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흔들리는데..슬슬 발 빼는 정부
재난위험시설 긴급주거지원, 기초생활수급자는 '후순위'
재난취약가구 안전점검도 지자체에 떠넘겨
2014-10-03 10:00:00 2014-10-03 10:39:15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에 대한 위기의식이 크게 고조된 가운데 정부가 주거취약계층의 안전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위험시설 거주자가 기초생활수급자일 경우 긴급주거지원 대상이 아닌데다, 6년간 시행해온 재난취약가구 안전점검도 지방자치단체에 온전히 떠넘겼기 때문이다.
 
◇ 기초생활수급자는 국물도 없다?..복지부, 예외 적용 배제
 
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재난위험시설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는 긴급주거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긴급주거지원은 갑작스럽게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조기에 발견해 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서울시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진단 E등급을 받은 재난위험시설 거주자에 대한 조기 이주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 다가구·다세대 매입임대주택 등 공공주택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 시는 이미 재난위험지역 주민들에게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권을 특별공급해 왔다. 하지만 거주 실태조사 결과 소유자는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해 줄 여력이 되지 않고, 세입자 역시 일반 공공임대아파트의 보증금과 월세를 부담하기 힘든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계층이 다수인 점을 감안해 임대료가 보다 저렴한 매입임대주택을 적극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긴급주거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성북구 정릉동 정릉스카이아파트 ▲서대문구 냉천동 금화아파트 ▲용산구 노후주택·벌집 ▲영등포구 노후주택·신노량진시장 ▲구로구 노후주택 등 E급 시설 10개소에 거주하는 100여 가구 중 매입임대주택 입주를 희망하는 가구는 50여 가구로 추산된다.
 
문제는 국토교통부 공공주택 업무처리 지침에 의거, 공공주택 우선공급 대상자는 긴급복지지원법에 따른 긴급복지대상자로 규정하고 있는데, 바로 이 긴급복지지원법에서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긴급 복지지원 대상자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무리 붕괴 직전인 집에 살더라도 공공주택 공급 순위가 밀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시는 재난위험시설 거주자 중 철거 및 대피 명령을 받은 자는 생명과 안전이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간주해 긴급복지지원법의 예외로 인정, 주거지원대상자로 선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복지부에 질의했지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현행 기초생활수급자가 예외적으로 긴급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의료지원에 국한돼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주거급여 대상"이라며 "이미 주거 급여를 받고 있기 때문에 위험지역에 살고 있다고 해서 이중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재난취약가구 안전점검 지원 '급감'..국비 '0원'
 
재난취약가구를 위한 주거지 안전점검 및 정비사업도 지원 규모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소방방재청이 지난 2007년부터 추진해온 이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한 재난취약가구의 노후·불량 생활시설 점검 및 정비를 통해 재난취약계층의 생활안전을 제고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 보건복지부 사업과의 중복 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국비 지원이 중단됐고, 지방자치단체 자체 사업으로 전환됐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34억원이 투입돼 약 12만 가구가 혜택을 입은 바 있다.
 
◇ (자료제공=서울시)
 
자체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지난해부터 시비 5억9500만원과 별도의 자치구 예산을 합해 가구당 평균 6만원 범위에서 노후시설 교체와 정비 등에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정된 예산에 비해 정비해야 할 가구수는 늘다보니 실제로는 거의 반값 수준으로 열악하게 진행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시는 내년에도 예산을 5억9500만원으로 편성한 가운데, 지원대상은 1만가구 정도로 대폭 줄일 방침이다. 양 보다는 질을 택한 셈이다.
 
소방방재청도 향후 5년간 해당 사업을 재개하겠다며 예산을 편성했지만, 기획재정부에 의해 모두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4조 '국가와 지자체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에 근거해 출발한 사업이라는 점이 새삼스러울 정도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법적인 의무가 아닌 자체적인 수혜가 된 것"이라며 "한정된 예산에서 가구수만 늘다보니 지원단가가 낮아져 어떻게 보면 부실한 지원책이라 보일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는 지원단가를 늘리는 대신 가구수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예산만 충분하다면 양과 질 모두 잡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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