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법률은 수학공식이 아니니까요
2014-09-08 13:42:02 2014-09-08 13:46:46
<이야기 형법> 양지열 지음 ㅣ 마음산책 펴냄
 
이게 무슨 말인가. 읽고 또 읽어봐도 모르겠다. 분명 한국어인데 왜 이해를 못하는 것일까. 법령이나 법률서를 보고 이런 생각을 하는 게 한 두 명은 아닐 것이다. 그 어떤 것보다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게 법이지만 이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쉽게 '혼수상태'라고 말하면 될 것을 굳이 '코마'라고 말하는 의사들처럼 변호사나 판사 등 법조인들 또한 그들만의 장벽을 쌓기 위해 일부러 어려운 말만 골라서 사용하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이야기 형법'은 다르다. 대중을 위한 책이다. 한 마디로 쉽게 '썰'을 풀었다. 평소 법 지식을 쌓고 싶어서 관련 서적을 손에 쥐었다가 5분이 채 안돼 내려놓은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전문성: 기자 출신 변호사가 직접 저술한 책답다. 다른 법 관련 서적과 다르게 '썰'을 푸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사례를 먼저 설명한 후 관련 법조문을 제시한 덕에 이해하기 쉽다.
▶대중성: 돈 없고 마땅한 조언자가 없어 법적으로 곤란함을 겪는 사람들을 수 없이 봐왔고 저자 스스로도 어려움을 느꼈기에 실제 사례를 각색해 쉽게 이야기를 풀고 있다. 법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참신성: 법의 개념과 판례를 소개하는 수준에서 그치지 않고 법조인으로서의 고민과 법조계에 대한 일갈을 담고 있다. 
 
 
우리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멀다. 바로 법 이야기다.
 
세상을 살다보면 억울한 일이 참 많다. 그럴 때마다 한 없이 얕은 법 지식을 한탄하게 된다. '법 무식자'에서 벗어나고자 관련 서적을 펼쳐보지만 거기까지다. 이게 한국어가 맞나 싶을 만큼 이해하기 어렵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본어식 어투와 빌빌 꼬아놓은 문장 구조도 머리속을 멍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예를 들어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 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런 식이다.
 
대부분 법 관련 서적이 사법고시나 행정공시를 준비하는 예비 법조인들을 위한 수험서 형식으로 나오는 탓에 책을 집었다가 금새 놓게 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 형법'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발생할 법한 사례를 들어 거기에 대입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풀고 있다. 교통사고와 협박· 명예훼손처럼 일반적인 사건부터 살인, 절도, 뇌물, 방화, 횡령 등 영화 속에 나올법한 일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사례들은 꾸며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발생한 일을 기반으로 저자가 일정 부문 각색한 것이다. 그 만큼 우리 삶과 연관이 깊다. 법이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인책이 되는 반면, 사례를 제시한 후 관련 법조문을 제시하기 때문에 이제 막 형법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법의 테두리 안에 살고 있다. 그 안에서는 얼마든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다. 법은 우리 모두를 보호해주는 수단인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이 법을 잘 지키면 좋으련만 어디 세상사가 그런가. 온갖 일들이 벌어지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다. 법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 대비해야만 한다. 어떤 행위를 죄로 볼 것이며 죄에 대해 어떤 처벌을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법은 착하다, 나쁘다라는 도덕적 개념이 아니다. 이거 아니면 저거, 이렇게 양분되는 절대적인 개념도 아니다. 비슷해 보이는 행위라도 해도 소소한 차이에 의해 죄의 유무와 형량의 경중이 달라진다. 
 
또 시대마다 나라마다 달라지기도 한다. 형법은 인간이 만든 규칙이고, 이를 적용하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강조하는 점이다.
 
한 가지 절대 불변의 사실은 죄를 지었을 때 '몰라서 그랬어요'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몰랐던 것도 죄가 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옛 말이 법조계에서도 적용되는 것이다. 
 
 
책 속 밑줄긋기
 
-직접적이 증거가 없다고 사건이 모두 미궁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 사건'이다. 분명 사람이 죽은 것으로 보이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직접적인 증거가 없을 때는 여러가지 간접적인 증거들을 모아 증명해야 한다. 오랫동안 형사재판을 담당했던 원로 법조인은 자신이 억울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냈는지 모른다는 회한에 밤잠을 설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어떻게든 '생사람' 잡는 일을 막기 위해 법은 까다로워 보이는 과정을 요구하는 것이다.
  
-숙박업소에 함께 들어갔다고 해도 진한 성적 농담을 주고받았거나 스킨십이 있었더라도 마찬가지다. 이 정도면 다 허락한 거 아닌가 하는 어설픈 추측으로 관계를 가졌다가 범죄자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싫어요'는 싫은 것이지 그냥 한번 빼보는 것이 아니다.
 
-명예훼손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가 사실을 사실대로 얘기하는 것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누구에게나 묻어두고 싶은 과거사 한 두가지는 있게 마련이다. 주위에 알려지면 평판을 떨어뜨릴 만한 사실이라면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명예훼손이 된다.
 
-뇌물을 받아놓고도 일과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이 자주 먹혀들기 때문이다. 안 되겠다 싶은 법원는 '포괄적 뇌물'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딱 꼬집어 어떤 일을 주고 받았다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힘을 써 도와준 것이라면 뇌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업무를 총괄해 다스릴 수 있는 고위 공직자를 겨냥한 것이다. 받았다는 사실만 드러나면 처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법을 바꾸자고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적 의견은 모아졌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법을 관장하는 법무부가 딴죽을 걸었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들도 머뭇거리만 했다 .그 이유는 상식을 가졌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별점 ★★★★☆
  
 
연관 책 추천
 
조국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법무부 <한국인의 법과 생활 >
양지열 <당신의 권리를 찾아줄 착한 법>
  
임애신 정치사회부 법조팀 기자
 
 
이 뉴스는 2014년 09월 3일 ( 12:43:13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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