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앵커 : 토마토 인터뷰 시간입니다. 혹시 '특허괴물'이라고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국내외 IT업계에서는 악명을 떨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로 지난달에 SK하이닉스가 특허괴물로 유명한 '램버스'와 수년간의 법정공방 끝에 결국 2억4000만달러의 특허사용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계약을 체결한 삼성전자는 더 큰 피해를 입기도 했는데요. 대기업, 중소기업 가릴 것 업이 이같은 특허 관련 리스크가 IT업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오늘 국내 IT 법무 분야에서 가장 먼저 손꼽히는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님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앵커: 일단 '특허괴물'이라는 것에 대해 익숙지 않은 시청자분들이 계실듯 한데요. 정확하게 어떤 형태의 기업을 말하는 건지,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인지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구태언 변호사 : 네, 특허괴물은 특허를 사 모아서 기업들에게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특허관리전문기업을 말합니다. 29일 특허청과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가 발간한 NPEs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1분기 기준 통계기법상 2012년 12월~2013년 2월)에 국내 기업이 특허분쟁으로 피소된 건수는 총 83건. 국내 전기전자, 정보통신, 자동차 완성차 업체 10개사가 피소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기업을 상대로 가장 많은 소송을 제기한 특허괴물은 아메리칸 비히큐럴 사이언시스로 기아차를 상대로 12건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분기 기업별(연결대상 종속기업 포함)로는 삼성전자 36건, LG전자 18건, 기아차 12건, 팬택 10건, 블루버드소프트 2건, 현대차 1건, 삼성테크윈 1건, 슈프리마 1건 등 총 83건입니다.
앵커: 정말 광범위하게 소송전이 벌어지고 있네요. 말씀하신 기업들은 대부분 대기업인데요. 반면 중견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특허관리전문기업의 법적 공격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들 중에서도 성장성 있는 기업들이 특허괴물들의 공세로 몸살을 앓거나 아예 사업을 접어야만 했던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태언 변호사 : 네이버도 지난해 말 다른 기업의 기술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특허괴물이라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 '아카시아'로부터 소송을 당한 바 있습니다. 바이오 인식솔루션업체인 슈프리마도 지난해까지 2년여에 걸친 미국 지문인식업체 크로스매치와 특허권 분쟁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소송비용으로 48억원을 날리다시피 했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60억원의 80%에 이르는 규모입니다. 인쇄회로기판(PCB) 소재 업체인 이녹스는 올해 들어 일본 히타치화성으로부터 대만법원에서 특허침해소송을 당했습니다. 대만 수출을 앞두고 발목을 잡혔습니다.
앵커: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기출 탈취 문제도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분위기입니다. 흔히 말하는 갑과 을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일수도 있겠죠. 거래관계의 종속성을 토대로 한 대기업의 기술탈취 문제, 어떻게 보시나요?
구태언 변호사 :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부정경쟁방지법에 의해 금지된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심치 않게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내부사정에 정통한 피해회사들에 의하면 '기술내재화'가 임원승진의 주요 성과지표라고 합니다. 임원이 승진을 위해 외부기술을 내부 개발하는 것을 성과로 본다는 말이죠. 이러한 승진기준이 협력회사의 기술을 탈취하는 한 원인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개선방안은 일단 중소기업은 특허와 영업비밀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합니다. 보유기술이 특허권과 영업비밀로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하고 나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야 하는 것이죠. 보통 중소기업의 특허는 우회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든지 하는 식으로 보호막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기업과 거래할 때 아이디어만 뺏기고 권리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다시 특허괴물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연초부터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특허괴물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오히려 특허괴물들은 IT기업뿐만 아니라 금융회사 쪽으로도 전선을 넓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도 충분히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정부 차원에서 어떤 방안을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구태언 변호사: 정부는 2011년 민관합동지식재산 전문기업인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를 설립했습니다. 이 회사는 아이디어브릿지라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IP펀드를 통해 기업의 특허를 유동화해 초기 투자자금을 마련해 주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2013년도에는 1000억규모의 펀드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업들은 해외 특허방어펀드에 가입해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RPX는 NPE에 의한 특허 소송이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미국에서 시스코, 소니, 노키아와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중심이 돼 만든 펀드로 회원사들이 자금을 모아 분쟁 소지가 있는 특허를 매입해 특허 괴물에 대응하는 이른바 '역 특허괴물'입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와 같은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NPE의 특허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RPX의 회원사로 가입한 상태입니다.
앵커: 최근 구글이 가담한 유니파이드페이턴트의 경우 중소기업에게 특허괴물의 공격을 조기에 알려주고 방어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도 특허괴물에 대항하기 위한 활동이나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구태언 변호사: 이달초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해외 특허괴물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특허도 공유하기로 하는 포괄적인 크로스 라이센싱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램버스와 지난 13년 동안 특허분쟁을 벌이다 최근 램버스는 5년간 2억4000만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모든 특허소송을 취하했다. 삼성전자도 매년 수억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해외 업체에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회사의 전략적 제휴는 좋은 선례가 될 것입니다. 결국 좋은 특허를 많이 개발해 내는 것만이 방어의 지름길입니다. 기업들이 소속 연구원들에게 창의성을 북돋고 적절한 보상을 과감히 아끼지 않음으로써 세계적인 특허를 많이 보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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