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채권펀드 투자할 때..기대수익은 낮춰야"
(인터뷰)김형기 KDB자산운용 채권본부장 "해외채권+환 운용의 묘 살린다"
2013-07-09 07:15:00 2013-07-09 10:51:58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채권금리가 많이 올랐습니다. 채권가격이 그만큼 빠졌단 뜻입니다. 국고채 3년물 기준 2.9% 선까지 올라온 것으로 콜 금리(2.5%) 대비 40bp 정도 벌어진 겁니다. 과거 수준과 비교해 봐도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편이죠. 채권투자의 시기가 된 겁니다.”
 
김형기 KD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사진)은 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단 기대수익은 낮춰야 한다고 했다.
 
이전의 채권강세 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과 이에 따른 캐피탈 게인(자본수익, Capital Gain)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게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수년간의 채권강세는 끝났고 이제 단기적인 관점에서의 운용보다는 장기간의 흐름을 파악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단기적인 시장 모멘텀에 휩쓸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때입니다.”
 
◇‘글로벌채권 FX펀드’ 론칭..“환 투자 성과가 좌지우지”
 
올 하반기에는 특히 해외채권 운용의 묘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내 출시를 앞둔 ‘KDB글로벌채권FX(외환)펀드’가 바로 그것이다.
 
“펀드 디자인 설계는 끝났습니다. 전문 운용인력과 퀀트 리서치, 10개 국가 선정 등을 마치고 이제 출시 시기를 조절하고 있는 중입니다.”
 
올 초부터 독보적인 성과로 주목받아온 아시아베스트하이브리드펀드에 이어 글로벌채권FX펀드가 좋은 성과를 낼 차례라는 것이다.
 
채권에 투자하면서 환 관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 펀드를 놓고 시장은 일찌감치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해외채권·FX투자 전문성 강화에 나선 KDB자산운용이 민승재(브래드 민) 상무를 영입, 진용을 새롭게 구축하면서다.
 
홍콩과 일본에서 아시아 국채를 포함, 다양한 국가의 국채와 FX투자를 10년 이상 해 온 민 상무는 손꼽히는 ‘해외 채권통’이자 ‘외환 위험 관리 전문가’다.
 
글로벌채권FX펀드는 일본과 브라질, 멕시코,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등 10개국 국공채에 투자한다. 전략적인 운용을 위해 환 마켓 타이밍을 고려한 퀀트 모델도 수립했다. 환율 변동에 대비한 헤지(Hedgd)와 환 움직임을 고려한 방향성 베팅이 동시에 이뤄진다.
 
◇해외채권 투자, FX위험 관리가 ‘관건’
 
환 변동에 대한 위험성 관리는 최우선에 뒀다고 김 본부장은 말한다.
 
“글로벌 운용사들의 하이일드 중심 해외채권에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많이 몰린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도 브라질, 터키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지 오랩니다. 하지만 환 변동에 대한 위험성을 간과한 투자구조는 위험하단 판단입니다.”
 
결국 우려한 일은 터졌다. 브라질 채권에 투자한 많은 투자자들이 헤알화 약세로 높았던 수익 기대가 무너지면서 원금 손실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해외채권 투자에 있어 차별화된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차별성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드러난다. 무엇보다 리서치에 근간을 둔 운용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단기시장 흐름보다 중장기시장 흐름의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기 위함입니다. 그때그때 시장상황에 매몰되거나 편승해서 운용하면 엇박이 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겁니다.”
 
깊이 있는 리서치를 기반으로 시장 방향을 고려해서 듀레이션과 커브, 섹터 등을 분석한 뒤에 투자하는 게 결국 장기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낼 수 있어서다.
 
BM대비 성과와 실제 포트폴리오 간의 철저한 비교분석은 그 두 번째 우위성이다. 다른 하나는 KDB금융그룹과의 시너지다. KDB금융그룹과의 정보 공유에 힘입어 강점인 크레딧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
 
글로벌채권FX펀드만의 퀀트 리서치는 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지휘한다. 3명의 인력은 이를 돕는다. 운용은 민 상무가 단독으로 맡는다.
 
◇22년 채권경력 '베테랑'.."냉정한 평가가 답"
 
채권시장에서만 올해로 꼭 22년째. 스트레스는 상당했지만 보람은 더 크다고 김 본부장은 말한다.
 
과거 외환위기 이후 금융당국의 시가평가제가 도입되던 시기 김 본부장은 채권시장활성화 태스크포스(TF) 등에 관여했다. 지난 2000년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TF는 두 달여간 장부가에서 시가평가로 바뀌는 정착 과정을 도왔다. 당시 정부가 그의 풍부한 시장경험을 높이 평가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당시 TF가 자산운용업계에 맞는 시가평가 적용 스케줄과 도입 방법, 영향 등을 분석하고 만든 안에 의해 실행을 진행했다. 장부가펀드가 통상 약속된 수익을 설정하는 것과 달리 시가펀드의 경우 운용성과와 금리 상승·하락에 따라 성과 변동차이가 크다는 점에서 자금 대규모 이탈이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시장 혼란과 대규모 자금이탈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도입했다면 혼란스러웠을지 모르지만 장부가펀드를 유지 존속하며 서서히 소멸돼가는 과정을 거친 영향에 시장에 무리 없이 정착시킬 수 있었던 거죠.”
 
선택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값진 경험은 또 있었다. 그는 2008년 12월 금융위기 이후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를 운용, 채권시장 안정을 꾀했다.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채안펀드로 인해 크레딧 스프레드는 빠르게 좁혔고 국공채 등 채권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할 수 있었던 점에서 ‘시장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최근 회사채 시장 안정화에 공감,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은 환영한다고 했다. 조선·건설·해운 등 취약업종의 상황이 심각한 국면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조달을 가능토록 만드는 게 그 역할이고 정책금융기관이 중심돼서 시장을 안정시켜 나가는 게 중요한 땝니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니까요.”
 
가급적 시장은 냉정하게 평가한다는 그는 판단에 신중을 더하기 위해 늘 시장에서 한발 떨어져 본다고 했다.
 
“시장 움직임의 결과와 흐름에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단기적으로 보게 됩니다. 하지만 한발 떨어져 보다보면 지금의 수익률 수준이 낮은 건 아닌지 또는 금리가 너무 오른 것은 아닌지, 펀더멘털과 수급여건, 시장의 단기적 모멘텀 등이 과도하게 움직였는지 등을 알 수 있죠. 그걸 판단하는 게 오랫동안 잘 운용할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항상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죠.”
 
올 하반기 채권전망도 들어봤다.
 
“한두 달의 범위서 보면 지금은 과매도 국면입니다. 과거 금리가 전반적인 하락국면에 있었다면 지금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때죠. 스프레드 확대 또는 축소에 초점을 맞춘 운용이 중요합니다. 이를 고려해 스프레드가 과도하게 확대됐다면 장기투자를, 축소 과정에선 이익을 실현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다만 과거와 수익을 내는 환경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수익 목표는 낮춰야한다고 전했다.
 
“쉽게 돈을 벌거나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는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