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호황때 제품 획일화', 실적발목 '부메랑'으로
입력 : 2013-05-14 16:12:42 수정 : 2013-05-14 18:32:56


[뉴스토마토 염현석기자] "2011년 중국에 남한 인구의 대부분이 거주할 수 있는 1000만호의 주택이 건설됐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고무·석유화학 제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양이었습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2010년·2011년 석유화학업계의 유례없는 활황을 중국 내 건설업·섬유산업 등 석유화학 관련 산업들의 급성장 원인으로 분석하면서 "중국 시장에 공급하기 위한 제품 획일화가 최근 업계 불황의 근본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관련 전문가들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사업구조 획일성이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영업이익 2배 신장 등 유례없는 성장의 밑거름이 됐지만 중국발 호재가 떨어진 시점부터 기업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고 분석했다.
 
◇여수산업단지내 석유화학 단지 전경(사진=염현석기자)
 
제품군을 획일화하면 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어 연구개발 효율이 높아지고, 이미 갖춰진 생산설비에 라인만 추가하면 돼 증설도 용이해진다. 여기에 중국이란 거대 시장이 급성장해 확실한 공급처가 확보됐기 때문에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지난 3년여간 주력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동산 저가 석유화학 제품업체들이 수요가 급감한 유럽 시장 대신 중국 시장으로 공급으로 늘리면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중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었다.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생산력 향상도 중국 내 비중 축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범용제품 중심으로 생산설비를 증가시킨 중국 석유화학업계의 제품 생산력이 증가되면서 중국 내에서 자국 제품 소비가 증가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중국 시장을 바라보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던 국내 기업들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
 
금호석유(011780)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73% 감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 생산력 세계 1위의 합성고무 전문 기업이다.
 
이는 지난 2010년과 2011년 영업이익률이 각각 209%, 48% 상승한 원동력이 됐지만 중국 경기 불황과 중동산 저가 고무제품 공세로 일순간에 실적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친환경 타이어의 원료인 SSBR과 자회사인 금호폴리켐의 고기능 합성 고무 EPDM 등으로 제품군을 고부가 특화 제품으로 확대하고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등 불황 탈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고무 시장 자체가 회복되고 있지 않아 합성고무 중심의 금호석유화학이 실적 반등의 계기를 잡는 게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역시 지난 2011년 3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한화케미칼(009830)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52억원으로 전년보다 98% 급감했다.
 
야심 차게 추진했던 태양광 사업부문이 글로벌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범용제품 중심의 석유화학 사업부문도 중국 시장에서 예년만 못한 실적을 거둔 탓이다.
 
증권가도 한화케미칼이 EVA 등의 고부가 제품이 제품으로 불황 탈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태양광과 범용제품의 업황 개선 없이는 실적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EVA가 한화케미칼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나 영업이익 등이 미치는 영향이 아직 미미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의 범용제품 생산력을 보유한 롯데케미칼(011170)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대표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는 것은 호황일 때 급성장할 원동력이 되지만 불황이 시작되면 급격히 무너지는 부메랑이 된다"며 "고기능 합성고무 전문 기업인 랑세스도 합성고무 중심의 제품군으로 지난 1분기 실적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에 그치는 등 전반적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분기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계속 감소하고 있다"며 "계절적 성수기인 2분기에 실적 반등을 하지 못하면 전반적인 석유화학 업황 개선이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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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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