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지난 10여년간 웹보드게임의 사행성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사후감시 노력이 따라야 하겠지만 경마나 경륜 등 합법적인 사행사업처럼 웹보드게임도 차라리 ‘게임’의 범주가 아닌 ‘사행사업’의 범주로 넘겨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효성 없는 게임업계·정부 보여주기 ‘경쟁’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03년 검찰이 ‘짱구방(짜고 치는 사기방)’ 운영업자들을 구속하기도 했고, 2008년에는 현장에서 웹보드게임을 환전을 해주는 불법 PC방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면서 ‘제2의 바다이야기 사태’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게임머니 불법 판매에 개입한 게임회사 대표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때마다 업계에서는 온라인 게임에 월 30만원의 결제한도를 도입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자율규제안을 해법으로 제시해왔지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시민 단체들은 ‘실효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반대로 지난 2008년부터 문체부는 ▲풀베팅(게임의 판돈과 동일한 수준의 베팅을 진행하는 것) 금지 ▲게임의 자동진행 제한 ▲아이템 가격 1만원 제한 등의 행정지도를 펼쳐 왔지만 환전상들의 영업에는 전혀 타격을 주지 못했다.
◇ 웹보드게임 관련 주요 규제안(자료=게임업계)
이처럼 업계와 정부의 규제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정부가 규제 일변도로 가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중앙대 법학대학원 주최로 열린 ‘온라인 웹보드게임 규제의 기술적 적용과 법적 문제점’이라는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사행성을 조장하는 ‘환전상’에 대한 정부의 개입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합법적인 게임의 운영까지 정부가 간섭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문체부가 추진하고 있는 ▲1인 1회 게임머니의 사용한도 제한 ▲위반시 게임 제공업자 영업정지 등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서도 '과도한 규제로 원안 그대로 통과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정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결국 웹보드게임을 다른 온라인 게임과 동일 선상에 놓으면 정부의 규제는 우리 법체계에서 허용되지 않는 '과도한 규제'일 뿐이고,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훌륭한 '수익모델'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
◇합법적 ‘사행사업’ 지정도 고려해야
이 때문에 현재 웹보드게임 사행성 문제의 근본 원인인 불법 환전 문제를 합법적인 영역으로 끌어들여, 차라리 합법적 사행사업인 ‘온라인 도박’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나오고 있다.
동시에 게임환전상들을 게임산업진흥법 위반이 아닌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특례법'에 의해 강력하게 처벌하고 이들에게서 게임머니를 구매하는 일반 이용자들도 도박행위로 간주해 처벌함으로써 사행심리를 억제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10년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작성한 ‘온라인 베팅 해외사례 조사·연구’에 소개된 영국 방송문화 스포츠부 보고서는 ‘온라인도박을 금지해서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훨씬 크다’고 설명한다.
온라인 도박이 완벽하게 금지된다면 사회 전체의 도박 비용을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도박사이트에 대한 국민들의 접근을 결국 막을 수 없어 국부만 유출된다는 시각이다.
◇최근 징가는 영국회사와 제휴를 맺고 현금 입출입이 가능한 온라인 도박게임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징가포커'는 이미 한글화가돼 많은 국내 이용자들이 이용하고 있다(사진출처=징가 페이스북)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는 “웹보드게임에서 현금 환전을 막을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게임’으로써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행산업’으로 지금보다 더 강력한 감시·감독을 하자는 이야기”라며 “미국은 도시마다 카지노가 있고, 일본은 파칭코가 국민들의 ‘도박 수요’를 감당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접근이 쉬운 웹보드게임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게임 등 현재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게임사들을 압박하면 해당 게임들에서 현금 환전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환전상들은 다른 웹보드 게임이나 국외에 서버를 둔 게임을 찾아가 이용자들을 유혹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웹보드게임의 ‘사행산업’ 지정과 동시에 ▲지금보다 훨씬 엄격한 본인 확인 제도 도입 ▲1일 사용금액의 제한 ▲다른 사행성 게임과 동일한 20~30%의 고세율 적용 등의 정책이 동시에 강력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창근 세잎클로버(전국도박피해자모임) 위원장도 "간접충전의 탈은 쓴 게임사들의 도를 넘은 상술 속에 이미 웹보드게임은 온라인도박장으로 변질됐다"며 "차라리 온라인도박을 합법화해 강력한 사후 감독장치를 마련하고, 환전상들과 이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불법 도박행위'를 하고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 사행심리를 억제하는 방안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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