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일류상품 산실..현대重 엔진공장을 가다
2014-03-27 14:59:00 2014-03-27 16:58:36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단일기업 최다인 세계일류상품 37개 보유. 현대중공업의 기술력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중에서도 울산 현대중공업 조선소 내에 있는 엔진공장은 선박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비롯해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곳으로, 현대중공업이 세계 1위 조선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준 산실이다. 지난 25일 서울보다 일찍 봄을 맞이한 울산 엔진공장을 찾았다.
 
울산 동구에 위치한 현대중공업 조선소. 608만1000㎡(약 184만평) 부지에 총 10개의 도크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조선소다. 도크마다 건조 중인 선박이 가득했다. 조선업이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선박의 각 블록을 조립하는 공장들을 지나 선박의 핵심부품을 다루는 엔진공장에 도착했다.
 
◇현대중공업 엔진공장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세계 대형엔진시장의 35%를 점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는 주조 단조 소재부터 최첨단 정밀가공 및 조립·시운전설비까지 일관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엔진의 60%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에서 사용되고, 20%는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소에, 그리고 나머지 20%는 해외로 수출된다.
 
조선업과 마찬가지로 엔진도 대표적인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에 속하지만 여기에 사용되는 부품들은 0.0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을 만큼 정밀함을 요구한다. 대부분 공정이 컴퓨터 수치제어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는 덕이다. 그래서인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크레인 등 설비에 비해 근무자들의 수가 적었다.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거대한 쇠기둥이 보였다. 엔진의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전환해 주는 크랭크샤프트 생산 현장이었다. 엔진의 동력을 프로펠러로 전달해주는 선박의 핵심부품으로 거대한 쇳덩이처럼 보이지만 0.01mm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초정밀 제품이다. 지난 2003년 정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엔진공장의 보물이다.
 
◇대형엔진 크랭크샤프트(사진=뉴스토마토)
 
이어 도착한 곳은 엔진의 도장 공정. 저마다 다른 색깔로 도장된 엔진들이 다음 공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선주들마다 선호하는 색이 달라서 원하는 색깔로 맞춰주기 때문이란다.
 
도장 공정을 지나자 테스팅 베드에 도착했다. 엔진의 각 부분을 조립해서 성능이 제대로 나오는지 테스트하는 곳이다. 완제품으로 출하되기 전 마지막 공정인 셈이다. 보통 1주일 간의 테스트가 마무리되면 조립된 엔진을 다시 2~5개로 분해해 출하한다. 엔진을 사용할 조선소의 크레인 용량에 맞게 무게를 나눠 주는 것이다.
 
이곳 엔진공장에는 현대중공업이 자랑하는 또 하나의 보물이 있다. 지난 2000년 독자 개발한 힘센(HIMSEN) 엔진이다. 지난해 12월말 누계 7800대를 생산하며, 중형엔진 시장에서 선두 메이커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0년 400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힘센엔진은 선박 추진 및 발전용 엔진으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독자개발 엔진이다. 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 개발로 중형엔진 부문에서 780마력부터 3만5300마력까지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힘센엔진은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을 바탕으로 1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 보수적인 엔진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을 뚫고 세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힘센엔진은 지난 2002년 ‘대한민국 10대 신기술’, 2004년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으며,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인 ‘iF디자인어워드’(2009년), ‘레드닷디자인어워드’(2010년)에서 잇달아 수상하는 등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을 검증 받았다.
 
◇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사진=뉴스토마토)
 
힘센엔진을 적용한 이동식발전설비(PPS)도 엔진공장의 대표적인 효자 품목이다.
 
이동식발전설비는 전 세계에서 현대중공업이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제품으로, 디젤발전기과 엔진 등 발전소 운용에 필요한 설비들을 40피트 컨테이너에 담은 소규모 패키지형 발전소다.
 
이동식발전설비는 1기당 13억원 수준으로, 1.7MW(메가와트)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동시에 3000~4000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2006년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됐다.
 
이동식발전설비는 공장형이 아닌 박스(box)형이기 때문에 설치와 이동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경유를 연료로 하는 기존 패키지형 발전설비와 달리 저렴한 중유를 연료로 쓸 수 있어 경제성도 뛰어나다.
 
PPS는 무엇보다 엔진과 발전기 등 대부분의 기자재를 국산화한 제품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쿠바,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1120여기가 수출됐다.
 
특히 전기공급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힘든 쿠바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이동식발전설비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쿠바 10페소 지폐 뒷면에 이동식발전설비가 도안으로 사용될 정도다.
 
하지만 높은 품질력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조선업 불황의 영향으로 선박 엔진가격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단계다. 조선업 호황기 때보다 기술은 더 진보했지만 업황 침체로 가격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것.
 
이찬호 엔진기계사업본부 상무는 “조선업 호황기 때는 선박 발주에 앞서 현대중공업 선박엔진을 먼저 확보할 정도였다"며 “선주들에게 품질력을 인정받아 가격도 경쟁사에 비해 5% 가량 높았다”고 회고했다.
 
이 상무는 또 “지난해부터 조선업이 회복세를 타고 있어 신규 수주 선박이 생산되는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는 엔진가격도 충분히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향후 엔진시장 선도를 위한 전략품목으로 친환경·고효율 엔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3월 세계 최초로 G-타입(Green-Type)의 친환경 선박엔진 제작에 성공하면서 가시적 성과를 올렸다. G-타입 엔진은 엔진 실린더 내부에 위치한 피스톤 이동거리를 늘리는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해 기존 엔진 대비 7%의 연비 향상과 7%의 유해가스 저감이 가능하다.
 
이 엔진을 포스트파나막스급(7500TEU) 컨테이너선에 탑재할 경우, 선박 평균수명인 25년 간 운항 시 약 800억원(연 32억원)의 경비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친환경·고효율 엔진에 대한 고객들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가스엔진과 하이브리드(디젤+가스) 엔진 등의 개발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에 더해 엔진 내구성 시험장에서 테스트하게 될 엔진 라인업을 확대해 품질 향상 노력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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