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전자제품이나 기계를 만들 때, 또는 건물을 짓거나 심지어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나 신발 등을 제작할 때도 설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진보하면서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제품들과 건물의 설계도는 이제 더이상 종이에 그려지지 않는다. 이제는 컴퓨터로 제품의 디자인을 설계하고 손쉽게 수정할 수 있게 됐고, 그 결과 모든 산업의 설계 과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바로 캐드(Computer Aided Design, CAD)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그 혁신의 중심에 있다. 캐드를 이용하면 공장에서 사용되는 복잡한 기계도 편리하게 설계할 수 있다.
◇산업의 표준 '오토캐드'의 개발사
이러한 대규모 상업적 응용프로그램의 개발로 산업발전은 본격화됐고, 그 가운데에서도 오토데스크(Autodesk)가 개발한 오토캐드는 현재 산업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토데스크는 공학, 제조,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의 2·3차원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으로, 1982년에 설립돼 1985년에 나스닥시장에 상장됐다.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州)의 산 라파엘에 자리잡고 있으며, 현재 독일과 프랑스, 영국, 한국, 일본, 싱가폴 등에 지사를 두고 있다.
오토데스크는 오토캐드와 3ds Max, 마야 등의 소프트웨어로 잘 알려졌다. 특히 산업의 표준이 된 오토캐드는 건설과 기계설비, 구조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며, 주위 환경을 디자인하고 형상화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게임이나 영화, 모션 그래픽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도 빼놓을 수 없다. 마야(Maya)와 3ds Max는 3D 모델링부터 애니메이션,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도구세트를 지원하는 툴(Tool)로 시각효과가 뛰어나 전세계 3D 아티스트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월트디즈니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도 오토데스크의 소프트웨어 '마야'로 제작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오토데스크의 '마야'를 이용해 제작됐다(사진=유튜브)
마야는 애니메이션에 쓰이는 다양한 특수 기법과 컨트롤러 기능이 탑재돼 있어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묘사가 가능하며 화면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을 구현해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평가받고 있다.
마야나 3ds Max는 컴퓨터 화면 밖의 사람이나 마네킹이 움직이는대로 모니터 속의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최첨단 입력 기술도 지원한다.
그 밖에도 오토데스크는 실제 공장을 건설하기 전 최적화된 생산 설비 배치를 설계하거나 플랜트와 배관을 설계할 수 있는 인벤터(Inventor), 인프라웍스(InfraWorks)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과도기, 4분기 실적 부진
오토데스크의 2014회계연도(2013년 2월~2014년 1월) 4분기(11월~1월) 실적은 그리 좋지 않다.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3% 감소해 5억8700만달러를 기록했고, 비 일반회계 기준 순이익은 23% 감소해 9300만달러(주당 0.40달러)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에서 9%로 축소됐다. 다만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은 8% 개선돼 1억8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현재 오토데스크가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는 과도기를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영업활동이 원활하지 못했던 까닭으로 풀이됐다.
오토데스크는 비즈니스 모델을 소프트웨어를 패키지로 묶어 판매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기간에 따라 일정 비용을 내고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구독 판매방식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기업 및 개인 사용자들은 해당 소프트웨어를 손쉽게 확장·축소할 수 있고, 최신 버전으로의 업그레이드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오토데스크는 소프트웨어를 웹브라우저 상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한다.
어도비의 포토샵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등이 클라우드로 전환된 것처럼 오토데스크도 이제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해당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3D 디자인 소프트웨어들을 100% 웹으로 이전했다.
◇오토데스크 실적 변동 추이(자료=오토데스크, 뉴스토마토)
지난 1년간의 흐름을 살펴봐도 매출액과 순이익은 대체로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구독 매출은 늘어난 반면 컨설팅이나 트레이닝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는 라이센스 및 기타 매출이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4분기 라이센스 매출은 이번 비즈니스 모델 과도기의 영향으로 타격을 받아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구독 매출은 과도기의 영향을 받지 않아 10% 개선된 2억6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오토데스크 2014회계연도 매출 변동 추이(자료=오토데스크, 뉴스토마토)
지역별 매출을 보면 미국 시장에서의 4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6% 줄어 2억700만달러를 기록했고,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매출도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매출은 2% 늘어 1억5000만달러로 집계됐고, 고정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매출 증가율은 10%로 확대된다.
신흥국 시장에서의 매출은 88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대비 5%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BRIC 국가들 중에서도 특히 인도 지역 매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체 신흥국 매출 신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사업 부문별 매출은 플랫폼솔루션 부문과 건설·건축·엔지니어링 부문이 각각 1%, 6% 씩 감소했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부문이 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제조업 부문만이 4% 증가했다.
◇실적 부진에 주가도 주춤..현재 주가 고평가
오토데스크의 주가는 지난달 26일 4분기 실적 발표 이후로 7.8%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2.5% 올랐다. 지난 6개월 동안에는 29.2%, 1년 동안에는 25.7%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기준 오토데스크의 주가는 전일 대비 0.46% 올라 50.47달러로 장을마감했다.
오토데스크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2014회계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126배 수준으로 상당히 고평가돼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3일 시티그룹은 오토데스크의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월터 프릿차드 애널리스트는 오토데스크의 목표주가를 36달러로 유지하며 "주가가 적정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토데스크가 제시한 장기 목표 실적이 너무 높다"며 "주당 순이익 4달러 달성이 언젠가는 가능하겠지만, 2018년 전에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토데스크 2014년 주가 변동 추이(자료=야후파이낸스)
◇클라우드 서비스 출발..하지만 실적 개선은 아직 일러
지난해 하반기 비즈니스 모델을 대대적으로 변경한 오토데스크는 새로운 구독 서비스의 가격이 더 낮아져 단가 하락의 영향을 받겠지만, 더욱 편리해진 서비스 덕분에 향후 가입자가 확대되고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015회계연도(2014년 2월~2015년 1월)의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특히 지난해 말 결정됐던 캠 소프트웨어 기업 '델캠(Delcam)'의 인수가 올해 1분기(2~4월)에 현금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라 이 기간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와 함께 현재 불안정한 글로벌 경기 상황이나 유로화, 엔화 등의 환율 변동성 문제, 그리고 지난 2012년 12월 발행한 7억5000만달러 어치의 회사채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회사 측은 2015회계연도 1분기 매출액이 5억6000만달러~5억75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매출액이 5억7000만달러였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낙관적인 수준은 아니다.
같은 기간 비 일반회계 기준 목표 주당순이익은 0.19~0.22달러로 제시됐다. 이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의 0.42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전망치다.
2015회계연도 전체를 봤을 때는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영업이익률은 5~8%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올해 신규 가입자는 15만~20만명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시장 전문가들은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앞서 시티그룹이 매도 의견을 내놓은 가운데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오토데스크의 목표주가를 58달러에서 62달러로 상향조정했고, 로버트 W.바드의 애널리스트 역시 55달러에서 60달러로 목표주가를 높였다.
15명의 전문가들 중 2명은 매도 의견을, 6명은 보유, 7명은 매수 의견을 내놨다. 이를 평균해 계산하면 오토데스크의 목표주가는 평균 54.93달러, 그리고 투자의견은 '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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