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량원건 산이중공업 회장(사진=산이중공업 홈페이지)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전 세계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어느 곳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저는 주저없이 중국을 지목할 것입니다.
최근 들어 중국의 성장 정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가장 빠른 속도로 커가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3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압축 성장을 해 온 만큼 성장의 과실을 함께 누린 기업들도 적지 않은데요, 중국 기계 산업의 선두 주자인 산이중공업이 대표적입니다.
일류 기업, 일류 인재, 일류 공헌이라는 '세 개의 일류'를 뜻하는 산이(三一)중공업은 현재 중국 건설 장비 시장의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산샤(三峽)댐, 칭하이-티벳 간 고속철도, 베이징-주하이 고속도로 등 중국의 주요 인프라 건설 사업에는 모두 산이의 손길이 닿아있습니다.
외국계 기업이 호령하던 중국의 중장비 시장에서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지킨 산이중공업, 그 뒤에는 중국 산업화의 산 증인인 량원건(梁穩根) 회장이 있습니다.
지금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자산 순위가 10위권 밖으로(2013년 10월 포브스 집계 기준 14위) 밀려나기는 했지만 한 때는 최고 부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던 자수성가 기업인의 표본입니다.
량원건 회장이 처음부터 사업가로서 뛰어난 자질을 보였던 것은 아닙니다.
1986년 량 회장은 창업의 꿈을 안고 돌연 회사를 그만둡니다. 당시만해도 국가가 일자리를 정해줬기 때문에 평범한 직장인으로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 사업으로 성공하겠다'는 포부 하나만 갖고 개혁개방으로 고속 성장의 첫 걸음을 내딛던 시대적 분위기에 동참합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어디서 들었는지 양 한 마리를 팔면 20위안을 벌 수 있다는 얘기에 전국 각지를 돌며 양떼를 모아왔지만 양 가격 폭락으로 큰 손해만 떠안았습니다. 이후 양조 사업, 유리섬유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댔지만 모두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가 첫 성공을 맛본 곳은 전공을 살린 용접 재료 사업입니다. 비철금속 접착제에 사업성이 있음을 포착하고 곧바로 제품 개발에 착수 했습니다. 품질 문제로 납품한 제품들을 모두 돌려받는 등 이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량 회장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고 모교 교수님을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등 수 차례의 시행착오를 이겨냈습니다. 1986년 9월 량 회장과 동료들은 마침내 8000위안이라는 첫 납품 대금을 받습니다.
량 회장은 첫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시장을 이리저리 살폈습니다.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인프라 건설 사업. "인프라 건설 자체는 잘 몰라도 건설 장비는 좀 안다"라는 자신감으로 국유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중장비 제조업에 입문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유명 전문가를 초빙하는 것을 주저치 않았고 해외 기업의 성공 사례도 적극 수용했습니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10년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끝에 산이중공업은 중국 기계장비 산업의 선봉에 우뚝 섰습니다. 해외에서도 뛰어난 기술력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입지를 점차 넓혀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이 기업의 성장 앞에 항상 국가 경제의 발전을 뒀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이 그의 성공을 논할 때마다 량 회장은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산업으로 국가에 보은한다"는 겸손의 말을 남겼습니다.
2005년 비(非)유통주 개혁때에도 "국가에 대한 책임이 기업의 이익보다 중요하다"라는 이유로 적극 가담했습니다. 중국 자본 시장의 개혁을 이끌 수만 있다면 회사의 손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습니다.
이 때문일까요? 산이중공업은 개인이 설립한 민영 기업임에도 중국 산업계에서 주요 국유 기업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산이중공업의 발전이 중국 기계 제조업의 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국가에 대한 그의 변함없는 충절은 창업 이후 18년간 열망했던 공산당 입당도 성사시켜 줬습니다. 2004년 정식 공산당원이 된 량원건 회장은 2007년 제17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 후난성 대표로, 2012년에는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대표로 선출이 됐습니다.
“국가와 민족에 봉사해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량원건 회장이 쓰는 중국경제의 고속성장신화는 그의 투철한 국가관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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