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두마리 토끼 잡으려다 시늉만 한 '부자증세'
2012-08-08 21:10:08 2012-08-08 21:11:11
[뉴스토마토 이상원 기자]앵커 : 정부가 올해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세법개정안을 확정했습니다.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소폭 높이고, 금융소득종합과세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기업과 자본가에 대한 세금부담을 늘리는 한편, 내수활성화를 위해 서민과 일자리 지원에 대한 세금지원 규모도 확대했습니다. 복지수요와 재정건전성을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지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지원을 하려다보니 정리해야할 비과세감면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어정쩡한 모양새를 갖추게 된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을 취재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정책팀 이상원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 이기자, 정부가 드디어 올해 세법개정안을 발표했군요. 세금문제는 일반 국민들이나 기업들에게 관심이 높은 부분인데, 어떤 변화들이 있나요?
 
기자 : 네 정부는 크게 네가지 틀에서 세법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일자리창출과 성장동력 확충, 내수활성화와 서민생활안정, 그리고 재정건전성 재고와 조세제도 선진화가 그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어렵겠구요. 국민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부분과 세금부담이 줄어드는 부분 두가지로 구분될 수 있겠습니다.
 
우선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부터 살펴보면, 기업들이 부담하는 법인세부분에서는 대기업들의 최저한세율이 상향조정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최저한세율이라는 것은 각종 비과세감면으로 세금혜택을 받더라도 이익에 대해서는 최소한 이정도의 세금은 부담해야 한다는 일종의 세금마지노선인데요. 대기업들의 최저한세율을 현행 14%에서 내년부터 15%까지 올리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입니다.
 
앵커 : 그렇다면 최저한세율이 올라가면서 부담이 늘어나는 기업들은 얼마나 되고 또 세금부담은 얼마나 늘어나나요?
 
기자 : 네 여기서 말하는 대기업은 과세표준이 1000억원이 넘는 그야말로 대기업들인데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저한세율을 적용할 수 있는 대기업은 모두 198곳인데요. 이중에서도 세금감면을 너무 많이 받아서 최저한세율을 실제로 적용하는 기업은 21곳 정도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서 1100억원의 세금을 내야하는 대기업의 경우 R&D투자 등으로 세액공제를 500억원을 감면받았다면 600억원에다가 최저한세율 14%를 적용한 69억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최저한세율이 15%로 올라갈 경우 이 기업은 같은 조건에서 40억원이 더 많은 109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내게 됩니다.
 
정부는 대기업 최저한세율 상향 외에도 대기업들이 많이 적용받는 R&D비용 세액공제 기준도 깐깐하게 바꿨는데요. 매년 10억원씩 R&D비용을 증가시켰던 기업의 경우 현재는 10억원 전액을 세액공제 받았지만, 내년부터는 40% 수준인 4억원만 세액공제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복지재정 마련을 위해 부자와 대기업의 세금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결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앵커 : 금융자산에 대한 과세기준도 강화됐다던데.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 네. 정부는 이른바 부자증세의 일환으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별도과세보다 종합과세는 세율이 높은데요.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금융소득이 더 많아지도록 한겁니다.
 
또 정부는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인 대주주의 범위도 현행 유가증권시장 지분율 3%이상 도는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에서 2%이상 또는 90억원 이상으로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어려운 시장여건을 감안해 지분율 5%이상, 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의 현행기준을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파생상품에 대한 거래세도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옵션은 0.01%, 선물은 0.001%의 탄력세율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 마저도 시장여건을 감안해 3년간은 과세를 유예키로 했는데요. 시장에서는 주식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벌써부터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입니다.
 
앵커 : 금융시장이나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군요.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닌것 같은데, 국민부담을 덜어주는 세금혜택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 세금을 더 걷는 대상이 대기업과 부자였다면 세금을 지원하는 쪽은 아무래도 중소기업과 서민층이 많습니다. 정부는 창업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세액감면 기간을 연장해주고, 벤처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엔젤투자 세제지원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서민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저축을 유도하기 위해 18년여만에 비과세가 되는 재형저축을 부활시켰습니다. 신설되는 재형저축은 이자와 배당소득이 비과세되지만, 과거와 같이 시장의 이율보다 훨씬 높은 이율로 이자를 지원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도 총 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가 만기 10년 이상의 정기펀드에 가입할 경우 납입금액의 40%를 소득공제 해주기로 했으며,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해 무주택 근로자에 대한 월세 소득공제율도 현행 40%에서 50%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 교육비 소득공제 대상도 초중고등학교 방과후 학교 수업 교재구입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급식비, 특별활동비까지 포함토록 확대할 방침입니다.
 
앵커 : 소득공제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줄이고, 현금영수증 소득공제는 늘어났다고 하는데 연말정산 때 저도 이득을 좀 볼 수 있는 건가요?
 
기자 : 소득공제 혜택이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좀 판단을 유보해야겠는데요. 말씀하신대로 정부가 이번에 카드 소득공제 부분을 좀 복잡하게 수정했기 때문에 돈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소 엇갈릴 것 같습니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에서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현행 20%에서 15%로 줄이는 대신 현금영수증 소득공제율을 현행 20%에서 30%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체크카드와 현금사용을 활성화해서 가계부채를 부채질하는 신용카드 사용을 줄여보겠다는 계획입니다.
 
신용카드를 많이 쓰던 직장인들의 경우 당연히 연말정산 때 환급받을 금액이 줄어들수밖에 없는데요. 대신에 현금을 많이 쓰거나 현금영수증과 같은 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는 직불카드, 체크카드를 많이 사용한다면 환급세액이 늘어날수도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정부는 대중교통비 소득공제라는 것을 신설해서 신용카드 사용액 중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비로 사용한 금액에 대해서는 공제한도 300만원에서 100만원을 더 얹어서 공제혜택을 주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전통시장이용분에 대해 100만원까지 추가공제를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과 전통시장을 많이 이용하고,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를 쓰거나 현금영수증을 받아두면 연말정산에서 조금은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대중교통에는 택시비는 제외됩니다. 
 
앵커 : 좀 특이한 세금들도 눈에 띄던데요. 명품가방에도 세금이 추가로 붙는다구요.
  
기자 : 네. 정부는 내년부터 출고가 및 수입가격 200만원이 넘는 고가가방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현재도 보석이나 귀금속, 고가의 시계, 모피, 사진기 등에는 개별소비세가 부과되고 있는데요. 이른바 샤넬백으로 통용되는 고가의 수입명품 가방들에 대해서도 조세형평의 차원에서 과세하겠다는 겁니다.
 
이번 고가가방 과세방안에 대해서 여당이 새누리당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부자증세의 이름표를 붙이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입니다.
 
당정협의과정에서 고가가방 외에도 옷과 구두 등 다른 사치성 고가의 명품브랜드에도 과세를 확대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의류 등의 과세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앵커 : 가방은 하고 옷은 안된다는 이유는 뭔가요?
 
기자 : 네. 옷의 경우 원피스와 투피스 등 아래 위로 구분해서 판매할 수 있는 등 과세가 어렵다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설명인데요. 단순히 고가가방에만 과세를 확대한다는데에는 부자증세 끼워맞추기의 명분이 더 커보입니다.
 
특히 개별소비세는 과거 특별소비세라는 이름에서 2008년부터 이름을 바꾸면서 사치세가 아닌 도박이나 환경오염 등 외부불경제에 대한 조정역할로 모습을 바꾸고 있는 과정인데, 정부가 조세제도를 과거로 돌려놓는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 그럼 가방은 얼마나 비싸지는 건가요?
 
기자 : 네. 고가품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기준금액 초과분의 20%가 부과되는데요. 여기에 다시 교육세 30%가 추가되기 때문에 수입가격이 300만원인 가방은 200만원 초과분의 20%인 20만원의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6만원 등이 더 붙는다고 보면 될 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입자나 출고자가 부담하는 세금으로 중간에 유통마진이 확대되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인상폭은 훨씬 커집니다.
 
앵커 : 전체적으로 이번에 늘어나는 국민 세금부담은 어느정도 인가요.
 
네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으로 향후 5년간 1조6600억원의 증세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금융소득 종합과세기준 확대로 1200억원의 세수가 늘어나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개선으로 2800억원이 늘어납니다. 대신 재형저축이나 장기펀드 세제지원, 대중교통비 소득공제 확대 등으로는 9100억원의 세수입이 줄어드는데 이것을 모두 합산한 것이 1조6600억원이라는 겁니다.
 
앵커 : 정치권에서 복지공약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정도로 충당이 가능한 수준인가요.
 
기자 : 기획재정부가 올해초 밝힌 정치권 공약분석에서만 하더라도 복지공약 실천에 연간 수십조원의 세수가 더 필요한 상황이니까 당연히 역부족입니다.
 
정부로서는 세수입도 확보해야 하지만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내수활성화와 경제살리기에도 세금을 지원해야 했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입니다. 고가가방 과세와 같은 보여주기식 세금을 끼워 넣은 것도 이런 고민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세수 측면에서 총량으로 보면 어정쩡한 규모"라면서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수감소를 감안해야 하고, 복지를 보면 훨씬 큰 세수증대를 기대해야 한다"며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앵커 : 그렇군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모양이 된 것 같습니다. 이기자 오늘 말씀 잘들었습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