄청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 재미없는 소재로 이리 재밌게 만들기는 쉽지 않은 것 같거든요. 그런 점에서 영화는 상품일까요. 예술일까요?
▲영화는 예술적 기능과 오락적 기능을 포함해서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나 같은 경우 작가적 측면, 예술성을 강조하면 관객이 진짜 안 들어요. 만드는 입장에서 좌절할 만큼의 관객 수를 맛보죠. 그런데 <우생순>, <남쪽으로 튀어> <제보자>처럼 버짓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면 제작자 투자자의 입장에서 생각해요.
나를 연출자로 섭외한 이유가 손익을 맞춰달라는 것인데 일정 정도 상업 영화 테두리 안에서 내 것을 포기하는 편이에요. 최대한 상업적인 규칙을 지키려고 하죠. 그렇다고 해서 예술적인 것을 다 포기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내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타협하면서 가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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