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설익은 일방발표로 검찰 수사만 공회전
청와대, 조 행정관 진술만 듣고 "김 국장 배후..靑 관계 없어" 발표
검찰서 조 행정관 '거짓진술' 드러나 피의자로 신분전환..수사 혼선
2013-12-09 17:47:01 2013-12-09 17:51:02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 행정관 개인 일탈이라는 청와대측의 자체 조사결과 발표로 청와대를 향했던 의혹의 시선이 수그러드는 듯 했으나 검찰의 수사로 '진짜 배후'는 청와대가 아니냐는 관측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3부(부장 장영수)는 지난 8일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오영 행정관을 다시 소환조사했다. 이번이 벌써 세 번째 소환조사다.
 
조 행정관은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개인정보 불법조회를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요청한 인물이다. 조 국장이 '실체'를 거론하면서 드러난 인물로 '청와대 배후설'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앞서 조 국장이 조 행정관의 요청으로 채군의 정보를 조회했다고 검찰 조사와 언론보도를 통해 폭로하자 자체 감찰에 들어갔다.
 
이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4일 "민정수석실 조사 결과 조 행정관이 채군의 인적사항을 불법 열람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조 행정관을 직위해제했다.
 
◇"조 행정관, 김 국장 요청으로 개인정보조회"
 
그 경위에 대해 이 수석은 "조 행정관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모 중앙부처 공무원 김모씨의 요청을 받고 알고 지내던 조 국장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김씨가 조 행정관에게 요청을 한 구체적인 이유 등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밝혀 낼 부분"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또 청와대 인사와 관계가 없느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확인했고, 그 결과가 그렇다"며 청와대와는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 수석은 "앞으로도 검찰 수사 등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군 개인정보 불법요청의 배후로 지목된 김모씨는 안전행정부 김장주 국장이다. 김 국장은 청와대의 이 같은 발표가 있은 직후 강하게 부인했다.
 
청와대의 조사결과 발표 이튿날인 지난 5일 검찰은 김 국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까지 했지만 이렇다 할 증거물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검찰이 소환일정을 조율 중인 상황에서 "(조 행정관과)대질도 불사하겠다"며 결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김 국장 "조 행정관과 대질도 불사" 강력 반발
 
이런 가운데 9일 조 행정관의 신분이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조 행정관이 청와대가 발표한 것처럼 김 국장이 전화를 통해 채군의 개인정보를 요청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지만 거짓으로 밝혀져 신분이 바뀐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김 국장과 조 행정관의 전화통화 내역을 복원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 행정관이 조 국장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불법조회를 요청한 6월11일 김 국장과도 문자메시지 2번과 한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내용은 가족모임에 관한 내용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날 조 행정관에 대한 세 번째 소환조사에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했고 조 행정관은 말을 바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조 행정관에 대한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후로 김 국장을 지목했을 때부터 신빙성이 없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우선 안행부 공무원인 김 국장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조회할 만한 상식적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김 국장과 조 행정관 사이의 교집합은 김 국장의 처와 조 행정관이 먼 친척뻘 관계에 있다는 것뿐이다.
 
◇청와대 '거짓진술'에 기대 서둘러 덮어
 
설령 조 행정관이 그렇게 진술을 했더라도 검찰조사 결과 조 행정관이 거짓진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청와대는 조 행정관의 거짓진술만을 토대로 서둘러 조사를 끝낸 셈이 됐다. 결국 조 행정관이 모든 의혹을 뒤집어쓰고 궁지에 몰리게 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조 국장과 조 행정관, 그리고 김 국장으로 이어지는 청와대의 감찰조사가 결국 검찰에게 이번 사건수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청와대의 조사 결과에 따라 김 국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나섰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검찰 수사만 공회전 하게 된 셈이다. 결과만 놓고 봤을 때에는 오히려 혼선만 초래하게 됐다.
 
당초 검찰은 김 국장을 이날 소환조사 하기로 했으나 결정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행정관의 진술, 김 국장과 조 행정관의 전화통화 내역을 확인한 결과 두 사람의 연결고리가 없는 것으로 이미 확인 된 이상 소환조사가 불필요한 것으로 수사팀이 판단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당초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사안이 여타의 특별수사처럼 복잡한 것이 아니니 만큼 조만간 종결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검찰 수사 다시 원점으로
 
그러나 서초구청에서 청와대로 연결되다가 안행부로 꺾인 '채동욱 혼외자 사태'가 청와대의 자체조사 결과 발표 이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면서 검찰 수사가 주춤하고 있다. '키맨(key-man)'인 조 행정관을 세 번이나 소환조사하고도 수사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서초구청 조 국장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지 보름이 가까워 오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지금까지의 기세를 몰아 다시 배후 규명을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인지, 말 못할 고민으로 속을 끓이고 있는 것인지 주목된다.
 
또 자체진상조사 결과 발표 때 "앞으로도 검찰 수사 등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청와대가 약속을 지킬지에 대해서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가운데)이 지난 9월30일 퇴임식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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