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세계 최대 알루미늄 제조업체 알코아를 시작으로 미국의 본격적인 4분기 실적 시즌이 시작됐다.
이날 알코아는 4분기 순손실이 23억4000만달러(주당 2.19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의 2억4200만달러(주당 21센트)에서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알루미늄 가격 하락의 영향이 직격탄이 됐다.
일회성 항목을 제외한 조정 순익도 주당 4센트로 적자는 간신히 면했지만 사전 전망치 6센트를 하회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예상 외로 저조했던 알코아의 실적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4분기 기업들의 경영 성적을 쉽사리 낙관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S&P500 기업 순익 6.3% 증가 전망..업종별 희비도 엇갈릴 듯
실제로 4분기 초반부터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실적 전망을 계속해서 하향 조정했다.
금융 정보업체인 팩트셋 리서치는 4분기 S&P500 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의 순익이 6.3%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작년 9월 말 4분기 실적 전망치를 9.6% 제시했던 것보다 둔화된 수치다.
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의 예상 추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초 10% 이상의 순익 증가율을 예상했던 이들은 최근 6.3%까지 기대치를 낮췄다.
◇미국 4분기 실적 전망치 수정 추이(자료=잭스 인베스트먼트 리서치)
업종별로는 전체 10개 업종 중 9개 업종에서의 순익 증가율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의 여파로 에너지주가 가장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 반면 금융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견돼 업종 간의 온도차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4분기 초반 연방 정부의 업무 중단(셧다운)이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직면했던 것도 실적 부진을 예견케 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존 버터스 팩트셋 애널리스트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기업은 전체의 58%에 그칠 것"이라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기업이 역대 최고 수준인 94개나 되지만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기업은 13개에 불과하다"고도 지적했다.
◇금융株, 법적 비용 증가에도 전망 '맑음'..기술株도 전반적 '양호'
전반적으로는 긍정적인 소식들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금융주만은 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월가 전문가들은 JP모건체이스, 시티그룹, 웰스파고 등 6개 대형은행의 2013년 순익이 전년보다 21% 증가한 741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주택 시장 버블이 정점에 달했던 2006년의 846억달러 이후 최고 성적이다.
작년 1~9월 6개 대형 은행의 소송 및 법률 관련 비용이 187억달러로 전년도보다 76%나 급증했음에도 증시 호황과 부실 대출 감소가 이윤 개선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기업별 성적도 전반적로 매우 양호하다. 오는 14일 가장 먼저 실적을 공개하는 웰스파고가 210억달러의 연간 순익으로 5년 연속 신기록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 중 4분기 순익은 4.1% 증가한 53억달러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의 분기 실적을 앞지를 것으로 예견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분기 순익이 33억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점쳐졌으며 연간 순익도 전년도의 부진을 딪고 1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나타났다.
시티그룹 역시 분기 실적은 두 배 이상 증가한 31억4000만달러를, 연간 실적은 2006년 이후 최고치인 142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JP모건체이스의 순익은 14% 가량 감소한 49억달러에 그칠 전망이다. 그들 스스로도 메이도프 사기 방조혐의로 26억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하는 등 법률 비용으로 8억5000만달러의 순익이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이슨 골드버그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는 "소송과 관련한 비용이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고 단기적으로도 그 영향권 아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은행들은 많은 것을 이뤄냈기 때문에 2014년을 맞이하는 부담이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술주의 성적도 전반적으로는 양호할 것으로 예견된다.
톰슨로이터가 월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텔, 야후,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기업들의 주당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 퀄컴 등의 순익이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지만 감소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나타났다.
◇소매株, 연이은 전망치 '하향'..에너지株도 '우울'
반대로 소매 업체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다. 연간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홀리데이 시즌을 보냈음에도 실적 개선이 크게 기대되지 않은 까닭이다.
연말 쇼핑 시즌 성적이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기는 했으나 증가폭이 최근 몇 년간의 평균에 미치지 못했고,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규모 할인 행사가 기업들에게는 이윤을 갉아먹는 독이 됐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이날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인 엘브랜드와 주방용품업체인 베드배스 앤드 비욘드는 4분기와 연간 순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연말의 할인 행사가 기대만큼의 고객을 끌어모으지 못해 지난달의 동일점포 매출이 저조했다는 점이 이유였다.
같은 날 할인 소매업체인 패밀리달러는 지난 분기 주당 68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대비 2.8% 감소한 것으로 1.9% 줄어들 것이란 예상을 하회했다.
안나 안드리바 오픈하이머 애널리스트는 "지난 홀리데이 시즌은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할인혜택을 제공했다"면서도 "그럼에도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파울라 로즈블럼 리테일시스템리서치 매니징파트너는 "소비자들이 할인에 익숙해진 것이 문제"라며 "소매업체들은 할인의 함정에서 빠져나갈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에너지주는 전체 산업군 가운데 가장 부진할 것으로 지목됐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이 기업의 경영 성적에도 부정적으로 반영됐을 것이란 의견이다.
개별 종목으로도 에너지 메이저인 엑손모빌과 쉐브론의 순익이 모두 감소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톰슨 로이터는 엑손모빌의 지난 분기 주당 순익은 전년 동기의 2.20달러에서 1.97달러로, 쉐브론의 주당 순익은 3.27달러에서 2.91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주요 기업 실적 발표 일정 및 예상치>
(자료:톰슨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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