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바다 위 골리앗 FPSO..명불허전
2014-03-27 14:11:27 2014-03-27 14:15:35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해양사업본부에 있는 원통형 골리앗 FPSO.(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 26일 현대중공업(009540) 울산조선소. 조선소의 핵심인 도크(dock)마다 빼곡히 선박들이 들어서 있었다.  
 
해외 선주 등 VIP들이 주로 머무는 영빈관 언덕길에서 내려다본 조선소는 이미 봄기운이 전해진 듯 작업자들이 야드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며 생기를 더했다.
 
연신 ‘삐~익 삐~익’ 경고음과 함께 레일 위 1200t급의 골리앗 크레인이 육중한 몸을 이동시키고 있었고, 우측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와 FPSO 등 다양한 선박들이 설계도에 그려진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울산조선소를 찾은 기자 일행의 눈을 끈 건 해양사업본부에 있는 원통형 골리앗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였다. 올 상반기 선주사인 노르웨이 ENI 노르게(Norge) AS에 인도될 예정이어서,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며 보안과 안전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FPSO는 바다에 뜬 채 원유를 뽑아 정제한 뒤 저장까지 할 수 있는 설비로 높이 75m, 아파트 25층에 해당하는 세계 최대 크기의 원통형 FPSO다. 수주가격 역시 2조원을 훌쩍 뛰어 넘는 고부가가치 해양설비다.
 
해풍과 파고, 얼음같은 수온으로 둘러싸인 북해에 투입돼 원유 추출에 나서게 된다. 특히 원통형은 일반 FPSO와 달리 해류나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돼 극한의 지역에서도 원활하게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까지 전 세계에 발주된 초대형 FPSO(원유 200만 배럴 이상 저장 가능한 FPSO 기준) 11기 중 7기를 제작하면서 약 60%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
 
또 초대형 석탄 및 유류운반선(VLOO)을 제외한 기존 세계일류상품들이 갱신 심사를 통과해 지난해와 동일한 37개 최다 인증기록을 유지하게 됐다. 근간은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는 높은 기술력과 건조 경험이다. 
 
조선업 부동의 세계 1위 현대중공업도 지난 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불황에, 중국 조선업체들의 거센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맥을 추지 못했다. 손익분기점을 겨우 맞춘 저가수주로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1985년 선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최악을 해를 보내야 했던 현대중공업은 위기에 직면하면서 양적 팽창에서 질적인 변화를 모색했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내성을 쌓았다.
 
방만했던 인력 구성을 정예화하고 대대적으로 조직을 개편해 경영조직 합리화에 착수했다. 특히 해양개발과 플랜트, 엔진, 로봇, 중기계 등 비조선 부문으로 진출해 외부 경영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했다.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크랭크축'.(사진=뉴스토마토)
 
현대중공업의 핵심사업 부문 중 하나인 엔진공장에는 400여명의 근로자들이 주야 2교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실상 24시간 가동체제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독자 개발에 성공한 3만5300마력급 '힘센 엔진’은 상상 이상의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출력 규모만 놓고 보면 힘센엔진 한 대는 울산시 전체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후발업체들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겠다는 방침이다.
 
세계 시장점유율 38%의 현대중공업 엔진부문은 올해 310대의 대형엔진, 1600대의 중소형엔진 생산목표를 수립했다. 물론 조선 호황기와 비교하면 떨어진 목표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25%가량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이 비교적 현실감 있게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초과달성도 가능하다고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선가의 10~15%를 차지하는 대형엔진은 선박의 핵심제품으로, 중소형 보조엔진까지 일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부가가치는 더욱 커진다. 특히 선박과 엔진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이 유일하기 때문에 수급조절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이찬호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본부 상무는 “780마력에서 3만5300마력까지 모두 7종의 독자 개발 풀 라인업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이들 엔진은 선박의 추진과 발전용, 해상설비용, 육상발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직접 쓴 휘호 '진인사대천명'(사진=뉴스토마토)
 
“시류에 흔들려 우왕좌왕하지 말고,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한 뒤 하늘에 뜻에 맡긴다”는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휘호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처럼 현대중공업 임직원들은 지난 수년간의 불황을 오히려 도약의 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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