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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매파 늘어난 美연준..고용급감에도 테이퍼링 변화없다
2014-01-13 15:00:56 2014-01-13 17:14:13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온건적 성향의 자넷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Fed) 차기 의장이 이끄는 배에 강경한 성향의 선원들이 다수 올라탔다.
 
차기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스탠리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와 새롭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보팅 멤버로 참여하는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은행 총재,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 등이 그 주인공.
 
이들의 등장으로 연준의 통화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매파 성향의 인물들이 더해지며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계절적 요인은 있지만 꾸준한 개선세를 보이는 고용 동향과 여전히 낮은 물가 수준 등을 고루 감안했을 때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둘기' 수장아래 '매파' 위원들..테이퍼링에 가속도?
 
올해에는 FOMC 보팅 멤버가 되는 12명의 인사 중 7명이 새 얼굴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자리에서 물러난 사람들의 다수가 온건적 성향의 비둘기파였다면 새롭게 등장하는 사람들은 매파적 성향이 강해 이전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피셔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WSJ 주최 CEO 간담회에 참석해 이야기 하고 있다.(사진=로이터통신)
그 전면에 서 있는 사람이 옐런의 뒤를 이어 부의장에 오를 피셔 전 총재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피셔는 세계에서 경제 정책에 가장 능통한 사람"이라며 "그는 옐런과 함께 최상의 팀을 꾸릴 것"이라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피셔 전 총재 역시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것을 매우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비교적 강경한 성향의 피셔를 부의장으로 지목한 것은 정계 공격의 방패막이로써 옐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한 의도"라고 풀이했다. 전통적으로 연준 부의장은 의장의 가장 중요한 동반자이자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피셔 전 총재를 추천한 사람이 옐런 차기 의장이라는 점도 두 사람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성향 차이가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센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의원은 "피셔가 올바른 방향으로 일해주기를 희망한다"며 피셔의 지명은 앞서 차기 의장 후보로 래리 서머스를 거론했을 때만큼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정책 사용에 있어 과감한 모습을 보였던 피셔 전 총재의 이력을 염두해 둔 발언이다.
 
실제로 피셔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로 재임 당시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응하고자 글로벌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기준 금리를 인하했고, 이듬해에는 물가를 이유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샤켈화의 가치 하락을 통한 수출 증대를 꾀하기 위해 전례 없는 규모의 외국 통화 매수에 나서기도 했다.
 
투표권 순환 원칙에 따라 올해 FOMC 회의 의결권을 갖는 총재들이 대표적 매파 인물들이란 점도 연준의 성향 변화를 짐작케 한다.
 
<2014 FOMC 보팅멤버 구성 현황> 
(자료=美 연준 홈페이지, 주요 외신 보도 참조)
 
12개 지역의 연방은행 중 뉴욕 연방은행을 제외한 11개 연방은행 총재들은 2~3년마다 돌아가며 의결권을 갖는다.
 
올해부터는 양적완화에 줄곧 부정적인 발언을 내놨던 플로서 총재와 피셔 총재가 정책 결정에 참여한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서 유일하게 양적완화 유지에 찬성표를 던졌던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와 온건적 성향의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의 자리를 대체하는 이들의 온도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의 회의에서 온건적 성향의 위원들도 양적완화 축소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점은 연준의 통화정책이 급격한 변화를 겪지 않을 것임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꽁꽁 얼어붙은 날씨에 고용 급감..전반적 추세는 변화 '無'
 
연준의 통화정책의 중요한 기준인 고용 지표는 한파의 영향에 크게 출렁였다.
 
지난 10일 미 노동부가 공개한 12월의 비농업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전달보다 7만4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직전월의 수정치 24만1000명은 물론 로이터 사전 전망치인 19만6000명 증가도 하회하며 2011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
 
◇미국 실업률·신규 취업자 수 변동 추이(자료=미국 노동통계청)
 
미국의 고용 급감은 날씨의 영향이 매우 컸던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계절적 영향을 많이 받는 건설 부문에서의 신규 취업자 수가 1만6000명이나 감소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직전월의 1만9000명 증가에서 크게 물러난 수치다.
 
추운 날씨 때문에 일을 하지 않았다는 사람도 27만3000명에 육박했다. 1977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날씨가 고용 급감에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노동 시장이 수직 개선되고 있지 못하다는 신호"라고 진단했다.
 
실업률은 6.7%로 2008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 비율이 62.8%로 후퇴한 점은 실업률 하락이 구직 포기자 수 증가에 기인했음을 드러냈다.
 
존 베이너 미국 하원의장은 "12월의 고용보고서 내용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실업률의 감소는 그만큼 노동 인력이 빠져나갔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빈센트 레인하트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 참여율 둔화가 가장 우려스럽다"며 "일을 하려는 사람이 더디게 늘어난다면 생산성도 저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고용 동향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스틱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의 결과를 믿고싶지 않다"며 "이 수치는 곧 크게 수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연준 관계자들이 테이퍼링에 대한 태도를 바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완만한 속도 테이퍼링 지지..'低물가'에 초저금리는 유지
 
이처럼 다수의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이 기존의 로드맵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2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당시 연준은 자산매입 규모를 1월부터 종전의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노동 시장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판단하며 모기지담보증권(MBS)과 국채의 매입량을 각각 50억달러씩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후 블룸버그가 42명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향후 6차례의 FOMC 회의에서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달러씩 줄일 것으로 예견됐다. 10월을 전후로 연내에는 양적완화가 완전히 종료될 것으로도 전망됐다.
 
다만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점은 지금의 초저금리 기조가 한 동안 유지될 것임을 시사한다.
 
작년 11월을 기준으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1.1%로 연준의 목표치인 2%에 한참 못 미친다.
 
1월의 FOMC 회의를 끝으로 의결권을 잃는 로젠그린 총재와 에반스 총재 모두 최근 "매우 낮은 수준의 물가는 상황을 복잡하게 한다"며 "저물가가 장기간 계속될 경우 미국 경제를 갉아먹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도 기준금리와 실업률의 상관 관계는 점차 옅어질 것이란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의 FOMC 회의 직후 벤 버냉키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실업률이 목표치를 하회하더라도 얼마간은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73%의 경제 전문가들도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져도 금리가 현행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데 동의했으며 66% 정도는 "실업률이 적어도 5% 아래로는 내려가야 연준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언급했다.
 
로이터 역시 "연준이 대규모 양적완화의 방향을 정하는데에는 고용 상황을 참조하겠지만 물가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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