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칼 마르크스(Karl Heinrich Marx)의 자본론을 대입한 저자의 빵집 창업 성공기다. 인재들의 진을 빼고 급기야는 폐기처분하는, 이른바 블랙기업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횡포를 일반인들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놨다. 죽도록 일하고도 늘 허덕이는 이유는 기업의 이윤 추구 때문이다. 때문에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산수단을 노동자가 손에 쥐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경영이념도'이윤을 남기지 않는다' 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부패 혁명’이다
▶전문성 : 마르크스의 자본론에 관심이 있다면 다른 책을 보시길, 창업이나 제빵사업에 도전하시는 분이라면 참고할 만하다.
▶대중성 : 학자가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 비판한 자본주의의 그늘. 일단 쉽다는 점에서 긍정적. 더불어 '효모', '누룩' 등 천연 '균(菌)'을 이용한 제빵이야기가 흥미 있다.
▶참신성 : 빵집 개업과 경영에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역이용한 발상은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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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력 착취의 악순환 고리는 끊어질 수 있는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 그의 청춘기는 별 볼일 없었다. 고교 졸업 후 농촌에서 살고 싶다며 농대 원예학과를 나왔지만 농부가 되지 못하고 회사를 들어갔다. 그나마 2년 만에 실직. 살길이 막막했던 그는 아내와 빵집 개업을 결심했다. 기세 좋게 개업 준비에 나섰지만 마침 터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주저앉았다.
그때 저자는 학자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마르크스를 접한 뒤 자본론에 눈을 뜬다. 이후 당시 국제상황과 제빵수련의 경험 등에서 자본론의 실제를 경험하고, 빵집 경영에 그 사상을 대입해 성공을 거둔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요컨대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마련해 '자본주의의 착취'라는 굴레를 벗어나 성공한 일화다.
노동자의 상품인 노동력의 수요자는 자본가다. 자본가는 자본주의 본질상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노동자는 혹사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마르크스 자본론의 한 축이다. 단, 노동자 스스로가 '생산수단'을 확보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일하는 만큼 이윤은 그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그가 이윤에 집착하면서 또 다른 노동자를 채용하기 때문에 '이윤과 착취'라는 악순환의 고리는 계속된다.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교환가치 극대화가 해답
저자는 이 고리를 끊었다고 자평한다. 가족을 포함한 최소한의 '스태프'들만으로 생산수단인 빵집을 운영하면서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교환가치를 극대화 하고 장인정신으로 일궈낸 천연효모 가공법으로 질 좋은 빵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가능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책에서 주목되는 또 한 대목은 '부패하는 경제'다. 그는 '부패하는 경제'를 자신이 변방에서 시작한 '혁명'이라고 부른다. 여기서의 부패는 그가 빵집을 경영하면서 연구해 온 '효모', '누룩' 등 '균(菌)'의 순기능이다. 균은 자연의 생리대로 생명체를 부패시켜 자연으로 되돌려보내거나 전혀 새로운 형태의 물질로 변화시킨다.
저자는 현재의 자본주의가 경제를 부패시키지 않기 위해 돈을 쏟아 부어 경제를 '뒤룩뒤룩' 살찌우는 데만 급급해 오히려 경제를 망친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말하는 '대안인 혁명'의 방법은 '소상인'이다. 생산수단을 가지면서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이윤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그 역시 '생산수단의 공유'라는 마르크스의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대는 각자가 생산수단을 가지는 길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저자는 '부패하는 경제'의 구체적 실현 방안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이 남긴 '이윤‘을 노동자(스태프)에게 어떻게 설명할 지에 대해서도 '돈의 흐름을 알려주면 될 것'이라며 두루뭉술 넘어가고 있다.
때문에 "지역통화 같은 빵을 만들고 싶다"며 포부를 밝힌 부분에 이르러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변방에서 외치는 자본주의 개척자의 야심찬 선전포고'인지, 단순한 '창업 성공자의 아기자기한 자서전'인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책 속 밑줄 긋기
- 사람들은 돈이라는 이름의 비료를 대량으로 투입해 경제를 뒤룩뒤룩 살찌게 한다.
내용물이야 어떻든 이윤만 늘면 된다.
GDP(국내총생산)만 키우면 된다. 주가가 오르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비만이라는 병에 걸린 경제는 거품을 낳고 그 거품이 터지면 공황(대불황)이 찾아온다.
거품붕괴는 어떤 의미에서는
너무 살쪄서 비정상이 되어 버린 경제가 균형을 되찾는 자정작용이다.
- 인위적으로 동원한 균이 부패하지 않는 음식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인위적으로 동원한 돈은 부패하지 않는 경제를 낳는다.
자연의 활동에서 크게 벗어난 부자연스러운 악순환이다.
- 균들이 이 상황을 본다면
“그게 무슨 짓이냐? 인간처럼 세포가 60억 개나 되는 자신이
생명체라는 사실조차 잊은 거냐?”고 물을지 모른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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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임승수 지음), <마르크스 사용 설명서>(다니엘 벤사이드 지음 | 양영란 옮김) 마르크스의 자본론 등에 관심이 더 있지만 따분하고 무거운 것은 싫어하는 독자들을 위하여.
최기철 정치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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