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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재판, '베일에 가린' 김원홍 첫 등장..아군인가, 적군인가?
2013-07-11 21:39:14 2013-07-11 22:03:58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최재원 부회장(왼쪽)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SK(003600)그룹 횡령 사건의 검찰 수사와 재판의 대응 전략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베일에 가려져왔던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의 음성이 11일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이날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는 김 전 고문과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 대표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최태원 SK그룹회장측이 낸 증거자료다.
 
두 사람의 대화가 녹음된 시점은 지난해 7월 2일, 1심 재판 도중 김 전 대표가 보석허가 결정을 받아 구속 신세를 면했을 때다.
 
당시 최재원 부회장은 명의를 알 수 없는 휴대폰을 김 전 대표에게 건넸고, 김 전 고문이 그 휴대폰으로 전화를 수시로 걸어왔다고 김 전 대표는 진술했다.
 
이날 공개된 두 사람의 대화내용에서 김 전 고문은 대화 도중 '중요한 건', '두 형제는 전혀 몰랐다', '너랑 나랑 둘이 한 거다'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대화의 주도권은 김 전 고문이 쥐고 있었고, 질문에 대한 답변은 김 전 대표가 주로 했다.
 
김 전 고문은 김 전 대표에게 '두 사람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며 '너랑 나랑 두 사람의 관계다. 두 형제는 이런 일 일어나는 것을 모르고 도와 준거다'는 말을 반복해서 했다.
 
이에 김 전 대표는 '회장님(김 전 고문을 호칭) 말대로 다 되고 있다'라고 답변하면서도, 김 전 고문이 계속해서 '두 형제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말을 하자 '최 부회장을 빼버리면 T(최태원 회장)가 들어온게 된다. 제가 혼자 했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 내가 계열사를 돌아다니며 펀드를 했다는 주장은 안 받아들여지니까 최 부회장이 나선거다'라고 말했다.
 
녹음 내용에서 김 전 고문이 강조하는 '두 형제는 몰랐다'는 '김 전 고문과 김 전 대표의 개인 거래'라는 대화내용은 최 회장 측의 항소심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양상이다.
 
반면 김 전 대표는 "진실은 최 회장님이랑 회장님이 이야기해서 나한테 쥐어준게 맞는데 그걸 빼니 얘기가 안맞는 것"이라며 "개인 거래가 아니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최 회장에게 불리한 부분이다.
 
해당 녹취록은 최 회장이 법원에 제출했지만, 최 회장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고 재판부가 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 역시 녹취록을 최 회장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로 쓸 계획이다.
 
재판부는 녹음파일이 제출된 시점부터 신빙성에 의문을 표해 왔다. 이날도 재판부는 "녹음내용이 최 회장에게 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느냐'고 최 회장측 변호인에게 질문했다.
 
재판부는 "녹음파일을 최 회장 형제가 증거로 내도록 하는 데 영향을 준 인물이 김 전 고문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애당초 문제를 만든 이도, 수사 과정과 항소심 재판까지 영향을 끼친 것도 김 전 고문인데, 이 지경까지 상황이 왔다면 이제 사람이 주는 영향력에서 벗어나야 하는거 아닌가. 그 영향력이 최 회장에게 손해라면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비상(砒霜)이라 생각하고 던지지 않았다. 불리한 내용도 있지만 최 회장에게 이익이라 생각했다. 이 부분이 파일의 신빙성을 판단하는데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도 최 부회장과 김 전 고문의 대화를 계속해서 들을 계획이다. 녹음파일을 만든 사람의 의도, 김 전 고문의 됨됨이, 문맥 등을 파악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최 회장과의 대화내용을 법정에 현출시킬지 여부는 다음 공판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녹음파일에 대한 분석작업이 길어지면서 결심 공판은 오는 22일로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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