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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상고심 법원' 설치 추진..대법관 증원 물 건너가나
사법정책자문위 양승태 대법원장에 건의
2014-06-17 17:01:57 2014-06-18 14:30:15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상고심 기능 강화 방안으로 상고심 법원을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 오연천 서울대 총장)는 17일 회의를 열고 상고심 법원 설치방안을 의결해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이에 따라 양 대법원장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추진방향을 확정한 뒤 관련법 개정 등 필요한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날 자문위는 “대법관은 법령해석 통일을 위해 필요하거나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상고사건을 심리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 상고사건은 대법관 이외에 경륜 있는 상고심 법관이 담당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건의 배경을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사진제공=대법원)
 
자문위 설명대로 상고심 법원은 대법원의 하위 개념으로 대법원으로 집중되는 상고심 사건들을 분산하기 위한 방안이다.
 
따라서 대법원 관할 아래 별도의 상고심법원이 설치될 전망이며 법관 역시 대법관 아닌 상당한 경력의 법관으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과는 다른 개념의 법원이 신설되는 것이기 때문에, 설치가 확정될 경우 대법원을 유일한 상고심 법원으로 정하고 있는 법원조직법이나 민·형사소송법,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등은 개정이 불가피하다.
 
상고심법원 설치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심리불속행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있지만 상고심법원의 운영체제가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 간다면 존치될 수도 있다는 게 대법원 설명이다.
 
심리불속행제도는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규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바로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상고심 법원 제도 도입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1년부터 1963년까지 고등법원 상고부를 채택해 운영한 적이 있다. 그러나 고등법원 내에 상고부를 설치하면서 본질적인 기능에 제한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폐지됐다.
 
외국의 경우 상고심법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이다.
 
독일은 형사사건 상고심을 상고심 법원에서 관할하고 일본은 민사사건 상고심을 최고법원과 고등법원이 나눠 분담하고 있다.
 
대법관으로부터 판결을 받지 못함으로써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자문위는 위헌성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 중 3심 재판을 받을 권리 등이 반드시 대법원의 재판을 받는 것을 규정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모든 사건의 최종심을 대법원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기 때문에 상고심 법원 설치를 위헌으로 볼 수 없다”며 “자문위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상고심사건 접수 건수는 2003년 1만9290건이었으나 지난해 3만6100여건으로 늘어나 10년간 2배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상고사건 기각률은 94% 내외로 큰 변화가 없지만 상고율은 매년 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상고심 법원 제도가 도입되면 재야 법조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 중인 대법관 수 확대제도는 시행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상고심 법원이 설치되면 대법원에 접수되는 사건이 분산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리불속행제도 역시 폐지될 수 있기 때문에 대법관 증원의 근거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변호사단체 등 재야법조계에서는 상고심 접수 건수 폭주와 함께 심리불속행제도 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 등을 이유로 대법관을 많게는 50명까지 증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대법원은 이날 자문위의 건의가 양 대법원장에게 전달됨에 따라 곧 심포지엄과 토론회 등을 열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구체적 추진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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