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부호들)⑦미지의 길을 개척하라!..장진둥 쑤닝윈상 회장
필수가전 아닌 사치품 '에어컨'에 올인
업계 텃세에도 '상품과 서비스'로 승부
"창업은 내가 하고 싶은 것 밀고 나가는 것"
2014-02-24 10:00:00 2014-02-24 10:00:00
◇장진둥 쑤닝윈상 회장 (사진=바이두백과)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먼 훗날에 나는 어디에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리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노라고, 그래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란 시(詩)의 한 구절입니다.
  
미지의 세계에서 두 갈래 길을 마주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보통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인적이 드문 길에 들어서는 것은 그만큼 많은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러나 때로는 남들이 가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은 수확을 얻기도 하는데요, 중국 유통업계를 주름잡는 장진둥(張近東) 쑤닝윈상(蘇寧雲商, Suning Commerce Group) 회장도 그런 모험적인 인물 중 한 명입니다.
 
지금은 44억달러의 자산을 소유한 중국의 손 꼽히는 부호이지만 한 때는 평범한 국유기업의 회사원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장 회장의 첫 번째 '남다른 선택'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개혁개방 이후 경제 성장의 열매가 본격적으로 맺기 시작 할 무렵입니다.
 
당시 중국 가정에는 컬러텔레비전(TV), 냉장고, 세탁기가 필수 가전으로 자리잡고 있었는데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수요에서 짐작할 수 있듯 시중의 돈은 가전 업계로 모여들었습니다.
 
장 회장도 가전 업계에서 사업의 기회를 포착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3대 필수 가전이 아닌 고가의 사치품으로 분류되던 에어컨이었습니다.
 
에어컨은 커녕 얼어붙은 몸을 녹여 줄 히터가 필요할 것 같은 1990년의 크리스마스 다음날, 장 회장은 가지고 있던 자금의 전부인 10만위안(약 1760만원)을 털어 200㎡ 크기의 에어컨 도매점을 열었습니다.
 
그의 독특한 발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배송부터 설치, 에프터서비스(A/S)까지 책임지는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한 것입니다. 이를 위해 300명의 에어컨 설치 전문 인력을 모집하기도 했습니다.
 
그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분야에서 만반의 준비를 갖췄기 때문일까요? 그는 창업 3년만에 연매출 3억위안이라는 성공 신화를 기록합니다. 1992년 들이닥친 가마솥 더위에 난징의 에어컨 시장은 급성장을 했고 우수한 상품과 서비스를 모두 갖춘 쑤닝의 명성은 금세 업계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장 회장은 이 때를 회상하며 "충분한 준비만 갖췄다면 기회는 결코 당신을 잊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조언하기도 합니다.
 
에어컨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기쁨도 잠시, 장 회장은 국유 기업 중심의 가전 제품 업계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게 됩니다. 이름도 들어본 적 없는 작은 회사가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이 상당히 언짢았던 모양입니다.
 
당시 가전제품 판매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국유 기업들은 가전 제품을 공동 조달키로 담합을 했고 장 회장에게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의 물건은 취급하지 않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장 회장은 특유의 뚝심으로 이 난관을 묵묵히 헤쳐나갑니다. 전문 서비스는 물론이고 비수기에 양질의 제품을 저가에 확보해 가격 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으로 에어컨 업계의 강자로 우뚝 선 것입니다. 자신들과 유일하게 공급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와의 윈윈(win-win)도 잊지 않으며 얻어낸 성과입니다.
 
장 회장은 이 과정에서 유통 채널 확보의 중요성도 깨닫게 됩니다. 창업 10주년을 기념하는 전날 밤, 그는 "3~5년안에 중국 전역에 1500개의 매장을 만들겠다"고 선언합니다.
 
이후 쑤닝 매장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되는데요, 2001년 40일에 하나 꼴로 생기던 매장이 2002년에는 20일에 하나, 2003년에는 일주일에 하나 씩 증가했습니다. 2004년에는 급기야 5일마다 새 매장이 문을 열었을 정도입니다.
 
장회장은 또 적절한 시기에 에어컨 전문 판매 매장에서 종합 가전 판매 매장으로의 변신도 시도했습니다. 중국 가전업계의 월마트가 되겠다는 포부를 현실로 이뤄낸 것입니다.
 
13억이라는 인구 만큼이나 입맛이 까다로운 중국 가전 업계에서 입지를 다진 장 회장은 현재 종합유통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 사명을 쑤닝전기에서 쑤닝윈상으로 바꾼 것도 그 일환입니다.
 
"창업이라는 것은 세상을 뒤집을 만한 혁신적인 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묵묵히 해낼 때 그 경험이 쌓여 성공을 얻을 수 있는 것이지요"
 
남들이 찾지 않는 길에서 자신의 성공을 발굴해 낸 장 회장이 종합 유통기업으로는 어떤 새로운 성공을 일궈낼 수 있을 지 새삼 주목되는 시점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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