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1970년대 일본의 소니와 네덜란드의 필립스가 처음 세상에 선보인 CD의 등장은 '저음질 시대'의 서막이었다. CD는 음악이 지닌 본연의 정보량을 절반 이상 축소시키는 대신 생산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춰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CD의 탄생배경이 철저한 '상업주의'였다는 얘기다.
1990년대 중반 MP3가 등장한 이후 소비자들은 CD플레이어마저 폐기시키기 시작했다. 가격 대비 효용성의 차원에서 MP3 플레이어가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상용화된 지금은 MP3 플레이어마저도 존재 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MP3 재생이 스마트폰의 부속 기능으로 전락하면서 국내외 오디오 플레이어 업체들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던 것도 바로 이같은 시대적 흐름이었다.
이렇게 보면 MP3와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아이리버(060570)가 위기 극복을 위해 ‘음악의 본질’을 새로운 모토로 삼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편의성이 음악의 본질적 가치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아이리버의 돌파구는 스마트폰으로 구현해내기 어려운 종류의 콘텐츠를 선보이는 일이다. 초고음질 오디오 플레이어 '아스텔앤컨'은 바로 그 시작이다.
◇아스텔앤컨, ‘사운드’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다
진보하는 과학기술과는 반대로 음악은 반세기가 넘도록 끊임없이 저음질을 추구하며 퇴보의 역사를 걸어왔다는 점은 역설적이다. 그런 점에서 아이리버가 내놓은 아스텔앤컨은 매우 반가운 제품이다.
아스텔앤컨의 최대 무기는 CD, LP, MP3를 포함해 시중에 유통되는 음원 중에 최고 수준의 음질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휴대용 기기 중 아스텔앤컨만이 재생할 수 있는 MQS(Mastering Quality Sound)는 흔히 음반제작 당시의 마스터링 음원을 그대로 저장한 파일을 말한다.
음반제작 당시 스튜디오에서 다루는 마스터링 음원은 24bit, 96khz~192khz의 스펙을 가지고 있는데, CD 파일로 압축되면서 16bit, 44.1khz로 다운 샘플링 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MP3로 변경될 때는 320kbps~128kbps로 다시 한 번 더 다운 샘플링 된다. 시중에서 서비스되는 MP3 파일은 오리지널 사운드보다 무려 10배 이상 낮춘 음원이다.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소비자라고 해도, 직접 체감해보면 MQS가 단연 최고의 음질을 구현한다는 사실에 대해 이견을 나타내기 힘들다. 꼭 고가의 헤드셋이 아니라 중저가 리시버(이어폰, 헤드셋 등)에서도 CD와의 음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아스텔앤컨 리뷰용 제품에 내장된 메탈리카(Metallica)의 동명타이틀 앨범을 CD와 직접 대조해봤다. 거친 기타 디스토션(Distortion)과 파워풀한 드럼이 주류를 이루는 헤비메탈의 음악의 본질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사운드의 차이가 확연하다. 악기가 지닌 고유의 특성과 입체감의 차이는 '현장감'의 차이로 이어진다.
이같은 완벽한 사운드 구현은 아스텔앤컨에 탑재된 영국의 오디오솔루션 업체 '울프슨'의 DAC 칩에 기반한다. 통상 고가의 하이엔드 오디오 장비에 탑재되는 울프슨 WM8740 DAC칩은 아스텔앤컨에서도 동일한 성능을 발휘한다. 이 칩은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인 소리로 바꾸어주는 역할을 하는데 좋은 제품일수록 잡음이 현격히 적고 소리의 왜곡 등이 없다. WM8740은 관련업계에서도 최고급에 속한다.
◇MQS 콘텐츠 부족은 ‘하이파이’ 대중화의 결정적 변수
아스텔앤컨이 하이엔드급 음향기기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작 음원 콘텐츠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제품 선택을 망설이게 한다. 아이리버는 직접 MQS를 음원을 판매하는 사이트 ‘그루버스’(Groovers)를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MQS 파일을 아이리버가 일일이 음반제작사를 통해 스튜디오를 찾아가 공수해오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MQS는 MP3이나 CD로 압축하기 전 스튜디오에서 마스터링을 끝난 그 자체를 담아야 하기 때문에 제작자가 직접 유통하지 않으면 파일을 구할 수 없다.
물론 아스텔앤컨은 CD의 음질을 그대로 구현한 FLAC(무손실 압축포맷) 파일도 재생가능하다. FLAC은 어느 정도 시중에 일반화된 음원이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으며 CD에서 직접 추출하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FLAC 파일을 지원하는 MP3 플레이어는 아스텔앤컨 외에도 시장에 다수 존재한다.
즉 아스텔앤컨을 타 기기와 구별 짓는 가장 큰 무기는 MQS라는 얘기다. MQS 파일의 유통이 활성화된다는 전제하에 아스텔앤컨은 69만원대의 높은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음악 마니아층 이외의 소비자들에게도 충분히 어필이 될 만한 디바이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