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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시대, '공공의 적'이 된 네이버.."과거의 업보?"
2013-07-15 08:00:00 2013-07-15 08:00:00
 
[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네이버 운영업체 NHN이 창사 이래 최대 규제이슈에 휩싸였다. 독점 논란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08년 공정위로부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돼 법적 분쟁을 벌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한다.
 
지난 5월 국세청과 공정위가 장기간 강도 높은 현장조사를 진행하면서 첫 포문을 열었다. 이어 미래창조과학부가 바톤을 넘겨받아 검색시장 문제점을 밝히고 관련 제도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인터넷 검색서비스 제도개선 연구반’을 창설하기로 했다.
 
입법부에서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포털 불공정거래 행위를 막기 위한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여의도 많은 국회의원들이 여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에 따라 유력 일간지 중심으로 관련 보도가 연일 터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네이버와 언론사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 의도적인 공격이 이뤄지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지만 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곪았던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네이버가 쌓은 ‘업보’를 주목하고 있다. 오랜 기간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를 활용해 경쟁업체를 고사시키고 부를 독식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참조-심화되는 '인터넷 생태계' 파괴 논란)
 
따라서 이 점이 정부가 핵심정책으로 추진하는 창조경제와 정면으로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는 “세계적인 IT 중소업체를 육성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게 주 내용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레리 페이지,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등 IT업계 유명인사를 청와대로 초청해 의견을 청취했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사실 NHN(035420)도 예전부터 독과점 논란을 인지한 상태였다. 내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해진 이사회 의장은 공공연하게 “장기적인 회사성장을 위해서는 좋은 이미지가 구축돼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10년 대표이사 직속으로 에코시스템TF를 만들었으며, 이듬해에는 ‘NHN NEXT'라는 이름의 소프트웨어 사관학교 설립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신사업 진행 또한 가능한 기존 사업자들의 영역을 침해하는 대신 해외사업이나 네이버의 플랫폼 리더십 강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좁은 시장 탓인지 경쟁업체들과의 마찰은 끊임없이 일어났다. 특히 1위 업체로서 “우리는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식의 태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금의 NHN은 그 어느 때보다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지난 5월 김상헌 대표는 한 조찬강연에서 원래 발표주제 대신 독과점 논란을 해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얼마 전에도 긴급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다시 한번 관련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회사 차원에서도 ‘정부 눈치보기’에 한창이다.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문제가 되는 부동산중개 등 부가서비스 철수를 검토하고 있으며, 검색중립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이어 미래부가 추진하는 벤처지원 프로그램에 5년간 총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규제 가능성을 두고 “논란은 많아도 실제 적용은 어렵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법조인에게 대표이사를 맡길 정도로 NHN은 법무 역량을 강화하는 데 많은 힘을 쏟았다”며 “독과점 문제도 영리하게 합법과 위법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문제를 명확히 찾아내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규제와 연을 맺는 순간 기업은 대응에 역량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활동 보폭이 급격히 좁아지며 경쟁사들의 추격을 제어하기 힘들어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독과점 규제에 휩싸이며 야후와 구글의 약진을 허용했던 게 대표적 사례다. 조금이라도 위법사례가 적발되거나 관련 규제법이 만들어지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NHN 한 관계자는 논란이 잦아들기 바라면서도 어느 정도 회사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이버는 성장에 급급했던 예전과 달리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됐다. 따라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에는 공감이 간다. 그리고 IT업체라서 그런지 외부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세간의 비판에 경청하지 못했던 점도 있다. 하지만 NHN은 자수성가한 기업이고,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부디 모두에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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